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야심 키우는 마크롱의 재선 가능성은?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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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로 결선투표 오를 것으로 전망…여성 후보 페크레스 돌풍이 관건
기자회견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
기자회견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

미국을 대신해 중동지역에서 그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는 프랑스가 라팔 전투기 다음으로 중동에 들고 갈 초대형 아이템은 원전일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0월12일 수소에너지와 바이오·교통·전자부품 등 과학기술과 산업 분야 대규모 투자계획인 ‘프랑스 2030’을 발표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에 10억 유로를 들이겠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EU에 원전을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는 전체 전기의 70% 이상을 원전에서 얻는 원전 강국이다.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정치적인 이유로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도 풍력이나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부족하면 프랑스 원전이 생산한 전기를 사서 쓸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기상 상황에 좌우되는 ‘간헐성’이 급소이기 때문에 통상 비슷한 용량의 천연가스 발전을 ‘백업’용으로 준비한다. 그런데 EU는 천연가스의 3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역내 에너지 정책에서는 물론 국제정치에서도 러시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은 탈탄소 시대를 맞아 프랑스의 원전 기술을 극대화하면서 유럽의 ‘원전 차르(황제)’로 등극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목표만큼 줄이려면 원전이 필수적이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도 줄일 수 있는 전략적 아이템이다.

여기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 수출의 길을 열 수도 있다. 사우디의 실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국경을 맞댄 UAE가 한국형 원전을 도입해 중동 최초의 원전 운영국이 되자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우디는 국토가 넓어 대형 원전을 가동하면 먼 곳까지 송전망을 구성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든다. 작은 도시 하나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SMR을 여러 군데에 설치하는 게 경제적이다. 마크롱의 SMR 개발 투자에는 이런 야심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10일(결선투표는 4월24일) 재선을 위한 대통령선거에 나설 마크롱은 이념적인 구호나 퇴행적인 공약이 아닌 이처럼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들고나왔다. 마크롱은 아직 “대선후보가 아닌 대통령으로 일을 더 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마지막까지 미루고 있다. 이런 마크롱의 재선 가능성은 어떨까.

프랑스에서 지난해 12월 이뤄진 여론조사 중 대상자가 1만928명으로 가장 많은 입소스 조사(7~13일)에 따르면,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1위인 24%의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우파 공화당의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가 17%로 2위다. 지금 조사대로라면 마크롱과 페크레스가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반이민과 포퓰리즘의 극우도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 좌파·우파가 몰락하면서 결선투표에 진출했던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리 르펜 후보가 14.5%로 4위다. 지난해 12월5일 창당된 새로운 극우정당인 레콩퀘스트의 에릭 제무르가 15%로 3위에 올랐다. 프랑스 정치에서 극우는 퇴조하지 않고, 다만 분열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둘을 합치면 극우는 여전히 1차 투표에서 30% 정도를 얻을 수 있다. 녹색당의 야니크 자도 후보는 8.8%, 극좌 ‘불복하는 프랑스’의 장뤽 멜랑숑은 8.5%의 지지율을 각각 얻고 있다. 전통의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당의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지지율이 4.5%에 불과해 좌파는 여전히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마크롱은 이런 프랑스 정치의 지형도 속에서 탈이념·실용주의를 내세우며 과학기술·산업 혁신, 거기에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통한 21세기형 프랑스의 영광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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