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질문하라, 그리고 들어라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7 08:00
  • 호수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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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유튜브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라를 구했다’라는 평이 왜 나오는지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그래서 190분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 정색하고 들여다봤다. 유튜브 방송 ‘삼프로TV 경제의 신과함께’가 방영한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 얘기다. 이 두 영상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출연해 세 명의 패널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삼프로TV’는 증시 관련 유튜브 방송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고 구독자 수도 많다고 알려진 곳이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성지’급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방송에 유력 대선후보들이 잇달아 참석했으니 큰 얘깃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윤석열·이재명 편에 몰린 1000만 이상의 조회 수가 그 화제성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이 영상에 나타난 두 후보 답변의 질과 태도는 여러 면에서 대비될 만했다. 영상을 본 구독자들의 시청후기에서도 그 차이점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반응을 염두에 둔 탓인지 방송이 나간 후 윤석열 후보는 “삼프로TV가 어떤데 인지 전혀 모르고 나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대선 관련 여론조사 그래프가 크게 요동쳤다. 수치가 가파르게 치솟거나 떨어지더니 급기야 1위와 2위 자리가 완전히 뒤바뀌기까지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윤석열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사과 기자회견과 앞서 말한 ‘삼프로TV’의 영향이 컸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건 사이에는 서로 관통하는 키워드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묻고 답 듣기’다. 김건희씨의 사과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취했음에도 묻고 답을 듣는 과정이 배제됐다. 오직 당사자의 일방적인 언설만 있었을 뿐이다. 반면에 ‘삼프로TV’는 ‘묻고 답 듣기’라는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출연한 후보들에게 모두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던져 그들의 답변이 어떻게 다른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이 ‘묻고 답 듣기’는 기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때맞춰 해야 하는 상황을 수도 없이 맞닥뜨린다. 기자라면 독자나 시청자, 즉 국민을 대신해 물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반드시 물어서 답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질문을 해야 하는 기자들이 질문이 꼭 필요한 곳에서 질문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인물들의 기자회견이라는 ‘깔린 멍석’에서조차 입을 닫아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제 대통령선거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제대로 들을 자리는 거의 없다. ‘삼프로TV’ 같은 유튜브 방송이 증시·부동산·경제정책 등 자신들의 특기 분야에서 치고 나가는데도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라고 불리는 전통 매체들은 아직도 굼뜨기만 하다. 물론 대선후보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우선돼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들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모든 정책 영역을 다 다루는 ‘큰 판’이 아니라 형식과 규모를 따지지 않는 ‘작은 판’이라도 자주 만들어서 후보들을 상대로 ‘묻고 답 듣기’를 계속해야 한다. 후보들이 오지 않으면 찾아가서라도 물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선거법에 규정된 ‘법정토론 3회 이상’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국민들에게 주어진 알 권리의 배고픔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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