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이 수상하다” 꼬리 무는 지진에 가슴 조이는 열도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0 11:00
  • 호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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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시뮬레이션, 수도 도쿄 기능 마비 예상…전문가 “한국 등 이웃 국가 피해는 미미”

2021년, 일본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졌다.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29일에도 도쿄도 23구를 진원지로 하는 진도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이지만 2000년 이후 도쿄 인근의 지바현 북서부에서 진도 3 이상의 지진이 40회 넘게 발생한 반면, 도쿄 23구를 진원지로 하는 진도 3 이상 지진은 이후 6차례밖에 관측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일에는 후지산 인근 야마나시현 동부에서 진도 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약 4시간 만에 진도 5의 지진이 다시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근 후지산 주변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증가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300년 넘게 분화하지 않은 후지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후지산 분화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수준의 거대 지진, 수도 직하 지진, 서일본 대지진(난카이 트로프 대지진)과 함께 가까운 장래에 발생 가능한 최대 재난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화산학 전문가 시마무라 히데키 교수는 지난해 12월3일 발생한 지진에 대해 후지산 지하 심층부의 마그마가 움직이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화산 폭발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 발생 이후, 야마나시현은 등산 중 후지산이 분화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는지와 관련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후지산 분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마나시현에서 진도 5의 강진이 관측된 것은 2012년 1월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이번 지진으로 위기의식이 더욱 고조된 것이다. 일본 정부 또한 후지산은 현재 마그마가 활동하는 활화산인 탓에 24시간 감시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AP 연합
2020년 8월14일 일본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화산섬 니시노시마가 거대한 연기를 내뿜으며 분화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최대의 산 후지산 분화 가능성에 초긴장하고 있다.ⓒAP 연합

“올해 화산 폭발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후지산 분화에 대한 문헌 기록이 남아있는 781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후지산은 총 17차례 분화했다. 가장 최근 폭발한 것은 1707년으로 300여 년 전이다. 이 때문에 다음 분화가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해진다. 지난해 12월3일 지진에 대해 기상청은 후지산의 마그마 활동에는 변함이 없으며, 따라서 이번 지진과 화산활동이 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도카이대학 해양연구소의 나가오 도시야스 객원교수는 거대 지진 발생 이후 수년 이내에 주변에서 큰 분화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각지에서 화산활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후지산 주변 지역에서 지진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장래에 분화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올해 발생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야마나시현·시즈오카현·가나가와현 등 후지산 인근 지역의 광역자치단체(현)로 구성된 ‘후지산 화산방재대책협의회’는 지난해 3월, 17년 만에 후지산 분화에 따른 해저드맵(재해예측지도)을 개정한 바 있다. 해저드맵에 따르면 2004년 당시 후지산의 분화구 수는 44개로 예상되었으나, 2021년 개정판에서는 252개로 증가했고 분출되는 용암의 양도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후지산 폭발 후 약 5시간 후에는 분출된 용암이 도카이도 신칸센까지 도달해 신칸센 운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분출되는 화산재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가나가와현에 10~29cm, 도쿄·지바 등 수도권에 2~9cm 정도 쌓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1707년의 후지산 폭발 직후 2시간 만에 도쿄에 화산재가 도달했으며, 2주 만에 약 2cm 두께로 화산재가 쌓였다는 기록이 있다. 후지산 화산방재대책협의회는 화산재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도 경고하고 있다. 화산재로 인해 발전소가 작동을 멈추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정밀기기 사용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 발 빠르게 화산 폭발 대책 마련

중앙정부 차원의 후지산 분화 시뮬레이션은 2020년 3월말에 발표된 바 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회장으로 하는 ‘중앙방재회의’에서는 후지산 분화 시 분출된 용암이 후지산 인근 17개 지자체를 덮치며 분화 후 3시간이면 화산재로 인해 수도권 철도 운행이 정지되고, 수도권 대부분에서 정전이 발생해 수도 기능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분화 15일 후에는 도쿄·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군마·도치기·이바라키를 중심으로 하는 관동 지역 전역에서 철도 운행이 정지되고 정전 지역도 도쿄와 가나가와 전역을 포함해 주변부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앙방재회의에서는 “도시 기능이 집적돼 있는 지역에서는 화산재로 인해 일상생활 및 경제활동이 계속되기 어려운 점을 전제로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후지산 인근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빈발하자, 일부 기업은 긴장하며 후지산 분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쓰비시 계열의 미쓰비시 지소(도쿄역 근처에 위치)는 후지산 분화 이후 도쿄에 도달하는 화산재에 대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가이드라인은 도쿄역 인근에 1시간에 5mm 규모로 최대 10cm까지 화산재가 쌓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화산재로 인해 철도·도로·물류·전력·상하수도·통신과 같은 인프라가 정지되면 사원들이 귀가하지 못한 채 사무실 내에서 며칠간 생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지소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해 사내에 재난용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배수관을 정비하는 한편 식수 및 생활용수 저장량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철도 관련 업계도 화산 대책에 힘쓰고 있다. 게이오전철은 철도 노선 위에 쌓인 화산재를 제거하는 카트를 도입하고 화산재 제거 비품을 노선에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후지산 인근의 신칸센 노선을 운영하는 JR도카이는 용암 및 화산재 피해 발생 시 해당 지역에 열차를 진입시키지 않고 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운전규제를 도입했다.

한편, 후지산 폭발이 한반도 등 이웃 국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화산재가 동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국으로 날아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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