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찌르는 창’에서 ‘尹 지키는 방패’ 된 이준석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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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극적 화해 이후 달라진 행보…‘김건희 녹취록’ 파문 등에 호위무사로 나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 날 선 비판을 가했던 이준석 대표가 최근 달라진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자당 의원들의 사퇴 공세에 직면한 이후 이 대표가 내부 비판을 삼가면서다. 실제 지난해까지 윤 후보와 선대위 구성 등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던 이 대표가 최근에는 윤 후보와 관련된 논란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양상이다.

지난 12월22일 대선을 78일 앞두고 이 대표가 선대위 하차를 결정했다. 표면적인 발단은 조수진 전 공보단장과의 갈등이었다. 같은 날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핵관(핵심관계자)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떼었다”고 적으며 윤 후보 측근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尹 저격수’와도 같았던 12월

선대위를 내려온 직후 이 대표는 윤 후보를 찌르는 날카로운 ‘창’이 됐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롯해 국민의힘 선대위 전반에 걸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실제 선대위 하차 직후 이 대표의 공개 발언 대부분이 상대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닌 국민의힘 ‘집안 문제’였다.

지난 12월20일 윤 후보는 이 대표와 조 전 공보단장 간 갈등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것인데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12월22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황스럽다”며 “누가 후보를 팔고 일을 벌였으면 즉각 조치는 해촉이다. 공보단장이 비둘기 역할을 한다 해도 비둘기가 메시지를 변조하면 잘라야 한다”고 윤 후보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후 발언의 수위는 더 세졌다. 이 대표는 12월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메시지가 옳고 국민 소구력이 있으면 정치를 하는 것이지, 윤 후보에게 알랑거려서 정치하려고 했다면 울산 합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후보가 ‘윤핵관’이 없다면서 출근도 안 한다고 했는데, 출근하면 윤핵관이 될 수 없다. 최순실이 출근하고 직위가 있었으면 비선 실세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윤 후보가 ‘윤핵관의 비위’를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 대표의 날선 발언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분개했다. 대선을 앞두고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의 경우 이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 “양아치” 등의 원색적 비난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악으로 치닫던 국민의힘 ‘당대표-대선 후보’ 갈등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같은 날 윤 후보가 의총에 참여해 “모든 게 내 탓”이라며 화해와 화합을 촉구하면서다. 위기를 넘긴 이 대표는 윤 후보를 지키는 단단한 방패가 된 모양새다. 특히 최근 일어난 ‘김건희 녹취록’ 논란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김건희 리스크·무속인 논란 등 적극 두둔

이 대표는 18일 유튜브 채널 뉴스토마토의 《노영희의 뉴스IN사이다》에 출연해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중 언급한 ‘미투’ 관련 내용에 대해 “2차 가해란 표현은 성립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해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한 내용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을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자 이 대표가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 후보 배우자가 만약 공개적인 공간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본인의 이런 사견을 피력해서 김지은씨에 대해 얘기했다면 2차 가해란 표현이 성립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후보자의 배우자가 김지은씨에 대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이 대표는 이른바 윤 후보 캠프에 ‘무속인 논란’이 계속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 후보와 배우자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다 보니까, 결혼을 주저하고 이럴 때 주변에서 조언을 했을 수도 있다”며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이 잘 맞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혼했을 것이고, 이런 부차적인 조언들이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윤 후보를 감쌌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주도한 국민의힘 선대위 개편안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과거 ‘김종인 원톱’ 체제를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그는 지난 16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선대위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게(봉합이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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