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무속인 논란’으로 되살아난 ‘최순실 트라우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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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스승·항문침 이어 건진법사까지…‘무속인 논란’ 재점화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전아무개씨가 지난 1월1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방문한 윤석열 후보의 어깨를 치며 사무실 직원을 소개해주는 장면 ⓒ 세계일보 유튜브 캡처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전아무개씨(왼쪽)가 지난 1월1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방문한 윤석열 후보의 어깨를 치며 사무실 직원을 소개해주는 장면 ⓒ 세계일보 유튜브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무속인 논란’이 다시 돌출했다.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무속인이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국민의힘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논란은 쉽게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윤 후보가 지난해 경선 당시 손바닥 왕(王) 자로 주술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재차 무속인 의혹에 휘말리자, 당 안팎에선 해당 의혹이 ‘리스크’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무속인은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전아무개씨다. 지난 17일 세계일보 보도로 해당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하며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 선거업무 전반에 관여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전씨는 무속인이 아닌 대한불교종정협의회 소속 기획실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단체가 불교의 정식 교단이 아닌 데다 과거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바치는 행사를 주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전씨가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에 출입하고 윤 후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사무실 직원을 소개해주는 장면까지 포착되면서, 전씨가 윤 후보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냐는 의혹에 불이 붙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세 차례 TV토론회에서 임금을 뜻하는 한자 ‘왕(王)’자가 그려진 윤 후보의 손바닥을 캡처한 사진이 나돌았다. 지난 1일 MBN 주최로 열린 5차 TV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홍준표 의원과의 1대1 주도권 토론에서 손을 흔드는 제스쳐를 하면서 손바닥에 적힌 ‘왕(王)’자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윤 후보 측은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들이 토론이 있을 때마다 응원한다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세 차례 TV토론회에서 임금을 뜻하는 한자 ‘왕(王)’자가 그려진 윤 후보의 손바닥을 캡처한 사진이 나돌았다. 지난 1일 MBN 주최로 열린 5차 TV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홍준표 의원과의 1대1 주도권 토론에서 손을 흔드는 제스쳐를 하면서 손바닥에 적힌 ‘왕(王)’자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윤 후보 측은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들이 토론이 있을 때마다 응원한다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도사와 얘기하는 것 즐겨”…무속인 논란 키운 김건희

이 같은 윤 후보의 무속인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손바닥에 왕 자를 적고 TV토론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혹을 치렀다. 지지자가 녹화 직전에 적어준 터라 지울 수 없었다는 윤 후보 측의 해명과 달리, 앞선 토론회에서도 여러 차례 왕 자를 적고 나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역술인인 천공스승과 관상가인 노병한씨,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씨도 윤 후보의 주변 무속인으로 언급됐다. 천공스승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신도들에게 ‘정법’을 강의하는 인물이며 윤 후보 본인도 친분을 인정한 바 있다. 노병한씨의 경우 지난해 8월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과 식사 자리에 동참했으며, 이병환씨는 지난해 6월 윤 후보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는 등 수행을 도운 인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무속인 논란’에 대한 의구심을 한층 키운 계기는 지난 16일 공개된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녹음 파일’이다. 김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아무개 촬영기사와 나눈 대화 중 일부가 공개됐는데, 김씨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삶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씨 스스로 무속인들과의 친분을 인정한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희망 열리는 나무’ 오방낭 제막식에서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희망 열리는 나무’ 오방낭 제막식에서 메시지를 낭독하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尹 ‘무속인 리스크’에 ‘최순실 트라우마’ 재연될라

윤 후보에게 ‘무속’ 꼬리표가 더 치명적인 이유는 ‘최순실(최서원의 개명 전 이름) 트라우마’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는 무속신앙을 국가 주요 행사에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가령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지녔다는 ‘오방낭’을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시키는 식이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무속인의 국정개입을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는데, 김건희씨의 ‘도사’ 발언이 ‘무속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여권에선 윤 후보의 ‘무속인 논란’을 공격 소재로 삼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정은 심심해서 점 보듯이 누군가 운수에 맡겨 결정할 일이 아니다. 핵미사일이 존재하는 나라에선 샤먼이 국정을 결정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국가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무당과 무속에 의존하는 국가결정권자가 있다면 대단히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무속인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18일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을 단호하게 차단하겠다”며 논란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윤 후보와 무속인간의 연결고리가 부각될수록 지지층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 의혹을 선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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