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건강자산 가치는 얼마입니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7 10:00
  • 호수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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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위기 돌파 위해 경영 전략 짜듯 자신의 건강 유지에도 ‘경영 전략’ 필요”
건강을 자산으로 평가해 12가지 행동 패턴 습관화해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일까. 시험에 낙방했을 때도, 경제적으로 쪼들릴 때도 아니다. 자신의 건강을 잃을 때가 최대 위기다.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경영 전략을 짜듯이 자신의 건강 유지에도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요즘 국제 의료계의 트렌드다. 건강을 자산으로 평가해 자극을 받고 12가지 행동 패턴을 습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대한의학회지(JKMS)에 건강 경영 전략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 연구의 기초 자료를 위해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한국건강학회 이사장)와 심진아 한림대 인공지능융합학부 교수는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인생 위기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인생 위기 1위는 ‘나의 건강’(18.6%)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과 ‘과도한 업무·피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18년에는 인생 위기 1위가 ‘미세먼지 등 환경’(18.9%)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나의 건강’이 1위로 올라온 것은 약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건강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시사저널 포토
ⓒ시사저널 포토

윤 교수는 “위기를 위기로만 여기는 사람과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건강 유지에 의지가 있는 사람의 건강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배 좋은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밝혀졌다. 특히 우울증에서는 6배나 차이가 났다. 나는 환자를 진료할 때 꼭 묻는 말이 있다. 왜 건강해지고 싶은지를 물어보면 대개 마땅한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이 건강하려는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무병장수한다는 것이 의학적으로도 확인됐다. 한마디로 건강은 목표를 가지고 경영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흔히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꼽는다. 그래서 새해에는 건강하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자신도 건강을 챙기려고 다짐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그나마 육체적 건강 상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건강의 개념은 육체적 건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강에 대한 가장 명쾌한 정의는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건강이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충족된 상태이지,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 건강은 인체에 질병이나 상처 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체력이 정상인 상태를, 정신적 건강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겨낼 수 있으며 기분이 안정된 상태를, 사회적 건강은 사회적으로 자기 일을 잘 수행하고 사회적 인간관계가 좋은 상태를 의미한다. 최근 국제 의료계는 ‘영적(靈的) 건강’도 건강의 정의에 포함한다. 영적 건강이란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나 명상 등을 통해 삶의 분명한 의미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육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은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만으로는 지킬 수 없다. 건강해야 하는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위기에 처한 기업이 전략적 경영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그는 건강을 경영하는 방법을 임상시험을 통해 찾았다. 그것이 자가건강경영전략(SAT-Life)이다. 다소 생소하지만 쉽게 정리하면, ‘강력한 동기부여→건강한 생활패턴→습관화→만성질환 예방→건강과 삶의 질 유지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건강도 자산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경영할 대상” 

우선 강력한 동기부여를 위해 윤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건강 스캐닝(Health Scanning)이다. 스캐닝은 본래 병이 있는지를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로 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신의 건강 상태를 먼저 살펴야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그는 일반인이 손쉽게 건강 스캐닝을 하는 방법으로 ‘건강자산(Health Assets)’ 개념을 제시했다. 건강자산이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자산 가치로 산정한 것을 말한다. 

연구를 통해 한 개인의 최대 건강자산은 일반적으로 연간 소득의 3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 5805만원인 사람이 자신의 건강자산을 연간 소득의 3배로 인식한다면 그의 최대 건강자산은 약 1억7415만원이 된다. 이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100점, 즉 최고라고 생각할 때의 가치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평가한 점수가 50점이라면 현재 건강자산은 약 8707만원, 건강손실은 약 8707만원이다. 

윤 교수는 “건강자산 개념은 건강의 가치를 수치화해 건강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함이지 단순히 건강을 돈의 가치로 매기는 것이 아니다. 총 건강 상태는 육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에 각각 가중치를 두고 평가해 총합 점수로 표시한다. 이 4가지에 대한 평가 점수가 총 100점이 될 때 최대 건강자산이 된다. 일반인이 계산하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앱(건강자산K)을 개발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최대 건강자산, 현재 건강자산, 건강자산 손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자신의 건강에 얼마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건강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앱을 내려받은 백하영씨(여·34)는 자신의 건강자산을 계산해 봤다. 최대 건강자산은 2억8656만원, 현재 건강자산은 1억9368만원으로 산출됐다. 이는 또래 30대 여성과 비교할 때 1억908만원 많은 수치다. 건강손실은 약 9288만원이다. 7~8년 동안 서울에서 필라테스 코치 경력을 가진 그는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한 보람을 느꼈다. 육체적 건강은 좋아도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을 챙기지 못해 건강손실이 있는 것 같다. 이 앱을 사용하면 전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동기부여 후에 할 일은 자신의 행동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는 건강손실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수십 년 동안 환자를 진료하면서 육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 12가지 행동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1) 긍정적 마음 가지기 2) 규칙적인 운동 실천하기 3) 건강한 음식 바르게 먹기 4) 적극적인 삶 살기 5)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기 6) 남을 도울 수 있는 시간 갖기 7) 신앙·종교생활 하기 8) 금주하기 9) 금연하기 10) 과로는 금물, 나에게 맞는 생활 하기 11)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 보내기 12) 약물 복용하기 등이다(별도 표 ‘건강자산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행동 패턴’ 참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시간 갖기는 실제로 연간 100시간의 자원봉사를 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에서 나온 항목이다. 과로는 금물, 나에게 맞는 생활 하기는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 보내기는 친구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 즉 사회적 건강을 뜻한다. 약물 복용은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위한 약물을 착실히 복용하는 것도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필라테스 코치 백하영씨(34)는 ‘건강자산K’ 앱을 통해 자신의 건강손실이 9288만원인 것을 확인했다.

