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기차 전성시대 온다
  •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holywater@sisajournal-e.com)
  • 승인 2022.03.03 07:30
  • 호수 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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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축소로 전기차 실구매가격 높아져…“소형 전기차 늘리기 위해 보급형 모델 확대 필수”

도로 위에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자동차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을 강조하며, 내연기관차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구매하길 꺼리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량보다 높은 가격대도 부담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 액수는 낮추고 지급 대수를 늘리기로 하면서 실구매가격은 올라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형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 전망이다. 초기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 및 무게 문제로 인해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소형차·경차 위주로 판매했으나, 기술 발전 및 수익성을 고려해 점차 차급이 커졌다. 하지만 전기차 고급화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면서 다시 소형차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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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5000만원…싼 차 찾는 소비자 늘어나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이오닉5, EV6, G80 전기차, GV60 등 준중형급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형 전기차를 출시했다. 반응도 뜨거웠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수요 폭발이 맞물리면서, 계약 후 출고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만 높은 가격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트림의 경우 4980만원(세제혜택 적용 기준)부터 시작하며, EV6는 5020만원 이상이다. 여기에 옵션을 추가하면 500만원 가까이 오른다. 전기차 보조금(서울시 기준 최대 900만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구매가격은 최소 4000만원이 넘는 셈이다. 국내 준중형급 내연기관차 가격대가 3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입차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는 롱레인지 기준 각각 6979만원, 7989만원이며 최근 출시한 폴스타2와 볼보 C40 리차지 등도 5500만~6400만원대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 부담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판매 비중이 크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9만6666대로 전체 판매(172만5783대)의 5.6%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올해 20만7000대, 2025년까지 113만 대의 전기차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 확대를 위해선 가격대가 낮은 소형차 판매를 늘려야 한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소형 전기차 성장에 힘을 실어준다. 전기차는 현재 높은 가격대에도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상쇄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보조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가격이 저렴한 소형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고 보조금을 기존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최대 지원금액을 작년보다 축소했다. 서울시의 경우 전기승용차 지원금을 작년 최대 400만원에서 올해 200만원으로 깎았다. 부산시도 5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줄였다.

소형 전기차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는 ‘큰 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차급이 올라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소형차·경차 시장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는 135만8358대였으며, 이 중 경차·소형차(배기량 1.6L 미만)는 총 63만5988대로 약 46%를 차지했다. 그동안 침체를 겪던 경차도 캐스퍼 출시 이후 반등하는 모양새다. 캐스퍼는 지난해 출시 4개월 만에 1만 대 판매를 돌파했으며, 올 1월에도 3948대를 판매하며 현대차 레저용 차량(RV) 중 팰리세이드(4302대)에 이어 가장 많이 팔렸다.

해외에서도 소형 전기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유럽 내 경형 전기차 판매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의 경우 유럽 내 경형 전기차 판매 비중은 5%를 채 넘지 못했으나,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2021년 상반기 기준 약 16%까지 올라갔다. 분기별 판매대수도 2019년 1만 대를 밑돌았으나, 2021년에는 5만 대 수준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자연은 경차 특성상 다른 차급 대비 판매가격이 낮은 데 비해 정부 보조금은 오히려 더 많이 지급하는 구조라 판매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소형차의 경우 ‘세컨드카’ 개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운행거리가 짧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EU·中·日 등 해외에서 소형차 인기 상승

중국에서도 초저가 소형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한자연에 따르면 상하이GM우링(SGMW)에서 판매한 소형 전기차 ‘우링 홍광 미니’는 5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 41만9000대를 판매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3위를 기록했다(1위 테슬라 모델3, 2위 모델Y). 게다가 중국의 경우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30% 가까이 줄일 예정이라, 보조금의 영향을 덜 받는 소형 전기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자연은 “유럽에선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과거 친환경·혁신 이미지가 줄어들고 대신 실용성 위주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역시 도심 출퇴근 혹은 인근 나들이가 잦은 도시 거주 청년층의 사용 패턴에 따라 우링 홍광 미니의 판매가 늘었다”고 분석했다.전기차 후발주자인 일본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판매에 나선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첫 전기차 ‘bZ4X’를 선보일 계획이며, 렉서스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UX300e’를 출시한다. 닛산도 올해 2000만원대 경형 전기차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시장이 경차 위주였던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와 경차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경차 판매는 165만2522대로 전체 판매(444만8340대)의 약 37%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이 올해 니로EV, 내년에 캐스퍼 전기차 등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에선 테슬라 모델2, 르노 5, 폭스바겐 ID.라이프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소형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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