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4 17:0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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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해의 끝을 앞두고 한국 대선에 관한 글과 함께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사드린다. 오는 3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선거의 중요한 요소로 구도, 인물, 정책을 꼽는 학자와 전문가가 많다. 총선은 ‘회고 투표’인 데 비해 대선은 ‘전망 투표’라는 정식이 널리 수용됐다. 2016년 탄핵 이후 민주당은 총선에서 ‘전망 투표’의 혜택을 누렸다. 이번 대선은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회고 투표’에 직면했다. 선거의 오랜 정식이 변했다.

(왼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월1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지역 대학생과 함께 나누는 대구·경북의 미래 비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2월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br>
ⓒ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

지난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권교체론’이 압도적이다. 이는 민주당 후보에게 커다란 악재다. 반면 국민의힘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 구도를 바꾸는 ‘미래 의제’로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야만 역전할 수 있다. 반대로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론에 안주하고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집착하면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프레임 전쟁》에서 주장한 대로 단기적 전략 대신 ‘가치와 이상을 표현하는 장기적 전략’을 제시하는 정당이 승리할 수 있다.

“정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은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국의 역대 대선에서도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포착한 후보에게 승리의 여신이 손을 뻗었다. 국가 지도자는 시대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특히 경제나 복지, 외교안보 전략이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정책을 대통령 혼자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브레인 그룹이 필요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책상에 놓였던 《리더십을 위한 과제》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끌었던 《해밀턴 프로젝트》처럼 국정 청사진이 중요하다.

유권자는 준비가 잘된 후보를 선호한다. 그래서 당선 직후 실행할 액션 플랜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 대선에선 선거위원회와 인수위원회를 동시에 구성한다. 선거에서 집권 플랜에 대한 지지를 얻어야만 집권 직후 신속하게 국회 입법과 예산 편성을 추진할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집권 후 2년이 넘도록 비전과 전략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면 너무 늦다. 지금이라도 집권 1년 내에 추진할 정책과제, 재원 조달, 실행 일정이 포함된 액션 플랜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앤서니 다운스가 《민주주의의 경제 이론》에서 주장한 대로 양당제의 거대 정당은 중도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거운동은 경선에서 ‘집토끼’를 쫓다가 본선에서는 ‘산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전환한다. 그런데 지금 중도층이 유동적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대거 진보 성향으로 변화했다가, 조국 사태와 부동산 폭등 이후 다시 중도로 옮겨갔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 지역과 50대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번에는 서울과 2030세대가 ‘태풍의 눈’이 됐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정책과 청년 정책이 중요한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 물론 유권자가 세분화되면서 계층별·지역별 ‘마이크로 타기팅’ 전략도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회복한 민주주의는 공정과 사회정의의 가치 실현에 달려 있다. 정치가는 단순히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번영의 열매를 어떻게 국민에게 골고루 분배할지 설득하는 사람이다. 나아가 국가 지도자는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연구·개발, 기후행동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 전략을 이끄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지도자의 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들이 이룬 성과는 영원히 가슴에 간직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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