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조국→김건희…반복되는 여야 ‘내로남불’ 공방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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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尹에 대한 평가와 입장 바뀌는 與野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에 ‘공정 수사’ 논란 되풀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허위 경력 논란’이 여야의 ‘내로남불 공방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윤 후보 측은 ‘조국 사태’ 당시 과잉 수사를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김씨에게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겐 수사필요성을 강조했던 윤 후보가 아내의 치부는 감추려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여야 모두 ‘적군’을 공격하며 내세웠던 논리가 ‘아군’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난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윤 후보에 대한 평가와 공정 수사에 대한 기준 등이 여야의 진영 논리에 따라 뒤바뀌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후보는 정치권에 데뷔하기 전까지 국민의힘이 특정한 ‘좌편향 검사’였다. 실제 윤 후보는 과거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수사 당시 수사팀장을 맡으며 활약했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윤 후보는 수사 실무를 이끌며 역대 최다 기소 기록을 세웠다. 90일 특검 수사 기간에 기소한 인원만 30명에 달했다.

적폐 수사를 마친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승승장구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하고 검찰총장에 올랐다. 문 대통령과 여당의 신임을 받으며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불렸다. 이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적폐 수사에 대한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는 김진태 전 의원이 윤 후보를 향해 “명백한 부적격자”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현재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 국민 검증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돼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여야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 건 ‘조국 사태’가 발화하면서다. 자유한국당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입시 비리 의혹과 부인의 투기 의혹 등을 제기했다. 야당의 고발과 동시에 윤 후보가 조 전 장관을 향해 수사의 칼날을 들이밀면서 여당 내 윤 후보에 대한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여권은 윤 후보를 ‘반정부‧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 후보를 겨냥해 “법 기술을 부린다”는 등 연일 비판을 쏟아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윤 후보를 공격했던 민주당의 논리는 ‘표창장 하나 가지고 기소했다’였다. 그러나 ‘조국 수사’는 허투루 끝나지 않았다. 많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1, 2심에서 입시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및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입시비리와 관련해서는 동양대 표창장 외에도 단국대 인턴십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 등 이른바 ‘7대 스펙’ 모두가 허위라는 점이 판명났다.

조 전 장관이 무너지면서 윤 후보는 대선의 길목에 들어서게 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를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표현했다. 그간 윤 후보를 공격했던 야당은 일약 그를 ‘공정의 아이콘’이자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칭송하기 시작했다. 반면 윤 후보를 비호하던 민주당은 이제 윤 후보를 ‘비상식적‧적폐 후보’로 격하하고 있다. 윤 후보가 조 전 장관을 수사했다는 사실 하나로, 불과 2년 사이에 윤 후보를 둔 여야의 입장과 평가가 극명하게 뒤바뀐 것이다.

여야의 ‘내로남불’ 비판은 윤 후보의 가족 스캔들로 한층 더 거세졌다. 적폐수사와 조국 사태 당시 제기됐던 ‘허위 경력’ 및 ‘허위 학력’ 논란이 윤 후보 아내 김씨에게 제기된 상황이다. 윤 후보가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사이, 여야는 ‘조국 사태’를 소환해 서로의 과거 발언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의 청년미래정치위원회 상임위원장인 박용진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 가족이라서, 내 측근이라서 다르게 적용하는 공정이라면 그것은 믿을 수 없는 기준, 무너져 버린 법, 썩은 공정일 뿐”이라며 “윤 후보가 휘두르던 법의 칼이야 말로 구부러진 칼이고, 윤 후보가 말한 공정이어야말로 내로남불 공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정경심 교수, 조 전 장관 옹호해 왔다”며 “이제는 (당시 태도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는지 궁금하다. 과거에 자신들이 그렇게 한 것에 대해 반성한 다음에 김씨를 비판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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