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저격수’에서 ‘尹 대통령 만들기’ 나선 신지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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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에 반발하며 親여성 행보로 주목
대선 앞 제1야당 ‘깜짝 입당’에 정의당도 실망감 표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전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하자 여야의 융단폭격이 시작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거대 양당을 비판하고 제3지대를 응원해온 신 부위원장이 ‘명분’ 없이 입당했다는 비판이다. 신 부위원장과 활동해온 진보 정당 역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신 부위원장이 여성가족부 해체 등을 주장해온 국민의힘 후보를 돕는 건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민주당 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는 20일 신 전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인재영입 환영식 후 페이스북에 “제가 새시대준비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을 많은 분께서 걱정하시리라 생각한다. 저 또한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는 약속했다.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이다. 저는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윤 후보와 함께 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길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간 보여온 신 부위원장의 언행이 국민의힘의 정체성과 사뭇 달라서다. 특히 신 부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생을 폐지해야 한다’ ‘여성의 눈물을 먹고 자랐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한 바 있다.

신 부위원장이 국민의힘과 정면으로 부딪힌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이었다. 지난 7월9일 신 부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 지원과 성평등 교육이 절실한 이때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재난 시기에 컨트롤 타워 자체를 없애자는 꼴”이라며 “폐지되어야 할 것은 이 시국에 여가부 폐지 운운하는 하태경, 이준석, 유승민 씨의 정치인생”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n번방 방지법을 ‘사전 검열’로 보고 있다는 이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를 공유하며 “선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 부위원장은 과거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의 정치적 부상은 여성의 눈물을 먹고 일어난 일’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지난 4일엔 이수정 공동상임위원장 영입에 대한 규탄 집회를 언급하며 “반여성, 반인권적 집회 앞에 당직자가 찾아가 유능한 전문가 여성을 대선 캠프에 모셔온 걸 사과하다니.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성의힘이라 하라”고 꼬집었다.

신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수뇌부의 인사 기준을 조롱하기도 했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 선대위가 과거사 망언을 한 노재승씨를 영입한 행태를 두고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신 부위원장은 “술자리에서 국민은 개돼지, 재난지원금은 개밥, 김구는 국밥 땜에 사람을 죽였고, 518 유족 명단을 공개해야 하며, 검정고시 본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한다고? 국민의힘 술자리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의 자리인 듯”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신 부위원장이 윤 후보를 돕겠다고 선언하자 국민의힘 당내 중진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신 부위원장이 당의 노선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홍준표 의원은 신 대표의 영입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자신이 만든 청년플랫폼 ‘청년의꿈’ 청문홍답에서 ‘신지예가 왔네요.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네티즌의 질문에 “잡탕밥도 찾는 사람 있다”고 답했다. 하태경 의원도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젠더 갈등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위원장이 이끄는 새시대준비위원회가 페미니스트 신지예 대표를 영입했다. 페미니즘을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은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이겠지만 젠더 갈등의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위원장과 같은 편에 섰던 정의감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신지예 씨는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며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나, 국민의힘 정권이나 다를 게 있느냐”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서로 간에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정권교체가 진짜 교체는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지신 분이신 만큼, 당신께서 택하신 길에 축하를 보낼 수 없는 여성 시민들의 배신감을 생각하면 그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 부위원장은 일각의 비판 앞에 ‘민주당의 과거’를 언급하며 윤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환영식 후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빠 찬스’, 박원순·안희정·오거돈의 성착취 사건 등으로 청년, 여성들의 삶이 짓밟혔다”며 “정권교체 너머에 있는 공정하고 평등한, 안전한 세상을 윤 후보와 함께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90년생인 신 부위원장은 2004년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정치 활동을 시작해 2016년 녹색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지난해 제21대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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