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호로 이사왔는데 등본엔 302호...보증금 반환 가능할까?
  • 강민구 변호사 (mkkpro@naver.com)
  • 승인 2022.01.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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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강민구의 사건분석] 아파트 호실 바뀐 경우 임차보증금 보호문제

Q. 박아무개씨는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다세대주택 303호를 2년간 보증금 9500만원에 임차했다. 당연히 303호로 전입신고도 마치고 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놓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박씨 집은 건축물관리대장과 등기부등본상 실제 호수는 302호였다. 공사업자가 실수로 간판을 잘못 단 것이었다. 박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시사저널 박정훈
ⓒ 시사저널 박정훈

 

A. 원칙상 돌려받을 수 없다.

임차인은 반드시 정확한 집 주소에 자신의 주민등록을 해야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건축물관리대장·등기부등본과 현관문에 달린 표지판의 호수가 서로 다른 경우가 아주 가끔 있다. 이때 임차인이 표지판 호수대로 전입신고를 했다면 나중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공부상 주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2013년 3월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박씨는 그해 10월 맞은편 세대(부동산등기부상 303호, 현관문 표시는 302호)의 공매절차가 진행되면서 부동산의 현황과 장부상 표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관문 표시대로 303호로 확정일자를 받아뒀던 박씨는 맞은편 집(부동산등기부상 303호)에 대한 채권신고를 해 보증금 9500만원을 회수하려 했다. 그러나 실거주자가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했고, 이후 303호는 다른 사람에게 낙찰됐다.

그 후 박씨는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부동산등기부상 302호의 실거주자임을 내세워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는 채권최고액 65억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중개업자 이아무개씨가 임대차계약 당시 조회했던 부동산등기부는 303호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박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즉 이씨가 303호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떼어봤다면 소유자가 임대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힌 박씨는 이씨와 공인중개협회를 상대로 9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박씨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이씨와 협회가 연대해 3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건축물대장과 부동산등기부상의 표시(302호)와 현관 등에 부착된 현황상 표시(303호)가 다름에도 이를 간과한 채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차 목적물의 표시를 ‘303호’로 기재해 중개업자의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박씨는 중개업자의 과실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303호로 하게 됐고, 그로 인해 대항력 과 우선변제권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중개업자로부터 일부나마 손해배상을 받게 된 것이다. 다만 박씨도 계약 당사자로서 임차목적물의 현황을 스스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점, 부동산의 현황과 공부상 표시가 뒤바뀌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법원은 이씨와 협회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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