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제·부동산] 하준경 “집값 너무 비싸…주거 대안 늘리고 세금 부담 속도 줄인다”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1 10:0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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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준경 민주당 선대위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장
“주택 가격 폭등 책임을 국민에게만 다 지라고 하는 건 불공정”
“메가시티, ‘대학+연구소+기업’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주택 때문에 분노하지 않고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만들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의 말이다. 하 교수는 민주당 선대위에서 이 후보 직속 전환적공정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방법론은 ①대대적 공급 확대 ②한시적 세금 완화 ③좀 더 다양한 주거 대안 마련 등이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공약에 대해 “실용적 관점으로 매물을 주택시장에 많이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초저금리 상황에 유동성이 강해져 주택 가격이 폭등했는데, 그 책임을 국민에게만 다 지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시사저널 최준필

‘전환적 공정성장’을 주창한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질까.

“기회가 늘어나는 거다. 특히 젊은 층이 기회가 많아진다는 걸 느끼게 될 거다. 가장 중요한 건 단연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역사적 흐름으로 보면 지금은 기술의 전환기다. 전환 시기엔 안 가본 길을 가야 하는데,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게 새로운 영역을 열어줘야 한다. 가령 디지털 전환의 길을 갈 때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 즉 정부가 디지털 영토(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거다. 전환의 시기엔 강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 이래선 안 된다. 더 많은 사람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포용적으로, 즉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있게 하겠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건가.

“국가가 길을 열어 투자가 들어오게 만들겠다는 거다. 전환기엔 민간이 처음 투자해도 수익이 안 난다. 인프라가 충분히 깔려 있어야 수익이 난다. 여기까지 정부가 ‘마중물 투자’를 하겠다는 거다. 정부가 인프라를 깔아주고 불확실성을 해소해 줘야 민간 투자가 활성화된다. 민간이 혁신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끄는 쌍끌이 전략을 펼칠 것이다. 선진국들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가장 역량을 집중할 부분은.

“양극화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사후적인 복지 강화, 물론 필요하다.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양극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먼저 교육과 기술의 문제가 있다. 기술은 앞서 가는데 교육이 못 따라가면 그 기술을 누리는 사람은 제한적이게 된다. 그럼 양극화가 심화된다. 교육을 통해 핵심 기술을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양극화가 줄어든다. 교육이 기술을 따라잡게 하는 게 중요하다.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또 양극화에서 중요한 게 세계화다. 개도국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대결한다. 세계화는 우리가 관리하기 어렵지만, 이 흐름에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은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요인이 있나.

“제도가 중요하다. 우린 고도성장기의 제도 틀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고도성장기는 작은 지대 추구를 할 수 있게 했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평생 먹고살 수 있게 해줬다. 당시엔 이 방식이 교육 수준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현재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 사이의 장벽이 너무 높다.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성안에 있는 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줘서 불만을 잠재워줘야 한다. 단가 후려치기 등이 이뤄지지 않는 제도 선진화와 제도적 공정성 강화도 필요하다. 경제적 기본권이라는 안전망이 제공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을 ‘부동산 대선’이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은.

“주택 때문에 분노하지 않고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우리가 자동차 때문에 고통을 받진 않는다. 조금 덜 좋은 차를 탈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분노하거나 고통받지는 않는다. 이재명 정부에선 우선 공급을 충분히 할 것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주택시장에 상당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임차인 권리도 충분히 보장해줄 수 있다. 좋은 집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게 돼 있으니 단순히 주택 수뿐만 아니라 질도 고려해 늘려야 한다. 부동산 관련 금융도 세제도 선진화할 것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하겠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나.

“돈의 흐름을 못 잡았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하나의 자산시장이 돼서 ‘부동산의 금융화’가 급속하게 일어났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엄청나게 풀린 상황이라 모든 걸 문재인 정부 탓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했으면 좋았을 거다. 유동성 쓰나미가 오는데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는 상태에선 한쪽에만 둑을 쌓아봐야 효과가 있을 수 없다. 그렇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구체적으로 하나씩 설명해 달라.

“돈의 흐름 통제가 굉장히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처음부터 잘못됐다. 임기 초 나온 부동산 임대사업자 우대정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을 수 있는 만큼, 집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주겠다는 발상이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당시 베이비부머의 막대한 노후 대비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쪽으로 오히려 돈의 물꼬를 터주었다. 그러니 돈 흐름이 확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왔다. 예측과 달리 집값이 폭등하자 점점 무리수를 뒀다. 금융 규제를 하긴 하는데, 뒷북 땜질식으로 이뤄졌다. 그렇게 풍선효과만 났다.”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이었나.

