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반짝 효과 아닌 安 지지율, ‘단일화’ 최대 변수로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5 10:00
  • 호수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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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승세 배경에는 ‘尹 삐끗 따른 반사체 + 도덕성 우위 발광체’ 자리 잡아
지지율, 쉽사리 주저앉지는 않을 듯

선거일을 두 달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 대선 판세가 더욱 요동치고 있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안팎으로 윤석열 후보를 앞서가던 이재명 후보의 상승 추세는 주춤한 채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사람 리스크’가 연달아 불거졌던 윤석열 후보는 1월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준석 효과로 2030 MZ세대 지지율이 오르면서 지지율 회복을 모색하는 국면이다.

이런 와중에 단연 지지율이 급상승한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지난 연말 무렵까지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안 후보는 신년 여론조사에서 10%대 중반까지 올라가며 윤 후보에게 상당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안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윤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집중 논의되는 쪽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제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최대 변수는 ‘안철수와 윤석열의 단일화’라는 진단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상승 추세인 안 후보의 지지율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한 첫 번째 이유는 우선 ‘윤석열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윤 후보는 오차 범위 안이든 밖이든 이재명 후보를 앞서는 추세였다. 그러나 ‘사람 리스크’를 겪으면서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윤 후보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인물은 이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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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경쟁력만 있다면 安도 상관없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자체 조사로 1월7~8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본 결과 이재명 37.6%, 윤석열 35.2%, 안철수 15.1%, 심상정 2.3%로 각각 나타났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 범위 내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윤 후보가 지난 연말부터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동안 안 후보의 지지율은 15%대까지 치고 올라갔다(그림①).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이가 안 후보다. 안 후보는 이념적으로 중도층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보수 쪽에 가까운 중도 성향이다. 지역적으로도 PK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윤 후보가 흔들리는 사이 이탈한 20대와 30대를 견인했다. 윤 후보 하락세에서 가장 크게 ‘반사이익’을 가져간 결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이탈 지지층뿐만 아니라 이 후보와 심 후보 지지층 일부까지 가져갔다.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의 두 번째 배경은 ‘정권교체 여론의 속성’ 때문이다.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로만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선거라면 갑작스러운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이 불확실성과 불투명성 그리고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국민의힘 경선에 나온 후보들 중 정권교체 목표 달성이 가장 가능한 후보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문(反文) 정서를 극대화하고 정권교체 여론에 올라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적임자로 본 것이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그리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며 일약 제1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배우자 김건희씨 리스크와 선대위 내부 갈등에 대처하는 윤 후보의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안 후보를 그 대안으로 검토하게 됐다.

안 후보, 尹·李와 달리 ‘가족 리스크’ 없는 도덕성 강점

MBC 《시선집중》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1월7~8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다른 후보가 되는 것이 싫어서’라는 의견이 30.9%였고,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라는 응답이 29%로 나타났다(그림②).

안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이고, 윤 후보가 보이지 못하고 있는 자질과 능력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 결과로 해석된다. 즉 보수진영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안 후보를 선택한다면 ‘정권교체 여론’ 때문인 것이다. 윤 후보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안 후보가 이 후보를 이기고 정권을 교체할 경쟁력을 갖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되면 좋지만 정 안 된다면 안철수 후보로라도’라는 ‘정권교체 여론의 속성’이 안 후보의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지지율 상승의 세 번째 이유는 ‘가족 리스크 없는 도덕성’이다. 지금껏 안 후보를 평가할 때 도덕성은 별로 중요한 기준이 되지 못했다.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은 도덕성이 선거 중심에 서지 못했던 선거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유례없는 비호감 대선으로 평가받는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욕설 녹음과 아들 도박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윤석열 후보는 배우자 리스크가 선거 국면에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반면에 안 후보는 자신이나 가족 리스크 부담이 거의 없는 후보다. 배우자는 안 후보와 같은 의사 출신이고, 딸은 미국 유학 후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미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도덕성에 전혀 하자가 없다는 점이 2030 MZ세대, 여성,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이유다. MBC 《시선집중》의 조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절대 투표하지 않을 후보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30%를 웃돌았고, 안철수 후보는 가장 낮은 4.4%로 나타났다(그림③). 수치가 높을수록 비호감이 많다는 의미다.

나타난 안철수의 약진은 단순히 반사이익에 따른 상승만은 아니다. 유력 후보들의 부족한 틈새를 파고든 결과다. 상승한 지지율은 반사체 지지율뿐만 아니라 발광체 지지율의 속성이 담겨 있다. 쉽사리 주저앉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단일화가 거론되는 윤석열 후보에게 안철수 후보의 약진은 당장 위협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올라간다면 이재명 후보에게도 부담이 된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단순한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단일화 국면이 바야흐로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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