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거 또 없습니다”…후보 교체說에 당대표 사퇴 압박까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6 13: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 두 달 앞두고 국민의힘서 터져 나온 ‘尹 교체’ 요구
비공개 의총서 ‘李 사퇴’ 결의 제안도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2022년 1월6일 현재 여의도 정치판에서 가장 많이 들려오는 평가다. 대선을 불과 2달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가 해체되는가 하면, 당내에서는 공개적으로 후보 교체와 당 대표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에는 “사상 초유의 사태” “전례 없는 갈등”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중이다.

대한민국 74년 선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선거를 앞두고 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경우는 많다. 선거에 임박해 당 지도부가 총 사퇴하거나 후보 교체 요구가 거세졌던 때도 있다. 그러나 금번처럼 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척을 지면서 동시에 사퇴 압박에 직면한 적은 ‘처음’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1월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와 1월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승강기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 ⓒ 시사저널
1월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와 1월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승강기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 ⓒ 시사저널

국민의힘 내홍 ‘역대급’ 소리 나오는 이유

정치권에선 2022년 대선과 같이 격랑의 선거를 치렀던 사례로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거론된다. 당시 제3의 후보로 대선판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과 단일화 조건으로 정치혁신을 주장하면서, 친노와 비노 간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결국 대선을 불과 30일 앞두고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이 총사퇴했다. 지도부 공백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당 대표 권한 대행을 맡으면서 채우게 됐다. 

다만 민주통합당 사례는 당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었지, 대선 후보와 직접적 마찰을 빚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며 신경전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6일) 오전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선거대책본부 인선을 두고 충돌을 벌였다. 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사퇴 촉구 결의를 제안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이 대표는 “거취 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동시에 윤 후보도 교체 요구에 직면했다. 선대위 해체 국면에서 비판의 화살이 이 대표와 윤 후보를 동시에 향하고 있는 셈이다.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고 “새로 거듭나겠다”고 공언했지만, 불과 5시간 만에 참석한 청년 간담회 행사에서 불협화음을 연출하며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곽승용 국민의힘 청년보좌역은 “후보 교체를 원한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했고, 보좌진협의회도 “당 대표와 후보, 의원직 총사퇴 수준의 결기를 가지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치고 나오는 안철수…단일화 요구 커지나

대선 후보가 선거 직전 교체 요구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도 후보 교체 요구가 대두됐다. 1997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에 휩싸인 이회창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교체 요구를 받았다. 2002년에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 후보의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자 위기론이 확산했다. 다만 실제 후보 교체로 이어지진 않았다.

공직선거법상으로도 후보 교체가 실현되기 쉬운 환경은 아니다. 후보자 등록 기간 중 후보자가 사퇴 또는 사망하거나 정당에서 제명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보자 등록 뒤엔 후보 변경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윤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거나 국민의힘이 돌연 윤 후보를 제명하지 않는 한 후보가 교체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무게 추는 벌써 야권 단일화로 쏠리는 분위기다. 전례 없는 내홍 국면 속 제1야당 후보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대안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떠오르는 것이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두 자릿수 지지율로 성큼 뛰어올랐다. 지난 5일 발표된 2030 대상 여론조사(리얼미터, YTN 의뢰, 3~4일 조사, 만 18~39세 1024명 대상)에서는 안 후보가 19.1%를 기록, 18.4%로 나타난 윤 후보를 오차범위 이내에서 앞서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향후 2~3주 동안 안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대선 구도는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내홍을 수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홍이 길어지면서 안철수 후보의 영향력이 커지고 결국 1강 2중 상태로 설 연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안철수 후보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설 연휴 전까지 대선 구도는 3강 체제가 될 것”이라며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