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안철수가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5 14:00
  • 호수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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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50]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 SNS 게시글 전수 분석
李 “위기·경제”…지지율 오를수록 야당 비판 줄이고 공약 늘려
尹 “일자리·미래”…이재명보다 문재인 대통령 저격 집중
安 “과학·기술”…윤석열·국민의힘 비판엔 소극적

향후 5년 격동의 세계 정세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기까지 우리에겐 단 50일이 남았다. 역대 대선에서 50일을 남기고 승부가 극적으로 뒤바뀐 기록은 드물었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판세를 뒤집은 2002년 ‘노무현 드라마’가 사실상 유일하다. 기존의 흐름을 바꾸고 반전을 꾀하기에 50일은 누구에게도 결코 여유롭지 않다.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 50일은 어떤 역사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2012년 문재인 후보는 대선을 50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장미 대선이 치러진 2017년, 탄핵이라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대선 50일 전까지 각 당은 전국을 돌며 당내 후보 경선을 치르기에 바빴다.

그리고 지금, 어느 후보가 승리해도 극적인 드라마일 만큼 우리는 전례 없는 안갯속 선거를 경험하고 있다. 후보가 띄우는 메시지 하나, 캠프가 제시하는 캠페인 하나에 판세는 출렁거리고 여론조사마다 결과는 뒤바뀐다. 관심을 받지 못했던 제3 후보의 막판 급부상은 판의 변수를 키우고 있다.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앞으로 남은 50일, 당과 후보가 띄우는 말 한마디가, 한마디 이상의 가치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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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갈릴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여야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의 메시지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대선이 치러지면서 후보들은 SNS를 통한 소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사저널은 현재 두 자릿수 지지율로 여론조사에서 1~3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가장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SNS인 페이스북의 게시물을 전수 분석했다. 기간은 이들이 모두 각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인 지난해 11월6일부터 1월11일까지 67일로 설정했다.

※ 2021년 11월6일(세 후보 모두 확정)~2022년 1월11일 SNS 조사 ‘국민’ ‘정치’ ‘대선’ ‘대한민국’ 등 원론적 단어 제외

■ 李 ‘위기’ ‘경제’ ‘확대’ 강조…‘대장동’ ‘공수처’엔 소극적

가장 많은 글을 올린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였다. 이 후보는 67일간 179건, 하루 평균 3개에 가까운 글을 꾸준히 게시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88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52개의 글을 작성했다. 글의 길이도 이 후보가 한 게시물당 평균 652자로 다른 두 후보(윤석열 609자, 안철수 402자)와 비교해 길었다. 이 기간 이 후보의 게시물들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는 대개 일관적이었다. 평균적으로 2000개에서 4000개 사이의 좋아요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의 소회나 반성을 적은 글 또는 부모님 묘소에 절을 올리는 모습 등 개인적인 사진에 대중은 더욱 크게 반응했다.

이 후보가 올린 글의 유형도 내용에 따라 나눠봤다. 공약을 소개하는 글이 179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정을 소화한 소감, 또는 그 무렵 발생한 사건·사고를 언급하고 관련 정책을 약속하는 유형의 글이 52건에 달했다. 연속된 산재 사망사고 보도를 거론하며 하청 노동자 안전 대책을 내놓는가 하면, 반려동물 전문가와의 만남 이후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를 제시하는 식이었다. 이 후보는 주로 경기지사 시절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며 이를 국가 규모로 확대해 제시하는 형식도 자주 취했다. 여기에 더해 작은 생활 공약을 담은 ‘소확행’, 문재인 정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관련 내용만 정리한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 시리즈를 1월11일 기준 각각 44건째, 5건째 별도로 연재하고 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적 메시지는 27건에 달했다. 지난해 11월~12월초 윤 후보의 실언이 연달아 나올 무렵, 이 후보의 비판 빈도 역시 높게 나타났다. 12월 중순이 지나면서 이러한 글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기록하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지지율 우세가 거론되기 시작한 12월20일을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 이후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은 3건에 불과했다. 이 후보의 글 가운데 윤 후보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배우자 김건희씨와 장모 문제 관련 내용은 전무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를 향한 이 후보의 메시지는 극히 드물었다. 간간이 정부에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으나, 문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179건의 글에서 이 후보는 다양한 ‘위기(106회)’를 언급하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경제(99회)와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성장’(83회), ‘시장’(76회), ‘민생’(68회)과 같은 연관어들을 반복하며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동시에 자신의 시그니처이자 문재인 정부의 기조이기도 한 ‘공공’(73회)의 ‘확대’(99회) 방안도 여러 형태로 제시했다. ‘노동’(61회)과 관련해선 세 후보 중 유일하게 여러 차례 언급하며 ‘노동 존중 사회’를 강조했다. 반면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인 ‘대장동’에 대한 언급은 극히 적었다. 통신조회 등의 논란을 안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관련해서도 다른 두 후보와 달리 언급하지 않았다.

