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교육청, ‘한화 포레나’ 아파트 학군 조정서 ‘과밀학급’ 기준 무시했나
  • 서중권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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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초, 학급당 28명에서 40여 명으로 늘어 ‘콩나물 교실’ 예상
교육청, “감소울 따른 조정, 근거는 비공개” 해명
천안시가 2021년 3월 ‘노태공원' 민간공원 조성 착공식을 갖고 본격 사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과밀학급 대책도 없이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천안시청

천안교육청이 ‘한화 포레나’ 아파트 학군 조정 협의 과정을 둘러싸고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콩나물 교실’ 병리 현상을 빚는 과밀학급 기준을 무시한 채 협의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밀학급'에 따른 학부모의 반발을 초래하는 등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과밀학급을 해소해야 할 천안교육청이 오히려 ‘콩나물 교실’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시사저널이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천안교육청이 ‘한화포레나’ 아파트 대단지 학군 조정에서 학급당 10명 이상 예상 수요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건립을 조정 협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천안교육청 산하 오송초 학군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과 백석동 노태산 근린공원 일원이다. 이곳에 ‘한화 포레나 천안노태’ 총 1608가구 대규모 아파트를 짓고 오는 2024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다.

문제는 초등학교 학군이 오송초교 1곳으로 선택권이 없다는 데에 있다. 현재는 평균 학급당 27∼28명으로 과밀학급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화포레나 입주민 신규 수요학생이 500명 더 늘어날 것으로 교육청은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25학년도에 배정될 학생 수는 학급당 12명이 추가된 40명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밀학급 기준 30명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천안교육청은 아무런 대책 마련도 없이 학군 조정 협의에 동의했다.

천안교육청 관계자는 21일 “조정 협의는 전국적인 학생감소율을 반영해 승인 허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근거자료는 비공개”라는 입장이다. 시사저널은 이날 오후 공식적인 반론을 듣기 위해 교육·행정국장실 2개 국장과 송토영 교육장과도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노태공원 현장에서는 편도 1차선인데도 중장비 차량 입·출입로 ‘가 감속’ 차로가 없다. 흩날리는 흙먼지로 인해 인근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붉은 점선이 대형차량 출구다. ⓒ시사저널 서중권

이와 관련해 천안시는 “학군 조정은 교육청에서 알아서 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학교 통학로 개설은 착공 전까지 하는 것으로 조건부 협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교육계 관계자는 “천안교육청도 문제지만 한화건설 포레나 아파트 건립 최종 승인권자는 천안시장”이라며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한화 포레나 아파트 현장에서는 영하권 날씨에도 세륜기를 가동하며 토사반출을 하고 있었다. 포장도로 흙을 털어내려 물을 뿌려 빙판길 사고위험이 뒤따르고 있다. 편도 1차선인데도 중장비 차량 입·출입로 ‘가감속’ 차로가 없다. 흩날리는 흙먼지로 인해 인근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행정 사각지대’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근 시민들은 “천안시가 업체 ‘봐주기’식 행정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청이 ‘과밀학급’ 병리 현상을 부추기는 학군 조정 협의를 동의해 대기업에 특혜를 주었다는 특혜 의혹을 자초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청주시 모충동 매봉공원 민간개발 역시 학군 조정 협의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곳 공동주택도 한화 포레나가 1800세대 대규모로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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