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잡은 이재명, 다음 타깃은 김종인?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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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동연 지지해온 김종인 ‘간접지원’ 기대
김동연 “역할 주어진다면 金 기꺼이 함께 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시사저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시사저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띄운 ‘통합정부론’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2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다음 ‘타깃’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통’이자 중도‧보수성향 정치인인 ‘김동연-김종인’ 투톱 라인을 앞세워 현 정부와 정치 구조에 반감을 가진 부동층을 껴안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선이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판에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단일화 논의는 야권이 먼저 시작했지만 물꼬는 여권이 먼저 텄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결렬된 상황에서 이 후보가 김 후보의 지지 선언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후보직을 내려놓고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와 이 후보는 △개헌을 위해 20대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 등을 담은 개헌 추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3선 초과 연임금지 등의 정치개혁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번 단일화로 이 후보의 ‘확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 섞인 평가도 나온다.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든 대표적인 반문(反文) 인사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을 불신하지만 동시에 윤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의 표심을 공약할 수 있는 ‘새 카드’를 이 후보가 얻게 된 셈이다.

다만 이 후보가 김 후보 영입으로 지지율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후보가 1% 내외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후보 측이 김 후보를 적극 영입한 핵심 배경에는 ‘김종인의 후방 지원을 노린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김 후보가 평소 김 전 위원장과 활발히 소통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24일 새로운물결 발기인대회에 참석해 “대선 경선 과정을 보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과연 이분들이 우리나라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 회의를 갖는다”며 “김 전 부총리 같은 사람이 나라 정치를 맡아서 하면 안되겠나 했는데, 드디어 하나의 정치 결사체가 만들어지는 듯하다”고 김 후보를 극찬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 전에도 김 전 위원장과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만약 새 정부의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기구에서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김 전 위원장이) 내게 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까지 된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에는 앞으로 대화과정에서 이런 일을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아마 김 전 위원장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함께)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김 후보의 이 후보 지지선언과 맞물려 김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 후보가 통합정부와 개헌을 약속하면서 김 전 위원장의 여당 비판이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김 전 위원장인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통합정부론에 대해 “여당의 후보자가 그런 걸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의외라고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172석, 여권에 가까운 사람까지 하면 180석이 넘는 상황에서 진짜 통합정부가 된다고 할 것 같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반면 윤 후보를 겨냥한 듯한 뼈있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머리가 나빠도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건 굉장히 듣기가 거북스러운 소리”라며 “최소한 머리를 빌리려면 빌릴 수 있는 머리는 있어야 한다. 그냥 아무나 갖다 쓴다고 나라가 제대로 기능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도 사실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며 정치인이 돼야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 거지 어느 날 갑자기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 합류설에 대해 “와주신다면 큰 힘이겠으나 실질적으로 캠프에서 어떤 직을 맡기에는 시간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단지 정치개혁이라는 목표에 호응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이 후보가) 큰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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