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휩쓰는 생활형숙박시설 홍수, “섣불리 투자했다간 낭패” 경계주의보
  • 박치현·이정희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3 12:00
  • 호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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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주거용 거주자에 세금 부과
그럼에도 넘치는 과장광고로 분양시장 여전히 뜨거워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었다. 2021년 거래량이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하반기부터 ‘거래 절벽’ 상태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한몫했지만, 현 정부의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강화 정책이 결정타였다. 매도와 매수 결정의 중요한 요소는 전망이다. 아파트 시장의 불확실성이 수요자들을 관망세로 돌아서게 했다. 그러면서 ‘투자 불길’이 생활형숙박시설로 옮겨 붙고 있다. 규제 대피처로 이만한 부동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주택이 아닌데도 아파트처럼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형숙박시설을 수익용이 아닌 주거용으로 사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축법 제2조 제2항에는 생활형숙박시설을 숙박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무늬만 숙박시설이지 대부분 아파트처럼 사용되고 있다. 주택이 아니니 다주택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약통장이나 가점도 필요 없다.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생활형숙박시설이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지난해 6월 분양한 부산 해운대 ‘빌리브 패러그라프해운대(지하 5층, 지상 38층, 284실)’는 최고 266.83대 1, 평균 38.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지난해 3월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지에 분양한 ‘롯데캐슬 드메르’ 청약도 평균 경쟁률 356대 1로 전 타입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부산은 해운대를 중심으로 생활형숙박시설이 아파트를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해운대 힐스테이트 센트럴(지하 8층, 지상 41층, 238실)'과 '오션 헤리티지 해운대(지하 6층, 지상 36층, 252실), '더베이먼트 테라스 스위트(지하 4층, 지상 20층, 368실)'가 분양계획 또는 분양 중이다.

수도권 지역도 생활형숙박시설 분양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경기도 ‘시흥 웨이브파크푸르지오시티’는 최고 132.5대 1, 평균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8월 서울 마곡지구에 공급한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876실 모집에 57만5950명이 몰려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분양 직후 최고 1억5000만원 수준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❶올해 3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부산 ‘오시리아 스위첸마티에 건설 현장 ❷스노우캐슬이 철거되고 전망대와 생활형숙박시설 건립이 추진 중인 부산 황령산 ❸부산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 조감도 ❹부산 ‘오션 헤리티지 해운대’ 조감도

“숙박시설을 집처럼” 광고로 수요자들 현혹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제4조를 보면 ‘생활형숙박시설은 손님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도록 시설(취사시설 포함)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용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을 주택으로 쓸 수 없는 규정은 또 있다. 주민등록법 제6조에 따르면, 30일 이상 거주하면 해당 구역으로 주소지를 옮겨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상 생활형숙박시설에는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암묵적인 동의로 주거용 사용자를 단속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 정부는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사용하려면 2023년 6월까지 용도를 변경하라’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을 아파트로 쓰고 있는 가구들은 한시적 유예기간 안에 용도변경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주택으로 전환돼 종부세·양도세 등이 부과된다. 골칫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묻지마 투자’는 여전하다. 시행사들의 선을 넘는 과장광고 전략도 분양시장을 달구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입지 좋은 매물은 수억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전매될 정도다. 

올해 3월 준공 예정인 동부산 관광단지 내 생활형숙박시설 ‘오시리아 스위첸마티에(지하 2층, 지상 26층, 5개동 800실)’는 18.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당시 분양 홈페이지에는 ‘오시리아를 즐길 수 있는 있는 집, 호텔 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집’이란 문구를 붙이며 ‘집’이란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시사저널이 과장·허위광고 아니냐고 묻자, 시행사 관계자는 “집으로 분양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취재가 시작되던 지난해 12월28일 해당 업체는 분양 홈페이지 광고를 내렸다. 인근의 중개사무소 A대표는 “대다수 수요자들은 주거용으로 구입했다. 82㎡형의 경우 당초 4억원 정도에 분양됐는데, 현재 12억5000만원에 거래돼 프리미엄이 8억원 이상 붙었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건축과 관계자는 “생활형숙박시설은 주거용으로 광고할 수 없다”며 “당시 챙겨보지 못했는데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강동규 변호사는 “과장·허위광고로 행정처분이 내려진다면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광단지 안에 지어진 오시리아 스위첸마티에는 주거용으로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 부산시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관광단지는 일반지역과 달리 관광진흥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시설로 용도 변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분양공고와 계약서에는 ‘본 상품은 정부 정책 및 규제의 변경 등에 따라 주택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사업주체 및 시공사를 상대로 『일체의 소송 및 민원을 제기할 수 없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부동산 중개사 A대표는 “부동산 사무실에서도 오시리아 스위첸마티에를 수요자들에게 소개할 때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고 용도변경도 가능하다며 팔았다”고 말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피해 소송이 들어오면 판사가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매로 프리미엄 기대하다간 낭패 볼 수도”

부산시는 지난해 12월15일 도시공원위원회를 열었다. 황령산 체육시설지에 생활형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사업계획안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8월 박형준 부산시장은 사업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체육시설을 휴양시설로 바꾸는 게 요지였다. 그리고 한 달 후 사업자는 부산시에 도시관리계획변경(조성계획변경) 결정을 신청했다. 이어 석 달 후 자문회의가 열렸고, 현재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 절차 등이 진행 중이다. 횡령산 75만㎡ 부지에 있던 스노우캐슬을 철거하고, 전망대·케이블카와 생활형숙박시설 320실을 신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민·환경단체·시의원들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최영아 부산시의회 의원은 “시민 휴식공간을 개발업자의 돈벌이 목적으로 바꿔주는 부산시의 특혜 행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시장은 규제의 틀에 갇혀 변곡점에 서있다. 풍선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투자 불길’이 절세(節稅)형 부동산으로 급부상한 생활형숙박시설로 옮겨 붙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돈이 될 것이라고 투자한 생활형숙박시설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재무학과 교수는 “기존 생활형숙박시설을 건축법에 맞춰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하기가 매우 어려운 데다 건축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분양받는 수요자들은 숙박업만 할 수 있고, 용도변경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숙박업을 하려고 사지 않고, 전매로 프리미엄을 기대하거나 값이 오르면 팔 목적으로 분양을 받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도 대선 이후 아파트 시장 규제가 풀리면 생활형숙박시설은 눈 밖에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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