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이면의 불편한 진실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8 10:00
  • 호수 168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에너지 전환 위해 더 많은 광물자원 필요
안정적인 수급 방안 마련해야

2021년 중반, 풍력발전 비중의 저하로 시작된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가스 가격과 전력요금 폭등을 불러일으켰다. 에너지 전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화석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 효율 증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런 노력은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를 더욱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됐다. 석유와 가스가 중동을 비롯한 특정 지역에 집중된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지구상에 비교적 균등하게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화석에너지를 둘러싼 강대국의 대립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본격적인 ‘넷제로’ 시대가 도래할 경우 점차 소멸할 것으로 기대됐다.

2021년 9월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들이 달팽이 모양 대형 풍선으로 현대차의 수소사회 비전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롭고 깨끗한 것으로 인식되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광물자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의 생산, 그리고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에너지 소비는 막대한 양의 광물자원을 필요로 한다. 녹색과 파란색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의 이면에는 거대한 광산에서의 채굴과 제련을 위한 오염이 수반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저장하는 데는 새로운 광물자원이 필요한데, 여기에 소요되는 자원들을 통칭해 에너지전환광물이라고 한다. 이차전지에 포함되는 각종 원료물질이 대표적이다. 과거 내연기관에서는 필요하지 않거나 소량만 필요했던 광물자원이 대량으로 투입돼야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스템과 체계가 만들어진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6배의 광물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구리와 망간 33kg이면 충분했지만, 전기자동차는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흑연 등 200kg 이상의 광물자원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롭게 돌아가는 풍력발전에도 막대한 양의 에너지전환광물이 필요하다. 같은 용량의 전력을 생산할 경우 육상 풍력발전소의 경우 가스 화력발전소에 비해 9배 많은 에너지전환광물을 필요로 한다.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필요한 광물의 양은 50% 이상 증가했다.

땅속에서 예전 방법으로 캐내는 에너지전환광물은 지저분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에너지 전환의 핵심 요소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기술의 발전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생산비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결국 원자재 비용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비용에서 원료 광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40% 수준에서 현재 70%로 상승했다. 리튬과 니켈 가운데 하나의 가격이 두 배로 상승하면 배터리 비용은 6% 상승하게 된다. 만약 리튬과 니켈 가격이 모두 2배 상승한다면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더 많은 전기를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하는 데 있다. 하지만 생산된 전력 대부분은 100년 전과 같이 구리로 만들어진 전선을 통해 공급돼야 한다. 많은 곳에 분산돼 건설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이를 연결하는 추가적인 송전망을 요구한다. 전기자동차 충전소 건설도 새로운 배전망과 기존 시스템의 교체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모두 막대한 양의 구리가 소모된다. 전력을 무선으로 보내고 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는 에디슨 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은 많은 양의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광물 자원의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산에 따르면 기존 광산이나 진행 중인 사업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2030년까지 예상되는 리튬 및 코발트 수요의 절반, 구리 수요의 80%만 충족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광물자원의 탐사와 개발은 환경 파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ESG경영 강화에 따라 광업 부문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공급 증가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정학적으로도 에너지 전환은 예상과 달리 또 다른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에너지전환광물은 석유나 가스와 달리 더 소수의 국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리튬과 코발트 및 각종 희토류의 경우 3대 생산국이 세계 생산량의 75%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은 코발트의 70%를, 중국은 희토류의 60%를 생산하고 있다. 광물자원의 경우 채굴 이후 정련 등 가공 과정이 중요한데 이는 대부분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구리와 니켈의 경우 중국이 40%를 담당하고 있으며 코발트와 리튬은 60%, 희토류의 경우 80% 이상을 중국이 맡고 있다. 에너지전환광물의 생산과 활용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것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수의 국가가 전체 공급망을 좌우하는 현상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더 큰 갈등과 대립을 불러올 수 있다.

 

광물자원 중국 의존도 특히 높아

인류의 발전은 더 많은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연속이었다. 지질학적 단위의 시간이 농축된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는 자연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번영과 발전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연료의 전환이 아닌 현대 인류가 지난 100년 동안 쌓아올린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과거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될 때 일어났던 주요 강대국 간 갈등과 대립, 그리고 그 후 진행된 여러 가지 사건·사고는 21세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화석연료가 빈약한 나라지만 이것을 외부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 덕택에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는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시련과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전환광물의 안정적인 공급, 좀 더 효율적인 이용과 절약을 위한 기술 개발 모두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자원외교의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원점에서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과 확보를 위한 방안들을 점검하고 움직여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