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이후 잠잠해진 ‘7시간 녹음파일’ 논란…여진은 ‘계속’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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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반응 속 남은 쟁점들
무속인 논란 여진 속 추가 보도 예고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김건희 녹음 파일’이 드디어 공개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기사 이아무개씨와 나눈 7시간45분 분량의 통화 녹음 파일 중 일부가 보도된 것이다. 지난 13일부터 녹음 파일을 둘러싼 갈등과 견주면 이번 통화 녹음 파일 논란에 대한 주된 반응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음 파일 논란은 17일 현재까지 대선 판의 한 가운데 서 있게 됐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인용으로 인해 발언 상당수가 공개되지 못해서다. 여권 일각에선 ‘최순실(최서원씨의 개명 전 이름) 시즌2, 국정농단 시즌2’라며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씨의 무속인 친분 논란과 캠프 실세 의혹 등을 파고들며 맹폭을 이어갔다. 통화 녹음 파일을 최초 보도한 MBC 측이 오는 23일 2차 보도를 예고한 데다 《서울의소리》 측도 원본 공개 계획을 밝힌 터라, “파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사 만난다” “친오빠 캠프 움직여” 金 발언에 ‘최순실 시즌2’ 맹폭하는 與

당초 여권에서는 16일 전파를 탄 MBC의 ‘김건희 녹음 파일’ 보도 이후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그사이 일부 여권 인사들은 SNS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여권에서조차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 나오자, 김씨 녹음 파일 논란에 대한 평가는 ‘실망’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17일 오전에서야 공식 논평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우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후보 선대위의 인식에 경악한다. 정말 문제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눈 감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했다. 김씨가 이아무개씨에게 “잘 하면 1억원도 주지”라고 말해 기자를 매수하려고 했으며,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씨가 “돈 안 챙겨줘 미투 터지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반인권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여권이 김건희씨 녹음 파일 논란에서 집중한 대목은 무속인 논란과 비선 실세 의혹이다. MBC 측이 공개한 통화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쥴리’ 의혹에 대해 해명하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무속인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부분이다. 또 전날 한겨레가 공개한 녹취록에서는 김씨가 이아무개씨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하면서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친오빠라든가 몇 명 있다. 이들 상대로 시스템화, 조직화 이런 강의를 좀 해달라”고 했다.

당장 여권에선 ‘최순실 시즌2’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추미애 민주당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를 커튼 뒤에서 조종하는 김씨는 마구 내지르는 최순실보다도 훨씬 은근하고 영악하다. 보수정당이 다시 한 여인에게 완벽히 접수돼 선거를 조종당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남영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만천하에 드러난 김건희판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국정은 심심해서 점 보듯이 누군가 운수에 맡겨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무속인 논란을 꼬집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하는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하는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녹음파일 논란 지속될 것” vs “김건희 리스크 없다”

여권에서는 “김건희 논란의 파장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오는 23일 MBC의 2차 보도가 기획됐고, 《서울의소리》 측도 원본 공개를 예고한 만큼 이에 대한 추가 파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게 시작이라고 본다. 역풍이 불지 안 불지는 MBC의 2차 보도를 보고 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녹음 파일 속 김씨의 발언 내용과 상관없이 ‘김건희 리스크’ 자체가 윤 후보 지지율에 먼저 반영됐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남에서 일찌감치 “김건희 리스크는 물 건너갔다. 이슈로서 폭발력을 갖긴 어려워졌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최악의 대선 악재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던 이번 통화 논란이 미풍에 그칠 가능성도 나오자, 국민의힘 일각에선 김씨의 등판을 준비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발표된 KSOI 자체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14~15일, 1004명 대상)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6.2%포인트 상승했다(윤석열 41.4%, 이재명 36.2%). 조사 기간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며 김씨의 녹음 파일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을 때이다. 당시 녹음 파일 논란을 계기로 김건희 리스크가 재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 같은 우려 속에도 윤 후보의 지지율은 회복세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그의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그의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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