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미는 윤석열, 화답 없는 홍준표·유승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7 12:00
  • 호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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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톱’ 김종인 끊어내고 과거 ‘경선 라이벌’에 러브콜
홍준표‧유승민 통해 MZ세대‧중도층 표심 노려

국민의힘이 ‘김종인 카드’를 폐기했다. 선거대책위원회에 내홍 논란이 불거지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자 내린 특단의 결단이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윤 후보에게 반전 카드가 있는지,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여부에 쏠린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윤 후보가 ‘경선 라이벌’을 선대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MZ세대(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중도보수 성향의 유승민 전 의원을 캠프 요직에 앉혀 지지층 확장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혹독한 내홍을 겪고 있는 사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선 라이벌’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전국 유세에 나섰다. 윤 후보가 홍준표·유승민과의 ‘원팀’ 구성에 실패할 경우 지지율 회복을 도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진중권 “윤핵관만으론 중도 확장 어려워”

지난 5일 윤 후보가 대선을 불과 두 달여 남기고 선대위를 전면 해체했다. 선대위를 지휘하던 ‘킹메이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하차하고, 대신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이 당 선대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다수의 중진이 포진했던 ‘매머드 선대위’는 권한과 사이즈를 대폭 축소한 ‘실무형 선대본부’로 재구성했다. 철저히 윤 후보가 중심이 된 선대본부를 구성해 ‘상왕 논란’을 비롯한 각종 인사 문제를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다. 

윤 후보가 선대위 백지화를 결단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숫자’가 좋지 않다. 지난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최고 10%포인트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최근 추이가 바뀌었다.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거나, 이 후보에게 우위를 내줬다는 신년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 당초 대선판의 조연급으로 여겨졌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약진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당시 나왔던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 구호가 무색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책임론’을 들고나오자, 윤 후보 측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를 지원해야 할 선대위 수뇌부가 되레 ‘내부 총질’을 가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고민 끝에 내우외환(內憂外患)을 타개하기 위해 선대위 주전선수들을 모두 교체하는 모험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윤 후보의 결단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 초보’인 윤 후보가 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김 전 위원장의 빈자리를 채울 인재를 어떻게든 수혈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도·실용 노선을 표방했던 김 전 위원장이 나간 자리를 채울 만한 인재가 국민의힘 내에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이 경제정책을 우클릭하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중도를 두고 다퉈야 할 시기에 되레 우클릭하고 있다. 북진해야 하는데 전선을 낙동강까지 후퇴시킨 꼴”이라며 “선대위를 개편하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경선 당시 윤 후보를 도왔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만으로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없다. 어렵더라도 김종인 전 위원장의 정책 능력과 이 대표의 홍보 능력을 믿어줬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 역시 윤 후보의 결정에 대해 “자중지란 끝에 붕괴된 것”이라고 짧게 평가했다.

2021년 10월29일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토론회가 서울 마포구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석열,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왼쪽부터) 예비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현재로선 尹을 도울 명분이 없다” 

당장 김종인 전 위원장에 버금가는 경륜과 이 대표와 견줄 만한 대중성을 갖춘 인물을 선대위 내에서 찾는 건 쉽지 않다. 이에 윤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었던 라이벌들을 캠프로 불러들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 모두 각자의 팬덤(fandom)과 2017년 대선 출마 등 다양한 선거 경험을 갖춘 ‘정치 고단수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 4강’ 주자 중 윤 후보를 돕고 있는 이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유일하다. 원 전 지사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윤 후보로서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홍 의원은 윤 후보의 취약점인 MZ세대(2030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개혁 색채’가 짙은 유 전 의원의 경우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이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유 전 의원이 합류할 경우 계파 갈등 논란 역시 불식시킬 수 있다.

문제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여전히 윤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윤 후보가 최근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협력을 요청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홍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확한 경위에 대해서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어 “경선에 함께 뛰었던 후보님들께 도움을 요청한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조금 차이가 있어서 거기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의 경우 윤 후보의 우군이 아닌 ‘안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왔다. 홍 의원은 대구선대위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원외에서 윤 후보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4일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율 추락의 본질은 후보의 역량 미흡과 후보 처갓집 비리인데, 그것을 돌파할 방안 없이 당 대표를 쫓아내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5일에는 자신이 만든 소통 채널인 청년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한 누리꾼이 “홍 반장님 절대 (윤 후보의) 선대위원장 수락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요청하자 “더 이상 이용당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라고 답했다. 또 다른 누리꾼이 윤 후보 선대위 합류 보도에 대한 진위를 묻자, 홍 의원은 “오보 전문채널”이라고 짧게 답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이후 윤 후보를 만나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본경선 이후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전 11주년 추모식, 12월10일 소아조로증 환자 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 국민의힘 행사나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 본경선까지 활발히 활용하던 SNS에서도 대선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지난 경선 당시 유 전 의원을 도왔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로선 (윤 후보를 도울) 명분이 없다. 지금 선대본부에 간다고 해도 역할이 모호하다. ‘원팀’이라는 게 단지 위기가 찾아왔다고 해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갑작스럽게 (선대위가) 엎어졌기에 유 전 의원 역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은 같기에 결국 어느 지점에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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