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때문?…‘심상정 돌연 잠적’의 3가지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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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인재난과 부족한 지역기반 한계에 직면
안철수 부상하면서 ‘대안 주자’ 이미지도 깨져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돌연 잠적했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주요 보직자들의 총사퇴를 결의하며 분란을 수습하고 있지만 정작 심 후보의 정확한 의중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심 후보의 실망감이 비단 낮은 지지율 탓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21대 총선부터 지적받아온 당내 고질적인 인재난과 부족한 지역 기반, 의제 설정 부재라는 ‘3중고’가 심 후보의 절망감을 키웠을 것이란 추측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극복 대책 촉구 의료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극복 대책 촉구 의료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정의당은 여영국 대표 주재로 긴급선대위회의를 열고 심 후보의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했다. 심 후보가 12일 당직자들과의 연락을 모두 끊고 선거 일정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정의당 선대위는 논의 끝에 주요 보직자들의 총사퇴를 결의했다. 선대위를 ‘리셋’함과 동시에 당내 쇄신 방안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심 후보는 12일 선대위를 통해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후보 사퇴론이 불거졌다. 이후 여 대표를 비롯한 당 수뇌부가 심 후보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 후보는 자택에서 머물며 외부의 연락을 일체 받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떨어진 지지율이 심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 후보는 지난해 10월12일 정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지지율이 줄곧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보다도 지지율이 뒤처지는 결과를 받아들기도 했다. 심 후보는 12일 한국기자협회 토론에 참석해 “제가 대안으로서 국민에게 아직 믿음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많은 고민이 된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심 후보 잠적의 이유를 최근 발표된 ‘숫자’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의당의 위기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어서다. 이미 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다.

정의당은 한 때 15% 넘는 지지율을 자랑하며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노렸다. 그러나 그런 정의당의 꿈은 21대 총선에서 한 순간 무너져 내렸다. 75명의 지역구 후보 가운데 심 후보(경기 고양갑 당선) 한 명만 당선됐다. 20대 국회 의석수에 비해 단 한 석도 늘어나지 않았다. 당시부터 심 후보는 정의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고질적인 인재난과 부족한 지역기반이 정의당의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박 전 의장은 2020년 4월22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당이 힘을 가지려면 지역에서 경쟁력을 길러 자립적으로 당선될 수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며 “그러나 현재 지역구에서 심상정 의원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장은 “여당 쏠림 현상 때문에 원내에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더 축소되고 있다”며 “원내외를 아우르며 다양한 정치‧사회적 의제를 발굴하려 노력해야 한다. 2년 뒤 대선에서는 정의당이 반드시 의제를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의장의 다짐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되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지대 대안 주자’로 부상하며 심 후보의 입지는 더 줄어들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진영정치가 심화되며 제3지대 정치는 몰락했다”며 “심 후보는 진영정치 폐해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이번 대선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 할 것이란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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