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감 선거, 보수·중도 교육계 단일화가 최대 변수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6 15:00
  • 호수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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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격전지를 가다] 진보진영 박종훈 교육감, 3선 출마 선언…보수·중도 진영, 4명 후보 난립

경남교육감 선거전이 개막됐다. 6월1일 선거를 앞두고 박종훈 현 교육감이 1월5일 출마를 선언했고, 다수의 보수·중도 교육계 후보군도 지난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차기 경남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 등을 대비하는 미래 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된다. AI와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을 학생 중심의 미래 교육에 도입해야 하고, 학교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학생들의 공정한 출발을 위해 교육복지도 확대해야 한다. 단순한 4년 임기의 경남교육감을 뽑는 무대가 아닌 향후 학생들의 온전한 성장 기반이 될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감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광역단체장 선거와 함께 동시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줄곧 ‘진보냐, 보수냐’ 하는 화두를 던져왔다.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같은 정책적 쟁점이 형성된 것도 이때부터다. 2014년 첫 당선된 박 교육감은 4년 동안 ‘혁신 교육’을 이슈로 이끌었고, 2018년 선거에서도 그의 진보적 교육정책이 쟁점이 됐다. 박 교육감은 무상급식과 고교학점제, 미래교육테마파크 등 혁신 교육의 이슈를 주도해 왔다.

박종훈 경남교육감ⓒ경남교육청 제공

박종훈 “미래 교육체계 완성 위해 3선 도전”

경남교육감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박종훈 교육감과 보수·중도 교육계 인사인 김명룡 창원대 교수, 김상권 전 경남교육청 교육국장, 최해범 전 창원대 총장, 허기도 전 산청군수(가나다순) 등 5파전으로 굳어졌다. 이들은 ‘미래 교육’과 ‘학력 향상’을 강조하며 각각 경남교육감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자천타천 중도·보수 교육계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일부 인사는 일찌감치 5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자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육감의 출마 일성은 ‘미래 교육’으로 요약된다. 박 교육감은 1월5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남 미래 교육을 처음 시작했는데, (내가) 리더십을 발휘해 완성하고 싶다”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미래 교육 구축을 위한 리더십을 완벽히 발휘해야 하는 것이 시작한 사람의 책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남교육이 학부모와 도민들로부터 신뢰받고 행복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는 도민과 학부모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중도 교육계 후보들은 ‘학력 향상’을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과도한 평준화 정책으로 경남 학생들의 학력이 부진하다는 주장이다. 김명룡 교수는 “경남의 학력을 전국 6위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김상권 전 교육국장도 “수도권의 명품강좌를 도입해 수도권과 지역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등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가 행복한 경남교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허기도 전 산청군수는 자신의 교육 5대 목표 가운데 첫 번째로 기초학력 향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마찬가지로 최해범 전 총장도 “(박 교육감이) 하향 평준화를 학력 수준 저하와 학력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미화하고 있다. 학력 수준이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도 기호도 없이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는 일반적으로 현직에 유리한 구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박 교육감이 ‘현직 프리미엄’과 지난 ‘혁신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S창원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7~29일 만 18세 이상 경남 도민 1610명을 대상으로 실시(응답률 17.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4%포인트)한 경남교육감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보 적합도는 박 교육감이 21.1%로 선두였다. 이어 김 전 교육국장 2.7%, 허 전 산청군수 2.6%, 김 교수 2.4%, 최 전 총장 2.0% 순이다. 박 교육감이 높게 나왔는데, 나머지 중도·보수 교육계 후보들은 3% 미만에 머물렀다. 

ⓒ김명룡·김상권·최해범·허기도 제공
ⓒ김명룡·김상권·최해범·허기도 제공

보수·중도 균열 여전…“단일화 대원칙엔 공감”

시선은 보수·중도 진영의 단일화 여부로 향한다. 진보진영은 박 교육감을 단일후보로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판 단일화 여지가 남아있을 뿐, 보수·중도 교육계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현재 지지부진하다. 경남교총 관계자는 “경남은 박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며 “이번 선거가 (보수·중도 교육계에) 기회”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현직 교육감이라는 구심점이 있는 진보 교육계와 달리 보수·중도 교육계는 사분오열된 상태”라며 “단일화를 주도할 단체조차도 단일화가 안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앞선 2018년 경남교육감 선거에 박성호 전 창원대 총장 등 3명의 보수 후보가 출마해 박 교육감과 맞붙었다. 당시 세 후보는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그 결과 박 교육감은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48.4%를 득표했지만, 박성호(23.8%)·김선유(16.8%)·이효환(10.9%) 후보 세 사람이 표를 나눠 가진 덕에 손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박 교육감은 2014년 선거에서도 보수진영 분열의 결과로 39.4%의 득표를 하고도 당선됐다. 당시 중도 성향의 권정호 후보와 보수 성향의 고영진 후보는 각각 30.4%, 30.1%를 득표했다(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잇따른 패배를 겪은 보수·중도 교육계는 단일화에 힘을 싣고 있지만, 우려도 크다. 보수·중도 교육감 후보 단일화 작업은 지난해 9월13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 전 교육국장 등 4명은 경남원로회와 경남희망교육연대가 추진하는 단일화 일정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참가합의서에 서명한 뒤 후보 선출을 위한 컷오프 시한 등을 논의해 왔다. 그 결과 범도민 여론조사를 거쳐 1월13일 이전에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앞서 단일화에 동참한 김 교수와 김 전 교육국장은 단일화 시기와 추진 단체 난립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김 전 교육국장은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 추진 단체가 난립해 단일화가 무산됐다”며 “진심으로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면, 이 단체들부터 하나로 만들어 공정하게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중도 교육계에는 경남희망교육연대 외에도 ‘희망 22 경남형 참! 좋은 교육감 후보 단일화·추천위’와 ‘보수교육감 단일화 시즌2’(가칭)가 단일화를 각각 추진하는 바람에 출마 예정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이다.

이후 경남희망교육연대와 보수·중도 교육계 인사들은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는 등 신경전을 벌여왔다. 그러다 이들은 1월3일 기존 4명의 후보자 외에도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군을 더 수렴해 단일화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김 전 교육국장 등 4명은 시사저널과의 잇단 통화에서 “단일화 대원칙에 공감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단일화 과정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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