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집토끼’부터?…‘이대남’ 이어 ‘노인’ 찾은 윤석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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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정치인 영입했던 윤석열, 여가부 폐지 공약 이어 ‘멸공‧노인 마케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손을 잡으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표심 공략에 나섰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해 들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데 이어 반공(反共)‧반중(反中) 구호를 외치며 노인 복지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하자 ‘집토끼’(전통 지지층) 표심을 다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찾았다. 윤 후보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성장한 것에 비해 부끄러울 정도의 노인 빈곤을 보인다”며 “돈을 쓸 때는 제대로 써서 이 문제를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윤 후보에게 “60세 이상 노인에게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월 100만원 정도의 노령 수당을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많이 올리겠다”며 “은퇴한 선생님들이 학생들 공부도 가르쳐주고 과외 지도도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전통 지지층인 6070세대 표심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안 후보가 2030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반등하자 윤 후보가 보수 진영의 ‘전통 우군’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중·멸공 마케팅’이다. 북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권과 대치되는 구호를 외쳐 ‘반문(反文) 유권자’를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앞서 인스타그램에서 75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5일과 6일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러자 윤 후보는 8일 낮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들고 사진을 찍어 언론에 배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집어들어 정 부회장의 ‘멸공’ 구호를 응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진태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SNS에 멸치와 콩 사진을 올리며 ‘멸공 챌린지’에 동참했다.

윤 후보는 노골적인 반중 행보로 여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써왔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며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대신 윤 후보는 “(일본과) 서로 이익을 나누는 관계가 돼야 과거사 문제가 잘 풀린다”며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페미니즘과 선을 긋는 행보도 최근 들어 윤 후보의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윤 후보는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영입하며 ‘이대녀’(20대 여성) 공약에 공을 들인 바 있다. 그러나 새해 선대위를 개편한 뒤 다시금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시선을 돌린 모양새다. 최근 여가부 폐지를 공언한데 이어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내걸었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장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성가족부가 예산으로 따지면 한 10%에서 20%정도 배정되는 성인지 교육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뿌리 깊은 젠더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한 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후보는 10일 인천 선대위 출범식이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멸공 논란을 계기로 윤 후보가 이념 메시지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받고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남성 위주의 공약만 낸다는 지적에 대해선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남성이니 여성이니 분류하는 시각을 자꾸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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