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 “페미니스트로서 이재명 당선 지켜볼 수 없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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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윤석열과 1시간 독대…이념 넘어서는 희망 봐”
“입당 생각 안 해…이준석 선대위 하차 안타까워”

누구는 배신이라 했고, 누구는 충격이라 적었다. 지난 20일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전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새시대)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신 부위원장은 여의도 가장 왼편에서 목소리를 내온 ‘비주류 정치인’이다. 각종 사안마다 건건이 국민의힘과 부딪혔다. 그런 신 부위원장의 ‘변심’은 여야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예상 밖 행보였다.

기성정치를 비판했던 90년대생 정치인은 왜 보수정당이 내민 손을 잡았을까. 왜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었을까. 왜 제3지대에 머물지 않았을까. 시사저널은 21일 이런 궁금증을 안고 신 부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부위원장은 모든 질문 앞에 덤덤히 답을 이었다. 본인의 ‘정치적 정체성’을 둔 날 선 질문들이 이제 익숙해진 듯 보였다.

신 부위원장은 “제3지대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페미니스트로서 대통령 이재명이 탄생하는 건 절대 지켜볼 수 없었다”며 “국민의힘이 바뀔 거라는 희망이 아닌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힌 윤석열 후보에 대한 믿음 하나로 (새시대) 합류를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사진은 신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진행한 인터뷰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사진은 신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진행한 인터뷰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성폭력 피해자 위해서 尹 돕기로 결정”

어제 오늘 정치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이 신지예다.

“어제도 새벽까지 일정이 이어졌다(웃음). 영입식이 끝나고 바로 기자간담회와 언론 인터뷰 일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새시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선 어떤 말들이 오갔나.

“아무래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관련 이슈를 다룬다. 어떤 이슈들이 윤 후보에게 얼마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핀다. 통상적인 일일 업무보고 회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왜 국민의힘이었나.

“2주 전 제안을 받았다. 물론 그전에는 (윤 후보 지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난 분명 진보 진영에 있던 사람이다. 김한길 대표님이 첫 제안을 주셨을 때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새시대 말을 들어보니, 이 조직에는 비단 국민의힘 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에게 비판적인 중도적 성향을 띠신 분들도 모여 있더라. 나 역시 페미니스트로서 이재명의 당선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같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 후보와 민주당의 앞선 행보들을 보자.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다. 특히 박 전 시장 사건 때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박 전 시장 측을 보호했던 인물들이 현재 이 후보 캠프에 있다. 이 상황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피해자들은 사회로 복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성폭력 피해자가 기댈 곳은 정치와 정부, 정당이다. 이 후보는 본인의 말과 달리 현실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지 않다. 이 후보 대한 기대를 버렸다. 그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 역시 기성 정당, 윤 후보 역시 기득권 남성이다. 과연 이 후보와 다를까.

“난 국민의힘에 입당한 게 아니다. 내가 당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윤 후보에 대한 믿음은 있다. 김한길 대표 사무실에서 윤 후보를 독대했다.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얘기를 하며 윤 후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정치인이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생각의 유연함이 있더라. 윤 후보는 검찰총장 출신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을 해왔다. 앞으로도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 후보와 다른 지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간의 윤 후보 발언들을 보면 페미니즘과 확실히 궤가 다르다.

“윤 후보가 99%가 달라도 1%가 같다면 같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게 민주주의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당 안에서 정책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아닌, 공생하는 정당을 구성해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지대-진보-보수, 기성정치 프레임에 불과”

그간 ‘정치인 신지예’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그 생각에 동의할까.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받았던 8만 표에 대한 배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난 부족한 사람이다. 모든 분을 설득하고 움직일 수는 없다. 다만 문재인 정권이 재창출된다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분들에게 정치인으로서 낯을 들 수 없다. 2차 가해에 가담한 사람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정치인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선언과 같다.”

제3지대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다. 현실정치에 대한 투항으로 비치기도 한다.

“여성운동은 시민사회운동과 같이 성장했다. 진보 운동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런 면에서 (여성운동은) 진보 프레임 아래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이 약속을 깼다. 진보정치의 행보를 건건이 배신했다. 그러면서 이 진영은 무너졌다고 본다. 결국 시대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희망을 볼 것인가. 제3지대 역시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고 협상할 후보자가 필요하다. 그 안에서 정책 제안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래서 고민과 결심 끝에 진영을 넘어서기로 했다.”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 의견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오해를 불렀는데 나는 여가부 폐지를 반대한 게 아니다. 여가부를 없앨 것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여가부가 맡고 있던 정책들을 부처별로 할당할 수도 있다. 환경부나 노동부가 여가부의 역할을 나눠 가질 수도 있다.”

여가부 폐지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건가.

“이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 것이다. 내가 (여가부 폐지 주장에) 반대했던 건 페미니즘 백래시(반동)에 힘 입어서, 여성 혐오적인 사상에 기대서, 여가부 폐지 주장을 내놨다는 점이다. 만약 여가부 폐지를 얘기하고 싶다면 정말 국민과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 지 진정성 있게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여가부 폐지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이경민 서울시당 부대변인이 SNS에 “몇 번 쓰다 버리면 된다”고 발언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과연 소수의 의견일까. 정말 국민의힘 내에서 ‘신지예식 정치’가 가능하겠나.

“재차 말하지만 나는 새시대의 일원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이 아니다. 나 혼자 갑자기 이 당을 바꿀 수 없다. 정권교체가 목표다. 새시대 분들 그리고 윤 후보와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

이준석 대표와 다양한 토론회에서 부딪혔다. 그래서 둘 사이의 ‘케미’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오늘 이 대표가 선대위 하차를 선언하기도 했는데.

“매우 안타깝다. 이 대표가 선대위에서 끝까지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줬으면 했다. 이 대표는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이자 당의 대표다. 아마 여러 고초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당내 이슈가 있다면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

대선까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윤 후보의 진면모가 있다. 현재 그게 잘 안 보인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진보나 중도 유권자에게 어떤 모습이 최선인지, 윤 후보에게 말씀드리려 한다. 또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책들을 제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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