효과적인 건강 행동 패턴 12가지 체크하고 실천해야

또 12가지 항목마다 몇 가지씩 수칙이 있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긍정적 마음 가지기’에는 (어떤 일에서)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도 거기에서 3가지 긍정적 의미를 찾으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등 몇 가지 구체적인 실천법이 있다. 윤 교수는 “가장 효과적으로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수칙을 12가지 항목마다 붙였다. 12가지 생활습관과 실천 항목을 6개월 이상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만 성공하면 그 후에 유지하기는 쉽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평생 몸에 밴 습관을 한 개인의 의지만으로 고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 분야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윤 교수의 다음 도전은 건강 코칭 개념을 실용화하는 작업이다. 스스로 행동 패턴을 습관화하지 못하는 사람은 디지털과 사람의 도움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2’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도 헬스케어와 관련된 디지털 기술이었다. 

윤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디지털 코칭과 휴먼 코칭을 접목하면 건강 경영에 향상을 가져와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연구로 얻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건강 경영 앱을 사용한 사람의 심혈관질환이 개선됐다. 건강 상태는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인 도움은 전문 코치로부터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어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자산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행동 패턴

1 긍정적 마음 가지기

①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도 거기에서 3가지 긍정적 
의미를 찾는다.

② 과거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강하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③ 어려울수록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④ 내가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⑤ 내가 주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2 규칙적인 운동 실천하기

① 운동하는 시간을 미리 지정해 두어 그 시간에는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

②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와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 등을 확인한다.

③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다.

④ 목적지 도착 전에 반드시 일정한 거리를 걷는다.

⑤ 걸을 때는 운동이 될 정도로 빠르게 걷는다.

3 건강한 음식 바르게 먹기

① 과식한 상황에서는 죄책감만 느끼고 있기보다는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더 한다.

② 채소나 채소의 농약을 깨끗하게 씻어 먹는다.

③ 식당에서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면 채소가 많은 음식(샐러드)을 선택한다.

④ 허기가 지고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오이와 당근 등 신선한 채소로 배를 채운다.

⑤ 하루 최소 2리터 이상의 물 섭취를 위해 큰 컵으로 5번 이상 물을 마신다.

⑥ 맛있는 것만 찾아 먹기보다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⑦ 고기를 먹을 때는 기름을 제거하고 먹는다. 

4 적극적인 삶 살기

① 지금, 여기에 충실하게 생활한다.

②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더 나아질 나를 생각하며 계획을 수정·발전시킨다.

③ 삶의 분명한 목적을 생각해 본다.

④ 눈에 보이는 곳에 목표를 적어 두고 상기한다.

⑤ 전체 일정을 생각해 보고 빠진 일들을 적극적으로 챙긴다. 

5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기

①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② 장기적으로 질환 관리를 함께 할 의사를 믿고 따른다.

③ 건강검진 결과를 꼭 확인하고 추가 검사가 필요하면 꼭 받는다.

④ 병원에서 검진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몸의 변화는 자신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6 남을 도울 수 있는 시간 갖기

① 다른 사람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돼준다. 

② 나눔을 통한 즐거움과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③ 매월 일정액을 타인을 위해 쓰는 돈으로 정해 둔다. 

④ 매주 혹은 매달 정기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7 신앙·종교생활 하기

① 순간순간의 어려움보다는 전체의 과정과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② 하루 10분간 명상이나 요가를 통해 생활의 활력소를 찾는다.

③ 삶에서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먼저 명상과 명언으로 방향성을 찾는다. 

8 금주하기

① 내 건강 상태가 나쁨을 주변에 얘기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② 한 번 술을 마신 후 2~3일은 마시지 않는다.

③ 다른 사람의 음주 권유를 단호히 또는 정중히 거절한다.

④ 금주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도한다.

9 금연하기

① 식후에 흡연하고 싶을 때는 담배 대신 양치질을 한다.

② 주위 사람에게 내가 흡연하지 않음을 당당히 밝힌다.

③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금연 시 가족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

④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는 껌을 씹는다. 

10 과로는 금물, 나에게 맞는 생활 하기

① 하루 시간 계획을 할 때에는 휴식·예비 시간을 충분히 배정한다. 

② 휴식하는 시간에는 복잡한 생각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충분히 쉰다. 

③ 너무 많은 일을 급하게 하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해둔다. 

④ 규칙적으로 여가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을 만든다. 

⑤ 직장생활, 사생활, 취미생활의 균형 있는 계획을 세운다. 

11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 보내기

① 1주일에 한 번은 가족(부모 포함)에게 전화한다.

② 지금, 이 순간 가족이 옆에 있는 것에 소중함을 느낀다.

③ 사랑하는 사람과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류하고 좋은 기운을 받는다.

④ 동료, 이웃 주민들과 마주칠 때 먼저 웃으면서 인사한다. 

12 약물 복용하기

① 때맞춰 약물 처방을 받는 것을 잊지 않고 일정을 관리한다.

② 복약 중인 약물의 이상 반응에 대해 항상 점검한다.

③ 가정의 상비 약품함을 수시로 정리해 오래된 약은 폐기한다.

④ 주위 사람들의 정확하지 않은 말에는 솔깃하지 않는다. 

● 각 세부 항목을 6개월 이상 반복한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심진아 인공지능융합학부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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