“사실 박근혜 정부 때 공급을 많이 막아놨다. 현 정부가 취임 초 바로 이를 돌려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임대차 3법도 취지는 좋았다. 다만 이 법이 작동하려면 집에 충분히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과거엔 전세계약이 오늘 이사 나가도 오늘 들어오는 식으로 (수요와 공급의) 톱니바퀴가 잘 맞았다. 집에 여유분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는데, 그게 없으니 법 실행으로 시장이 오히려 전체적으로 불안해진 것이다.”

주택 공급 못지않게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건 세금 관련 문제인 듯하다.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 법이 너무 복잡해졌다. 이러면 규제 차익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임차인을 내보내고 자식을 들어가 살게 하면 세금이 절약된다는 식이다. 절약되는 세금이 임대료보다 많으면 당연히 이럴 유인이 커진다. 세금이 너무 복잡해지고, 공급도 여유가 없고, 이런 식으로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동산 대란이 난 것으로 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시사저널 최준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시사저널 최준필

이재명 정부에서 보유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 세금 기조는 어떻게 될까.

“미국식은 보유세가 있는 반면 취득세가 거의 없다. 중국은 취득세가 높고 보유세가 없다. 보유세가 없다는 건 집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쉽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무분별한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 개도국은 그렇게 집을 많이 만든다. 선진국이 되면 일단 대규모로 개발할 땅이 없다. 있는 땅을 효율적으로 돌려써야 한다. 그땐 어느 정도 보유세가 필요하다. 취득세는 낮추는 게 좋다.”

결국 보유세가 관건이다.

“문제는 지금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지금 집값에 선진국 방식의 보유세를 적용하면 고통이 너무 커진다. 그럼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목적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전환의 시기다. 그러니 정책을 섬세하게 짜서 고통을 받지 않게 제도를 합리적으로 선진화해야 한다.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처분하면, 그 대안으로 괜찮은 주거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기본주택 등도 그 일환이다. 이를 위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면서 충분한 공급 등 여러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를 제어해줄 수 있게 여러 공제나 과세이연 등 부동산 전환 시기가 고통스럽지 않게 되도록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을 두고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흔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용적인 관점이다. 매물을 주택시장에 많이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저금리 상황에 유동성이 강해져 주택 가격이 폭등했는데, 그 책임을 국민에게 다 지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양도소득세를 영구적으로 없애겠다는 게 아니라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거다. 예외적 상황이니만큼 상황에 맞는 한시적 전략을 쓰겠다는 거다.”

이재명 정부가 추구할 부동산 안정화의 수준이 궁금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전 수준으로 원상복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격을 갖고 얘기하긴 어렵다. 자산 가격은 시장의 수급을 반영하기 때문에 가격을 목표로 두는 순간 무리수를 두게 된다. 주택시장 안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을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소득 대비 집값이 중요하다. 소득이 충분히 오르면 집값이 실질적으로 싸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소득으로 집값이 감당이 안 되면 다른 대안이 충분히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최근 메가시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예전 같으면 지방에 공단을 세우면 사람들이 가서 살기도 하는데, 지금은 산업구조가 많이 바뀌어서 억지로 만드는 식으로는 안 된다. 지금은 인적자본이 있는 곳으로 기업이 간다.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오려는 이유도, 기업이 사람을 좇기 때문이다. 메가시티도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문제다. 고(高)기술 인력이 서울 강남에 안 살고 지방에 가서 일해도 자식 교육에 문제가 없고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더 고착화되고 있는데.

“강남에 살려고 하는 이유는 교육이다. 대치동 교육을 자녀에게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좇아 기업이 따라간다. 좋은 인재들이 또 따라가는 구조다. 이런 현상이 쌓이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지방의 교육 문제를 다 해결해야 고급 인력과 좋은 기업이 따라간다.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결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의 인력 유출이 심각한 문제였다. 대학과 연구소를 결합해 고급 인력을 동독에 많이 거주하게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도 공장 한두 개, 공기업 한두 개 내려보내는 관점이 아니라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이 올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우리의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을 텐데.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장에 돈이 많은데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별로 없다. 은행 등 돈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는데, 기업이 안 빌려가니 가계에 계속 빌려주게 된다. 그럼 가계부채가 점점 심해지는 거다.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까지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더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레버리지를 통해 못 했던 걸 할 수 있게 해준다. 어느 순간까지는 GDP를 높여주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역(逆) U자’다. 빚이 너무 커지면 소비를 스스로 제약하게 된다. 결국 시중에 남는 돈이 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가가 마중물 투자를 해서 민간이 생산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돈의 흐름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게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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