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김건희 리스크’…‘7시간 녹음 파일’ 뭐가 담겼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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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제차단 ‘총력대응’…또 대선판 ‘흔들’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한 유튜브 채널 기자와 통화한 7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이 공개될 것이란 예고 때문이다. 김건희씨와 기자가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인 만큼, 녹음 파일에는 민감한 사안이 다수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서둘러 의혹 차단에 나섰다. 해당 기자를 고발하는가 하면, 녹음 파일 보도에 대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면서다. 윤 후보 지지율을 한 때 출렁이게 만든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김씨가 다시 대선 판을 뒤흔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021년 12월26일 오후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서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021년 12월26일 오후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서는 모습 ⓒ 연합뉴스

‘김건희 7시간’으로 고개 드는 ‘리스크’ 우려

국민의힘은 13일 일제히 김건희씨 녹음 파일 공개를 두고 “악질 정치공작”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아주 비열한 정치공작 행위”라고 했다. 김재원 클린선거전략본부장은 “몰카보다 더 저질”이라고 악평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해당 녹음 파일의 보도를 준비 중인 MBC를 상대로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날 통화 녹음의 당사자인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소속 A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녹음 파일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A 기자는 지난해 7월부터 12일까지 20여 차례 김씨와 나눈 7시간 분량의 통화를 녹음했다. 그리곤 “공영방송이 보도해야 한다”는 이유로 MBC 소속의 한 기자에게 녹음 파일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처음 알린 오마이뉴스 측은 해당 녹음 파일에 문재인 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검찰 수사, 김씨와 조아무개 삼부토건 전 회장과의 관계, 양아무개 전 검사와의 관계 등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김씨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포함됐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민의힘은 방송금지가처분까지 신청하면서 녹음 파일 비공개를 압박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공개를 밀어붙이려는 분위기다. 《서울의 소리》 측은 MBC 보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녹음 파일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MBC 《스트레이트》가 오는 16일 관련 내용에 대한 보도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그의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그의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김건희 리스크 폭발력 지닐 것” vs “이미 효력 다 해”

녹음 파일이 공개되고 김씨가 부적절한 표현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씨는 이미 허위 경력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전력이 있어서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모두 제 불찰”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해당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해 김씨를 사기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 고발한 한 시민단체는 지난 9일 “언론 보도로 확인된 것만으로도 상습사기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기소를 촉구했다.

당장 여권도 ‘김건희 리스크’를 재차 부각하고 나섰다. 박영선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전날(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상에 어느 대선 후보 부인이 기자와 7시간 통화를 하겠느냐. 그것 하나만 보더라도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짐작이 갈 것”이라며 “후보 부인이 선거에 나오지 못할 정도의 상황은 비정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열린민주당 대변인)은 “김씨와 A기자 간 통화 내용이 공개되고 김씨가 허위 경력의혹으로 기소까지 된다면 이슈들이 폭발력을 지닐 수 있고, 여기에 윤 후보 장모의 양평 땅 개발을 포함한 각종 사건의 수사가 공정했는지 검증받는 과정이 대선까지 남은 55일 간 펼쳐질 수 있다”면서 “이런 사건들이 설 밥상 민심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건희 리스크’는 이미 효력이 다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권자들이 김씨 관련 이슈로 지지 의사를 바꿀 타이밍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김건희 리스크는 물 건너갔다고 본다. 이슈로서 폭발력을 갖긴 어려워졌다”며 “배우자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보다 후보 본인의 말실수 악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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