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식 측근' 정진상·김용, 대장동 윗선 수사 종착역 되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7 14:00
  • 호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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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김용, 유동규 휴대폰 포렌식으로 압수수색 전날·당일 각각 8, 6차례 통화한 것 드러났지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구성된 지 1월6일로 100일을 맞았다. 대선을 60여 일 앞둔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 검찰은 화천대유·천화동인,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5명을 기소한 것이 전부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윗선’에 대한 수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윗선으로 가는 길목으로 여겨졌던 유한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사업 1처장 등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그 뒷쪽으로 얼굴이 나온 인물이 이미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사진 왼쪽에 서 있는 인물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다.ⓒ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유동규와 14차례 통화한 이재명 최측근

결국 검찰 수사가 현재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이상 구속), 천화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이상 불구속)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선후보 등록일인 2월13~14일 이후에는 사실상 후보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에 나설 수 없다. 현재까지 대장동과 관련해 정식 조사를 받은 이재명 후보 측 인물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최근 수사기관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9월 압수수색 직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들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윗선에 대한 의혹이 재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의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선대위 조직부본부장 등은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해 9월28일과 당일인 29일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각각 8차례, 6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진상 부실장은 지난해 9월29일 오전 8시쯤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10여 분 전까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민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통화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으니, 불순한 의도에 대해 더 말해 무엇 하겠나”라며 “이 후보는 정녕 이 사실을 몰랐나. 두 사람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 정녕 없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김용 부본부장은 압수수색 5일 전과 전날에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통화를 했다. 이들은 통화기록이 남지 않는 영상통화 ‘페이스타임(FaceTime)’을 주로 사용했지만, 검찰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을 통해 꼬리가 잡혔다.

김용 부본부장과 정진상 부실장은 모두 “화천대유 게이트가 전국적 이슈로 떠올라 사실 확인을 위해 당사자와 통화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검찰이 선거 개입에 나섰다”고 역공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1월8일 정진상 부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진상 부실장이 출석 날짜 변경을 요청하면 또다시 조사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유 전 기획본부장은 검찰 수사 초기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과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대장동과 무관한 통화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연합뉴스
ⓒ뉴시스·연합뉴스

유족들 “이 후보, 어떻게 모른다고 할 수 있나”

이재명 후보 측은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 대해서는 “측근이 아니다”며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1일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 1처장에 대해서는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故) 김문기 1처장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재명 후보 측은 지난해 12월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명복을 빌고, 조의를 표하는 게 책임지는 게 아니라는 것 잘 알고 계시지 않나”라며 “대선후보로서의 행동을 멈추고, 죽음 앞에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유족들도 나섰다. 고 김문기 1처장의 유족들은 지난해 12월22일 빈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면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나라, 이 정권,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유족을 통해 알려진 고 김문기 1처장의 편지에는 “여러 번 윗선 결정권자에게 얘기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아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과 함께 “초과이익환수 삭제를 반대하자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따귀까지 맞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보내는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와 성남도개공이 보낸 중징계 관련 문서 등 고 김문기 1처장의 유품을 경찰로부터 돌려받는 대로 공개할 계획이다. 유족 측은 고 김문기 1처장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유족 측은 “(고 김문기 1처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앞에서 직접 설명도 많이 했고 함께 해외출장도 다녀왔다”면서 “‘기억에 없다’는 이재명 후보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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