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는 필승 카드?”…역대 선거 봤더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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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휘청’ 安 ‘급등’에 단일화 판 깔렸지만 조기 점화된 신경전
진중권 “단일화해도 승리 장담 못 해”

2022년 대선을 58일 앞둔 10일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기존 2강이었던 선거 구도가 ‘1강2중’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에 따른 내홍 국면으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그 하락분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흡수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야권 내부에서도 단일화 논의에 불을 댕기는 분위기다.

후보 단일화는 거의 모든 대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핵심 전략으로 통해 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 가운데 2007년 17대 선거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단일화 논의가 이뤄졌다. 과거 사례를 돌이켜 보면,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가 대부분 승리를 가져가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22년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가 야권의 ‘필승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 시사저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 시사저널

“단일화 하면 필승” 전망에도 커지는 우려…“승리 장담할 수 없다”

1987년 13대 대선을 포함해 지금까지 치른 일곱 번의 대선에서 단일화 요구가 빗발친 선거는 여섯 번이다. 이 가운데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사례는 세 번이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후보의 DJP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대표적이다. 1992년 대선 당시 이뤄진 3당 합당도 단일화 범주에 속한다. 당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밀리던 김대중 후보는 DJP 연합을 계기로 판도를 바꿨고, 지지율 10%대로 추락하던 노무현 후보도 단일화 이후 상승세를 타더니 대선 문턱을 넘는 이변을 연출했다.

나머지 두 번은 단일화에 실패해 상대 진영에 승리를 빼앗긴 사례다. 1987년 진보 진영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 요구가 일었지만 불발돼 노태우 후보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2017년에도 문재인 후보에 대적하기 위해 홍준표·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요구가 일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특히 2017년 대선 당시 홍 후보와 안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45.44%) 문 후보 41.08%를 넘는 터라, 아직까지도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단일화 불발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012년 11월21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악수한 뒤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012년 11월21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악수한 뒤 각자의 자리로 향하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단일화가 꼭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실패 요인으로는 두 후보 간 ‘불협화음’이 꼽힌다.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보인 난맥상이 유권자의 피로도를 높여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필승’일지 ‘필패’일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결국 단일화 국면으로 갈 테지만 단일화가 된다 할지라도 감동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단일화 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은 반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2021년 6월1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신임 인사차 예방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2021년 6월1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신임 인사차 예방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벌써 단일화 협상 주도권 신경전? “관건은 尹 지지율 회복 여부”

벌써부터 단일화를 둘러싸고 야권 진영에는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서로 단일화 논의를 거부하는가 하면, 국민의힘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향후 펼쳐질 수 있는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여론조사가 승부처”라며 “안 후보의 지지율은 조만간 한 자릿수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가 극적으로 선대위 해체 국면을 봉합하고 정책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만큼 지지율 회복의 여지가 남아있으며,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안 후보는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란 해석이다.

안철수 후보 측도 단일화 논의에 선을 그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완주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며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합당 협의를 거치며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정치로는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안겨드릴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지지율 흐름상으론 안 후보가 상승 곡선을 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KSOI 자체 여론조사 결과(7~8일 조사, 전국 성인남녀 1001명 대상),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안 후보는 15.1%로 껑충 뛰어올랐다. 두 후보 간 단일화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안 후보는 37.3%를 기록, 35.5%의 윤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KSOI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KSOI 제공
ⓒ KSO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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