무자식이 상팔자?…선거마다 반복되는 후보의 ‘가족 수난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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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정몽준‧남경필 줄줄이 ‘아들 문제’에 발목
박빙 대선 국면에 ‘가족 리스크’ 영향도 커져

선거를 앞두고 여야 양 진영에 ‘가족 스캔들’이 불거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아내의 ‘허위 경력 의혹’에 유감을 표한 지 하루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후보의 가족 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를 두고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후보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리스크’도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가족 논란이 확산하다가 선거에서 낙마한 정치인의 전례도 여럿 있다.

1998년 1월30일 당시 병역면제와 관련해 체중 고의 감량 의혹을 받은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의 아들 이정연씨가 서울지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998년 1월30일 당시 병역면제와 관련해 체중 고의 감량 의혹을 받은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의 아들 이정연씨가 서울지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권을 노렸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아들인 이정연씨가 신체검사에서 1급에 해당하는데도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이 전 총재는 “병역면제 과정에 아무런 비리가 없었다”고 해명했고, 실제 의혹은 근거 없는 공세로 결론 났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대선 기간 내내 ‘병풍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이 전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2014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의원도 아들 탓에 홍역을 치렀다. 발단은 아들의 ‘세월호 참사 망언’ 논란이었다. 정 전 의원의 아들은 당시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된다.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패해 낙마하고 말았다.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한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한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한때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아들의 계속된 일탈 행위로 한숨 쉬어야 했다. 남 전 지사의 아들 남아무개씨는 2017년 9월 필로폰 4g을 속옷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뒤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남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받았다. 또 남씨는 군 복무 당시 업무와 훈련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후임들에게 수차례 폭행과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남 전 지사는 2019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청문회 스타’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을 받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아들 탓에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아들인 래퍼 장용준씨가 음주운전, 경찰관 폭행 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부친인 장 의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실제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장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해 달라는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장 의원은 “국민께 면목이 없다”며 윤 후보 캠프 총괄실장직을 내려놨다.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이 10월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이 10월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자식의 공격으로 낙마한 선례도 있다. 고승덕 변호사가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자 그의 장녀인 고캔디씨가 SNS에 글을 올려 고 변호사를 저격했다. 고캔디씨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아버지는 서울시 교육감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고 변호사가 자녀가 태어난 이후 전화도 하지 않고 금전적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고 변호사는 2014년 6월3일 강남 유세현장에서 “못난 아비를 둔 딸에게 미안하다”고 절규했다. 그러나 사과 장면은 패러디물만 양산하며 네티즌의 조롱 대상이 됐고, 결국 고 변호사는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대선 역시 후보 가족에 대한 검증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쟁 양상이 박빙으로 흐르면서 ‘가족 리스크’가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선후보 가족의 잘못이 후보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후보의 자질과 연결된다”며 “특히 사건이 공정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면 대선 국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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