대상별로 살펴보면 ‘청년’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청년면접수당’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 ‘청년 기본소득’ 등의 공약과 함께 쓰였다. 이 후보뿐 아니라 윤석열·안철수 후보 역시 어느 대상보다도 ‘청년’을 자주 언급했다. 후보마다 이번 대선 최대 캐스팅보터인 청년들의 표심 잡기에 그만큼 몰두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이 후보는 사회적 약자로 꼽히는 ‘청소년’(38회), ‘여성’(33회), ‘비정규직’(18회), ‘장애인’(17회) 등도 고루 언급했다.

■ 尹 ‘여가부 폐지’ 호응 최다…사회적 약자 언급 저조

67일간 총 88건의 글을 게재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공약을 소개하는 글을 가장 많이 올렸다.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상부터,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 200만원 급여’까지 총 35번의 약속을 대중에게 건넸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이야기로 출발해 정부와 차별화되는 자신의 공약을 제시하는 방식을 주로 취했다.

윤 후보의 경우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보다 문 대통령과 정부를 더욱 자주 겨냥했다. 윤 후보가 게시물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대상 역시 ‘청년’(77회)도 ‘민주당’(55회)도 ‘이재명’(46회)도 아닌 ‘문재인’(78회)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조회 배후로 문재인 정부를 지목하며 ‘윤석열 정부에서의 언론 자유’를 약속했다. ‘부동산’(31회)과 관련해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거듭 피력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과 관련한 말 바꾸기 행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재명 정부’를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로 정의하며 거듭 ‘정권교체’(29회)를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88건의 글을 쓰면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경제’(38회)와 관련한 개념을 많이 사용했다. ‘일자리’를 65회 반복하며 가장 많이 거론했는데, 대부분 청년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함께 썼다. ‘기업’(38회)과 ‘시장’(33회)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거나, 자본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윤 후보의 경우 ‘자영업자’(5회), ‘소상공인’(1회)을 직접 지칭하며 내놓은 메시지는 특별히 없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견제하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청소년’(2회), ‘장애인’(1회), ‘비정규직’(1회) 등 약자와 관련한 내용 역시 극히 적었다.

윤 후보의 SNS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이준석 대표와의 연대 여부에 따라 게시물의 호응도 차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대선후보 확정 이후 윤 후보의 글은 평균 3000개 안팎의 좋아요를 기록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대표와의 관계 봉합 후, 이전과 달라진 스타일의 글을 올리면서 최대 3만여 개의 좋아요와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 대표와의 이른바 ‘울산 회동’ 이후, 빨간 후드티를 나눠 입고 찍은 사진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대표와, 이 대표의 색이 가미된 메시지를 향한 2030세대의 지지가 윤 후보의 게시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윤석열 후보와 야당을 향한 비판은 줄이고 공약을 제시하는 게시 빈도를 늘려 갔다. 윤 후보의 경우, 이준석 대표와의 화해 후 게재한 게시글의 호응도가 압도적으로 증가했다.ⓒ이재명, 윤석열 페이스북

■ 安 전문성 강조…이재명·윤석열 비판엔 온도차

안철수 후보는 같은 기간 총 152개의 글을 올렸다. 그중 별도의 메시지 없이, 단순한 일정 공지나 유튜브 영상, 언론 인터뷰 기사 링크만 공유한 글이 81건에 해당한다. 이를 제외한 71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정책이나 공약을 소개한 글은 30건이었다. 안 후보는 의사, IT벤처 기업인 등 자신의 과거 이력을 공약에 적극 활용하는 특징을 보였다.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역시 ‘과학’(96회), ‘기술’(86회), ‘방역’(64회), ‘의료’(52회) 등이었다.

안 후보는 ‘5대 초격차 과학기술 확보’ 등의 비전을 내세우며, 법조인 출신 양당 후보를 ‘내수용 대통령’으로 깎아내렸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어느 후보보다 자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자신의 의료봉사 경험을 언급하며 한계에 다다른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했다. 반면 정부의 부동산과 관련한 비판은 예상외로 적었다. ‘LH 사건’에 대한 검찰의 엉터리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거의 유일했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에 비해 경제정책을 제시하는 빈도도 적었다.

안 후보는 ‘양당’(30회)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15회 냈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쌍특검을 양당 모두에 촉구했고, “기득권 양당 중 누가 승리하더라도 국민은 더 분열한다”며 자신을 통한 ‘시대교체’를 강조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만을 향한 비판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후보의 여러 정책을 저격하며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반면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만을 비판하는 글은 1건도 없었다.

후보 게시물에서 역시 가장 많이 거론한 대상은 ‘청년’(97회)이었다. ‘문재인’(29회), ‘자영업자’(23회) 등이 뒤를 이었다.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2회), ‘장애인’(2회) 등에 대한 언급은 적었으며, 특히 ‘여성’은 71개의 글 가운데 단 한 번도 지칭하지 않았다. 최근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와 함께 글에 대한 전반적인 호응도가 급상승한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최다 좋아요와 댓글을 기록한 글들은 대부분 1월 들어 올린 것이다. 그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내용은 1월5일 이 후보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에 이어 제시한 ‘탈모 카피약 가격 인하와 탈모 신약 연구·개발 지원 약속’에 관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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