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또 붕괴사고, 공염불 그친 정몽규의 약속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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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재(人災) 가능성 제기…“공기 단축 위해 무리한 타설 가능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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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 7개월 만이다.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정 회장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을 전적으로 수용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11일 오후 3시46분경 광주 서구 화정동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4층 양쪽 외벽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사고로 작업자 6명의 연락이 두절됐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28~31층에서 창호 공사 등의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타워크레인 붕괴 및 외벽 잔재물 추가 낙하 위험을 고려해 실종자 수색을 잠정 중단했다. 안전진단과 적절한 조처를 거쳐 수색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인명·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당시 도로변 컨테이너에 머물던 작업자 2명이 건물 잔해에 갇혔다 소방대에 구조됐고 1층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 1명은 잔해물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또 외벽에서 떨어진 구조물이 공사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 20여 대를 덮치기도 했다.

당국은 현재 명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재(人災) 가능성을 제기한다. 아래층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위층에 타설을 하는 과정에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외벽이 무너져내렸으리란 분석이다.

사고 이후 경찰·소방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사고 현장에 전문가를 급파해 현장을 수습하고 사고 경위·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부는 붕괴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했다.

광주광역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재 광주 지역 내에서 진행 중인 5개 단지 약 9000가구 규모의 공사를 모두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검찰도 나섰다. 대검찰청은 광주지방검찰청·광주지방경찰청·광주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철처한 수사를 주문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붕괴 참사로부터 불과 7개월 만이다. 당시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건설현장 근로자가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작업중지권을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발생 원인과 위험 통제 모니터링을 하나의 시스템을 연결한 스마트 안전보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우선 급선무인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향후 대책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또 다시 머리를 숙였다. 1월12일 현장을 찾은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실종자들과 광주 시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사고 직후 경영진을 포함한 본사 임직원을 현장에 보내 수습과 원인 파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는 공교롭게도 정부가 광주 재개발 현장 붕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한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 벌어졌다. 개정안은 건축물 해체공사 현장의 사고 예방을 위해 허가권자의 점검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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