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숫자 논하기 전에 우리 민낯을 보자”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5 12: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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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의 《불평등한 선진국》…광주 아파트 붕괴 사건 내면도 보여

당장의 현실을 읽는 데는 물론이고 변화하는 앞날을 읽을 때 통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특히 인구 피라미드처럼 구조가 바뀌는 통계를 보면 때로는 웃겠지만, 때로는 공포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가령 한국이 직면한 인구 고령화 속도나 저출산은 그 변화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 가운데 한국처럼 노령연금 수령자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이런 통계들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건 개인 차원에서나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불평등한 선진국│박재용 지음│북루덴스 펴냄│464쪽│1만8000원
불평등한 선진국│박재용 지음│북루덴스 펴냄│464쪽│1만8000원

사회문제를 통찰력 있게 보려는 저자의 이번 책은 그래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평등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가장 깊게 보는 것은 제목처럼 이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G8, G7 등의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대에 불평등을 말하는 것은 비관적 관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저자는 이 진실을 눈 부릅뜨고 보기 위해 이 책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불평등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에 의해 잘 드러났다. 이 책에서도 통계로 명확히 제시된다.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상위 1%의 부와 하위 50%의 부가 완전히 X자를 그리는 미국의 소득 비중 추이를 보면 얼마나 끔찍한지 바로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서유럽의 경우 큰 변화 없이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럼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저자는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최근 광주에서 벌어진 아파트 붕괴의 내면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안전 전문가를 고용할 경우 3년간 드는 비용이 10억원인 데 반해, 누군가 죽거나 다칠 때 발생하는 비용이 1억원이면 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다. 문제는 한 해 노동자 1만 명당 0.5명인 사망률이 미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고 독일, 일본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데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어렵게 마련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선거 과정에서 흔들리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불평등 지표인 가처분소득과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 맨 밑바닥에 있다고 본다. 또 이 문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놓친 노동, 청년, 지방의 불평등은 무엇인지를 통계 제시로 보여준다. 또한 각종 배제와 소외에 놓인 여성, 노인 그리고 소수자의 삶을 통계를 분석하며 꼼꼼히 살핀다. 특히 젊은 층의 상황에 대한 다양한 전개도 눈에 띈다. 저자는 이 시대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해도 되지 않는 1%, 번듯한 일자리 얻기에 성공할 9%, 미친 듯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는 10%, 그저 그런 일자리로 가는 80%라고 분석한다.

“젊어 결혼을 한 다음 자녀들이 경제적 독립을 할 때까지, 아니, 독립한 이후라도 한 50년 가까이 어떠한 중병에도 걸리지 않아야 하고, 교통사고도 당하지 않아야 하며, 산재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정리해고도 당하지 않아야 하고, 다니던 직장이 망하지도 않아야 유지됩니다. 매일 ‘오늘도 무사히’를 염원하는 건 비단 버스나 택시 기사들만이 아니지요.”

이런 현상은 결국 출산율 저하, 노인 빈곤층 증가나 자살률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 등 직접세 세율을 더 올리고 공공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을 올리고 면제 범위를 축소할 것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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