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혈세 들인 ‘광주 광산농악전승교육관’ 애물단지로 전락?
  • 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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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악단체 입주 기피로 1년6개월째 방치…1억 운영비, 이중 혈세낭비
광산구 “광산농악보존회 시설 관리 능력 없어 위탁 안 해” 황당 해명 논란
주민 “무작정 짓고 보자는 형태로 국고·지방재정 낭비 전형적 사례”

광주 광산구가 수십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한 ‘광산농악전승교육관’이 준공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방치 돼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광산농악 전승 주체이자 입주 대상 단체인 광산농악보존회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숙박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입주를 난색을 표하면서다. 그러자 광산구는 광산농악보존회가 애초부터 시설을 관리 운영할 능력이 없다며 위탁관리 계획을 철회했고,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농악단체의 시설 운영관리 능력 점검도 없이 무작정 짓고 보자는 형태로, 국고와 지방재정 낭비의 전형적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광산농악전승교육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매년 1억원 남짓 예산을 운영비로 쏟아 붓는 것으로 드러나 혈세가 이중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 광산구가 수십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한 ‘광산농악전승교육관’이 준공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방치 돼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광산농악보존회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숙박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입주를 난색을 표하면서다.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논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광산농악전승교육관 ⓒ시사저널 조현중
광주 광산구가 수십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한 ‘광산농악전승교육관’이 준공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방치 돼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광산농악보존회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숙박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입주를 난색을 표하면서다.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논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광산농악전승교육관 ⓒ시사저널 조현중

5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광산구 산정동 696-1에 국비 10억원과 시·구비 등 총 21억 12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산농악전승교육관을 건립했다. 광산농악전승교육관은 광주시지정무형문화재 제8호인 광산농악의 계승발전을 꾀한다는 목적의 시설이다. 3438㎡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710.95㎡ 규모이며, 대강당 1개와 소연습실 2개, 야외공연장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애초 광산구는 이 시설에 전수교육 조교를 상주시키는 등 광산농악보존회원 등 50여명이 입주시켜 전통농악 전승을 위한 연습과 공연장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넘도록 광산농악보존회가 전승교육관에 입주하지 않아 준공 후 제 기능을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해당 단체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숙박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입주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광산 구민들 사이에선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광산구는 전승교육관 신축 당시, 관련 단체와의 협의마저 거치지 않고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해당 시설의 준공 이후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전승교육관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농악인들의 지적이다. 산정동 도심 외곽 논 한가운데에 위치해 입구 진입로가 협소한데다 대중교통마저 두절돼 외지 농악인들이 방문시 큰 불편을 겪었다. 또한 농악의 특성 상 합숙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부대시설로 숙박시설이 필수적인데도, 신축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광산구는 시설의 목적대로 사용을 위해 광산농악회와 관리위탁을 추진했으나 해당 단체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극적으로 나오자 접점을 찾지 못했다. 광산구는 관리위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뒤늦게 지난해 6월, 광산구시설관리공단과 3년간 위탁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재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까지 제정했으나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숙박시설 미비 등 제기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되지 않으면 광산농악보존회의 재위탁방식 교육관 입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광산구 관계자는 “개관 당시 광산농악보존회가 시설을 관리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게 됐다”고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광산구 설명대로라면 관리운영 능력도 없는 광산농악보존회의 농악전수 공간 마련을 위해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중 혈세낭비 논란도 일고 있다. 광산농악의 계승발전을 위해 개관한 전수교육관이 활성화 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매년 1억원 안팎의 구민 혈세가 운영비 등 명목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광산구는 지난해 교육관 운영 관리비용으로 광산구시설관리공단에 98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광산구의 한 주민은 “농악단체의 운영관리 능력 등 농악의 계승 발전을 위한 의지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히 국비를 유치하기 위한 매칭 사업비로 시비와 구비까지 투입해 무작정 짓고 보자는 의구심이 든다”며 “주민들 사이에 이런 행태야말로 국고와 지방재정 낭비 사례라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예능보유자인 정득채 선생이 작고하면서 광산농악의 구심점이 약화된 측면이 있어 난항을 겪는 것 같다”며 “코로나 때문에 잠시 휴관 상태이지만, 일반인들의 참여를 확대시켜 교육관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고 밝혔다. 

광산농악은 광주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1992년 3월에 지정됐다. 광산농악은 예전의 광산군 당부면 지역이며 영산강 상류의 평야지대인 마륵동의 판굿농악을 기초로 칠석동의 고싸움농악, 소촌동의 당산농악, 산월동의 풍장농악, 옥동(평동)과 유계동(동곡)의 걸립농악 등 광산구의 다양한 농악이 집대성된 것이다. 호남우도농악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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