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무산…민영화 향한 험난한 항해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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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한화·효성·SM 등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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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에 그쳤다. 유럽연합(EU) 기업결합 승인 불허 결정의 결과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 주인 찾기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자로 나설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데다, 해외 매각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는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최종 불승인하기로 했다. 두 기업 결합 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생길 수 있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3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신고 대상 6개국(한국·EU·중국·일본·싱가포르·카자흐스탄) 모두의 승인을 인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 등 3개국은 두 기업의 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그러나 EU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는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은은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한화·효성·SM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철강 사업의 전방산업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다는 점과 전용선 발주 등의 연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에서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건조기술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화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다.

효성그룹의 효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손잡고 친환경 선박 핵심장비를 개발하는 등 관계가 깊다. SM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조선과 해운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이밖에 삼성그룹도 한때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됐지만,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에서 이미 LNG 운반선을 건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포스코·한화·효성그룹은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먹거리 포트폴리오 실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인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 할 경우 해외 매각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방산 부문을 분리한 뒤 나머지 부문만 해외에 매각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해외 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중국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선박기술 유출돼 국내 조선사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사업 부문을 분리·매각한 뒤 재차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사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조선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LNG선 사업 부문을 떼어낸 대우조선해양에 현대중공업이 매력을 느낄지도 확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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