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닥칠 오미크론 충격에 대비, 전담병원 있어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1 16: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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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시뮬레이션에서 하루 2만 명 이상 확진자 예상돼

모든 코로나19 시뮬레이션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전파 속도가 빠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우세종이 되면서 설 연후 이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예측대로 하루 2만~3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 의료체계와 사회 기능은 마비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을 인구 10만 명당 한 곳씩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율곡의 10만 양병론을 연상케 하는 이 주장은 코로나19 진료시설을 동네마다 거미줄처럼 갖춰야 올겨울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에 들어간 후 하루 확진자가 급증했고 12월에는 7800명대까지 치솟았다. 결국 방역 당국이 12월 중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강화하자 하루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렇지만 1월 들어 4000명대까지 줄어든 하루 확진자 수는 좀처럼 더 감소하지 않고 있다. 검사 건수 축소로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주말 효과’도 사라졌다.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오미크론 검출률이 1월 이내에 50%를 넘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스라엘 등 해외에서는 처음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된 지 4~6주 사이에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24일 해외 유입을 통해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이후  7주 정도 지난 현재 약 20%의 검출률을 보인다. 1월9~15일 국내 오미크론 검출률은 26.7%다. 직전 주(1월2~8일) 오미크론 검출률 12.5%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해외 유입 확진자의 94.7%가 오미크론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오미크론 검출률이 95%를 넘었고, 일본도 최근 84%로 급등했다. 질병관리청은 1월14일 “입국 차단·확산 억제 조치를 통해 오미크론의 우세종화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 빠르게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박정훈
2021년 12월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시사저널 박정훈

고강도 거리 두기 해도 확산세 막기 역부족

질병관리청은 또 수리 모델링(감염재생산지수를 이용한 확산 예측) 결과를 공개했는데, 거리 두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달 뒤인 오는 2월에 하루 확진자 수가 1만 명에서 최대 3만 명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오미크론 전파율을 델타 변이의 3배로 가정했을 때, 거리 두기 조치가 현행 수준에서 40% 완화되면 2월말 하루 확진자는 최대 3만 명까지 폭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 두기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2월말 확진자는 약 1만 명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의 고강도 거리 두기를 유지해도 오미크론 확산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시뮬레이션에서 하루 2만 명 이상의 확진자 발생이 전망된다. 방역 수준을 낮추면 그 이상도 예상된다. 설 연휴 때 가족이 모이면서 서로 감염되고, 이들이 다시 지역사회에서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면서 확진자 증가율은 수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예측에 대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서울대와 토론토대 등의 양국 석학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한국·캐나다 팬데믹 협력연구단’은 3차 백신 접종률이 저조할 경우 2월말 최대 9만5000명의 하루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하루 100명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예측에 따르면 하루 확진자 규모는 1월 중순까지 3520~4370명으로 감소한다. 이후 3차 접종 및 청소년 기본접종 독려, 방역패스 등을 유지할 경우에도 2월말 하루 확진자는 7730~982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수치대로 확진자가 속출하지는 않더라도 이에 대한 준비는 필요한 상황이다.

이 연구 결과를 공개한 의사 출신의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 코로나상황실장)은 “이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적 모임 규모를 6명까지 풀고, 방역패스를 중단하고, 3차 백신 접종률이 정체 단계인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방역패스를 중단했는데, 고강도 거리 두기와 3차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락가락 방역 탓, 3차 백신 접종 느려져

그러나 정부는 1월17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영업장 운영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사적 모임 인원을 늘리는 것이 방역적으로 위험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확진자 규모가 감소한 것도 반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오미크론 유행으로 약 3만 명의 하루 확진자가 예측된다면서도 오미크론의 위중증 위험이 크지 않다고 한다. 이는 국민 혼란만 가중시키는 말이다. 오미크론의 중증 비율이 2분의 1이나 3분의 1까지 낮은 것은 다행이지만, 확진자의 절대 수가 늘어나면 중증 환자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학원·독서실·마트·영화관 등에 적용했던 방역패스를 전국적으로 모두 풀기로 했다. 이는 서울행정법원이 1월14일 서울 지역의 대형마트·백화점 대상 방역패스를 중지하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방역패스의 적용 시설과 예외 범위는 현장의 목소리와 현재 방역 상황을 반영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지금은 방역패스를 확대했던 12월보다 유행 규모가 감소하고 의료 여력이 커졌다. 위험도가 낮은 시설의 방역패스를 완화할 필요가 있고, 법원의 상반된 판결로 지역 간 혼선도 발생하고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방역 탓에 3차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와 2차 접종률은 1월17일 기준 각각 86.6%와 84.7%다. 그러나 3차 백신 접종률은 45.5%다. 그나마 3차 백신 접종자는 대부분 50세 이상이고 40대 이하에서는 30%대에 머물러 있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하루 확진자가 다소 감소하니까 방역을 완화하는 모양인데,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 방역 수준을 유지해도 최소한의 조치이며 하루 확진자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이는 방역패스도 시행 전부터 기본권 침해와 접종 효과 등의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밀어붙여 결국 저항에 부닥쳤다. 게다가 백신 접종률이 신속히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국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잘 준수하고 있고, 의료 시스템도 어느 정도 버티는 중인데, 정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미크론 확산 과 관련된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구(區)마다 2~3개 전담 의료기관 필요

하루 확진자가 다시 7000명을 넘어서면, 방역 당국은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 앞당기는 등 고강도 거리 두기를 다시 시행할 계획이다. 하루 확진자 7000명은 약 70만 명을 검사할 때 나오는 수치다. 하루 약 70만 명 검사는 우리나라 검사 역량의 한계치이며, 이를 넘어서면 의료체계가 흔들린다.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네 의료기관에서 선별진료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 이재갑 교수는 “방역 당국이 병상 확보와 신속항원검사에 신경을 쓰는데, 문제는 의료체계다.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는 동네 의원의 선별진료를 검토 중이지만 음압기 1만 개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실행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제한된 방역·의료 자원으로 오는 2월 닥칠 오미크론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유럽은 이에 대비하지 못해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의료진, 항공사 직원, 식료품 직원 등이 감염되면서 주요 사회 기능까지 마비됐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감염자가 늘어나더라도 완만하게 증가하도록 해야 의료체계와 사회 기능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동네마다 코로나19 1차 의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검사를 늘리고 치료제 투약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그 외에 몇 가지를 준비할 시점이다. 첫째,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한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코로나19 1차 의료기관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의사회, 보건소, 복지부가 협력하고 지원해 일부 동네 의원을 동원하면 한 구(區)에 2~3개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을 만들 수 있다. 즉 인구 10만 명당 1개소의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을 준비하면 동네마다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가 형성돼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을 동네에 있는 상가가 아니라 체육관이나 운동장과 같은 곳에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섞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검사 플로 시트(진행 과정)를 잘 짜둬야 한다. 정부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면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하라는데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라도 이틀 후 재검사할 필요가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실제 질병이 있는데도 없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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