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의 운명, 배우자가 결정한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0 07:3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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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중간지대 ‘엠여중’ 확보 프레임 전쟁…李·尹 후보 부인 의혹과 논란, 판세에 큰 영향

차기 대선은 후보의 배우자가 결정한다. 유력 후보의 배우자와 관련한 이슈가 선거판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한 언론사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 관련 경력과 수상 이력에 대한 허위 기재 사실을 보도하면서 관련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에 ‘2002년 3월부터 3년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게임산업협회는 2004년 6월 설립되었다고 하고, 2002년에는 전신인 게임산업연합회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건희씨는 김영만 전 협회장 때 일했다고 주장했는데, 김영만 협회장 측은 기억에 없다고 하고, 그 이전 협회장이었던 김범수 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김씨와 일한 적이 없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전직 게임산업협회 관계자 역시 같이 일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는 취재 결과다.

허위 경력뿐만이 아니다. ‘지원서’에 기록한 ‘2004년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역시 논란거리다. 수상자 명단에 ‘김건희’ 또는 ‘김명신(개명 전 이름)’은 없다고 한다. 하나 더 있다.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 2004년과 2006년 특별상’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 상은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 주는 것이었고, 김씨는 출품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라고 한다. 이 외에 정치권에서 나온 의혹 제기는 수원여대뿐만 아니라 안양대, 국민대 등 다른 대학의 지원서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임위원장은 “대선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지 후보의 배우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고 방어하지만 선거전에 미치는 영향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자기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간 지대 유권자인 ‘엠여중(MZ세대, 여성, 중도층)’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프레임 전쟁이다. 특히 여성 유권자들에게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문제는 단순히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대선후보 배우자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왼쪽)이재명 후보가 12월10일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경북 경 주를 방문해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윤석열 후보가 2019년 7월 검찰총장 임명 당시 청와대에 서 부인 김건희씨의 내조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김건희, 김혜경보다 비호감도 18%p 높아

우선 발견되는 추세는 ‘여성 유권자의 접전 양상’이다. 이번 대선은 이념 투표와 이익 투표가 혼재된 선거다. 진보층과 보수층이 두 유력 후보 중심으로 나뉘어 치열한 이념 대결을 펼치지만, 동시에 2030세대와 여성, 중도층에서는 이념보다 더 많은 이익과 혜택을 주는 후보를 선택하려는 속성이 나타난다. 그래서 모든 유권자가 중요하지만 여성 유권자 표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매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최종 본선 후보로 결정된 시점인 11월5~6일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는 여성 유권자층에서 40.5%를, 이재명 후보는 31.4%를 각각 얻어 윤 후보가 약 9%포인트 앞서는 결과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12월10~11일 조사에서 윤 후보는 42.8%, 이 후보는 38.1%로 불과 4.7%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그림①). 김종인 총괄위원장, 이준석 당 대표와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배우자 김혜경씨와 동반 선거유세를 진행하고 있는 이 후보와 비교할 때 윤 후보에 대한 여성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후보의 배우자와 관련해 두 번째로 발견되는 사실은 ‘배우자의 높은 비호감’이다. 이번 대선은 후보 중심으로 판세가 전개되고 있다. 유력 후보인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각 분야의 정책·비전·공약을 내놓지만, 그다지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이겨야만 하는 프레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책보다 후보자의 신상 평가에 대해 유권자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좋은 평가보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까닭이다. 후보만큼이나 비호감이 부풀어 오른 대상은 배우자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채널A의 의뢰를 받아 11월27~2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후보 배우자에 대해 호감이 가는지 아니면 호감이 가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이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비호감도가 38.7%이고,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비호감도는 56.7%로 나타났다. 김건희씨의 비호감도가 18%포인트 더 높은 결과다. 특히 김건희씨는 40대에서 비호감이 79.3%나 되고 50대에서 63.2%였다. 그리고 여성에서 56.1%, 중도층에서 56.2%나 된다(그림②). 비호감도가 이 정도로 높다면 ‘후보의 배우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는 김종인 총괄위원장의 설명은 명분이 무색해진다.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은 “한 여성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선후보의 배우자에 대해 세 번째로 분석되는 여론은 ‘차기 대선판에 대한 높은 영향’이다. 이준석 대표는 김건희씨 의혹에 대해 ‘결혼 한참 전 일’이라며 변호하는 발언을 했다. 과연 이 대표의 발언대로 국민과 유권자들은 판단하고 인식할까. 여론은 전혀 딴 방향이다.

“배우자 호감도, 대선후보 선택에 영향” 55%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후보 배우자에 대한 호감 여부가 지지할 대선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절반이 넘는 55%가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었고, ‘영향이 없다’는 의견은 37.7%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후보 간 대결 구도의 분수령이 될 50대에서 ‘영향이 있다’는 의견이 62.9%로 ‘영향이 없다’는 응답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여성과 중도층은 각각 56.3%, 56.2%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그림③).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사업과 고발 사주 의혹 등 굵직굵직한 논란이 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배우자에게 쏠리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배우자들은 선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는 여성 평등과 인권 신장을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색깔 논란에 대해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발언으로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윤옥 여사는 활동적인 모습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는 외향적인 모습으로 득표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선의 ‘여성 유권자 접전 양상’ ‘배우자의 높은 비호감’ ‘차기 대선판에 대한 높은 영향’을 볼 때 후보 배우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차기 대선은 배우자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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