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녹음파일’ 속 논란 휩싸인 발언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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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에 캠프 합류 제안하고 “文정권이 윤석열 키웠다”
쥴리·동거설 적극 반박했지만 ‘미투’에는 부적절 발언

베일에 쌓여있던 ‘김건희 녹음파일’이 지난 16일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기사 이아무개씨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52차례에 걸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나눈 통화를 녹음한 내용이다. 

MBC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녹음 내용을 보면, 김씨는 이아무개씨에게 “우리 캠프로 오라”고 제안하거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공격이 과도해 “문재인 정부가 윤 후보를 키웠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자신을 둘러싼 ‘쥴리 의혹’과 모 검사와 혼전 동거설 등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했다. 공개된 녹음 파일 속 논란에 휩싸인 김씨의 발언들을 종합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연합뉴스

“우리 캠프 데려오고 싶다, 잘 하면 1억”

우선 김씨는 지난해 7월 이아무개씨와 통화를 하면서 이씨를 향해 “나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좀 도와줘. 나는 솔직히 우리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윤 후보의 경선 캠프에 대해서는 “남편한테도 일정같은 거 하지 말고, 캠프가 엉망이니까 조금 자문을 받자고 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이씨가 “캠프에 가면 무슨 역할을 하면 되느냐”고 묻자 “할 게 많지. 내가 시키는 것대로 해야지. 정보업 같은 것. 우리 동생(이씨)이 잘하는 정보 같은 것 뛰어서”라고 대답했다. 김씨는 또 “우리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동생이 제일 득 보지 뭘 그래”라며 “이씨가 하는 만큼 줘야지. 잘하면 뭐 1억원도 줄 수 있지”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씨가 특정인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하는 등 선거 전반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권에서 나왔다.

 

“김종인 온다, 누나 말 맞지” “홍준표 비판 잘 해봐”

김씨는 또 대선레이스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초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선 “원래 그 양반이 오고 싶어 했어 계속. 그러니까 누나 말이 다 맞지”라며 “본인이 오고 싶어 했어. 왜 안 오고 싶겠어, 여기가 자기 그건데.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지”라고 했다.

김씨는 윤 후보의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해줄 것을 이씨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씨가 ‘홍준표 토크콘서트가 있었다. 곤란한 질문도 몇 개 뽑아놨는데, 피해가네’라고 말하자 “내일은 좀 잘 한번 해봐, 우리 동생이. 내일 한번 홍준표한테 날카로운 질문 좀 잘해봐”라고 했다. 또 “홍준표 까는 게 더 슈퍼챗(실시간 후원금)은 더 많이 나올 거야. 거긴 신선하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2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국의 적은 민주당” “박근혜 탄핵은 보수가 주도”

김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서는 “조국 수사를 그렇게 펼칠 게 아닌데 (여권 인사들이)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공격했지”라며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튜브나 유시민 이런 데서 자기 존재감 높이려고 (사건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선 “바보 같은 것들이 진보,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보수 내에서 탄핵시킨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를) 보수가 키워줬겠느냐. 보수는 자기네가 해먹고 싶을 것”이라며 “정치라고 하는 건 항상 자기 편에 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조국 수사가 발단이 돼 윤 후보가 대선에 나서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김씨는 “(윤 후보가) 총장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될 줄 뭐 꿈에나 상상했겠나. 우린 빨리 (검찰에서) 나와서 그냥 빨리 그냥 편하게 살고 싶었다. 너무 힘들어서. 대통령 후보가 될 줄 누가 상상했겠나”라고 말했다.

 

“돈 안 챙겨줘 미투 터지는 것”

김씨는 특히 ‘미투’ 이슈와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여기는”이라며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진보 진영처럼) 그러면 안 된다. 나중에 화 당한다. 지금은 괜찮은데 내 인생 언제 잘 나갈지 모르잖아”라고 덧붙였다. 이어 “미투도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뜨리면서 잡자고 했잖아. 미투도 뭐하러 잡자고 하냐고. 사람이 사는 게 너무 삭막하다”며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라고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그의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그의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쥴리·검사 동거설은 전면 부인

김씨는 유흥업소에 종사했다는 ‘쥴리’ 의혹이나 유부남 검사와의 동거설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김씨는 쥴리 의혹과 관련해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그런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하고 같이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지”라고 말했다. 

모 검사와의 혼전 동거설과 관련해서는 “내가 뭐가 아쉬워서 동거하겠나. 그것도 부인 있는 유부남하고”라고 반박했다. 또 “어떤 엄마가 자기 딸을 유부남한테 팔아? 내가 어디가서 왔다갔다 굴러다니는 애도 아니고”라며 “(이씨) 같으면 자기 딸을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렇게 하면 벌받는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MBC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윤 후보에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미투 관련 발언과 관련해서는 “성 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6일 공개된 해당 녹음 파일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 초 사이 52차례에 걸쳐 김씨와 이아무개씨가 총 7시간45분가량 통화한 내용 중 일부다. 이씨는 해당 파일을 MBC에 넘겼고 김씨 측은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재판부는 수사 관련 등 일부 내용을 제외한 상당 부분의 방송을 허용했다. MBC 측은 오는 23일 방송에서 후속 보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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