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 “다당제 정치” 安 “능력” 내세우며 마지막 지지 호소
여야 대선 후보 4인이 2일 사전투표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복지와 재정 등 사회 정책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토론 말미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이 화두에 오르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고성을 주고받았지만, 전반적으로 ‘실언’을 최소화하려는 듯 후보들 모두 방어적인 태세를 취했다.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여야 대선 후보 4인은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세 번째 TV토론에서 격돌했다. 오는 4∼5일 진행되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TV토론으로, 토론의 주제는 복지 정책과 재원 조달 방안, 인구 절벽 대응 방안 등을 포함한 사회 분야였다.
토론의 포문은 심 후보가 열었다. 심 후보는 여야가 ‘실탄’은 확보하지 않고 무분별한 ‘복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땅한 증세 계획은 밝히지도 않은 채 무분별하게 복지 확대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5년간 (소요 재원이) 266조원인데 과소 추계와 지방 공약 예산을 빼고 감세도 빼고 얼추 계산하니 400조원이 넘는다”며 “종합부동산세, 주식양도세를 5년간 60조원 감세하면서 복지를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는 “필요하면 증세도 해야 하고 국채발행도 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 경제가 지금 초저성장 시대에 있으므로 원칙은 경제를 원활하게 성장시켜야 복지 재원이 많이 산출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가 내놓은 복지 공약도 비판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에게 “증세계획이 있는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저희는 증세자체를 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증세를 얘기하는 저보고 ‘좌파적 관념’이라고 얘기하고 증세는 ‘자폭행위’라고 말할 때 제가 깜짝 놀랐다”며 “윤석열 후보에게 들을 만한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본다”고 비난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거짓말 하시지 마라”고 맞받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토론 중반부 ‘페미니즘’이 화두에 오르자 윤 후보가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윤 후보는 그간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 공약을 발표하며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여성 정책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께서 저출생의 원인을 얘기하다가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 교제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하셨다”며 “후보님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뭐고, 페미니즘이 남녀 교제에 영향 준다, 못 만나게 만든다 이 생각을 여전히 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을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 후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 뒤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건,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 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남녀가 못 만나고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심 후보 역시 “윤 후보께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일부라는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며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잠하던 TV토론회는 ‘대장동’이 화두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과열됐다. 윤 후보가 돌연 주제에 없던 ‘대장동 녹취록’을 차례대로 열거하면서 이 후보를 맹비난하면서다. 윤 후보는 ”국민들은 (이 후보가 대장동 사건에 관련됐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이런 후보가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 노동의 가치, 나라의 미래를 얘기하는가. 국민을 가볍게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에 “벌써 몇 번째 우려먹는지 모르겠다”며 “대선이 끝나도 특검에 동의해주시고,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 당선이 되더라도 책임을 지자. 동의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제대로 수사도 안 되고, TV토론 이후 나온 자료를, 새로 언론에 나온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가 4차례에 걸쳐 “(특검에) 동의하는가”라고 재차 말을 끊으면서 두 후보간 거친 고성이 오갔다.
양당 후보가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으로 토론회를 마무리한 가운데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안 후보는 “코로나19 방역이나 교육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이나 글로벌 감각,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군 복무 경험까지도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런 모든 걸 갖춘 후보”라며 양당 후보와의 차별성을 내세웠다. 심 후보는 “기득권 양당 정치를 시민의 삶을 지키는 다당제 정치로 바꾸고 싶다”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