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재미’를 싣고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5 11: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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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브랜드에 몰입하게 하는 방법 주목…고객 경험 마케팅 통해 재미있고 색다르게 팔아야

강남 한복판에서 브랜드를 팔지 않는 공간이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나 공간 구성, 인테리어로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다. 이 공간은 LG유플러스가 기존 마케팅에 반응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고 그들의 공감을 얻고자 조성한 복합 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이다. 2020년 9월 개장한 이곳의 누적 방문객은 지난달 기준 52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상비일상의틈’은 우선 고객이 가입한 통신사와 관계없이 입장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젊은 고객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전시와 팝업 행사도 선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콘텐츠보다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 콘텐츠를 더 많이 제공하고 있어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제품은 팔지 않고 일종의 즐기고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해 주목을 받은 사례다. 색다른 경험에 고객은 언제나 열광하고 반응한다.

LG유플러스가 기존 마케팅에 반응 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고 그들 의 공감을 얻고자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 ‘일상비일상의틈’ⓒ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만든 ‘일상비일상의틈’

고객에게 직접 브랜드를 체험하거나 브랜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체험을 통해 알게 된 브랜드는 단순한 광고 콘텐츠보다 더 강력한 각인 효과를 발휘한다. 인상적인 브랜드 경험은 브랜드를 잘 인지하고 친밀감을 느끼도록 해줘 브랜드 호기심과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고객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조성하고 비즈니스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기업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경험의 순간을 제공하고 직접 상호작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마케팅이 대세가 된 지금, 고객은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끌지 못하는 브랜드 마케팅에는 바로 손절로 대응한다. 디지털 물결을 타고 밀물처럼 밀려드는 마케팅 메시지에 지친 고객들은 광고와 메시지를 가차 없이 차단한다. 기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끊김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콘텐츠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소통하고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구분 없이 오감을 자극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하면, 고객은 흥미를 느끼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긍정적인 감정이 형성될수록 브랜드에 말을 걸고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이러한 연결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업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현재 고객을 유지하며, 충성도 높은 팬을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요즘 고객은 브랜드 자체만 사지 않는다. 브랜드가 주는 가치를 경험하고, 즐기며, 그 경험과 즐거움을 함께 산다.

기업은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형식으로 내용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풀무원은 자사의 인기 제품인 ‘얄피만두’와 새롭게 출시한 ‘교자만두’를 캐릭터화해 ‘프로젝트 얄피’라는 웹드라마를 제작해 선보였다. 풀무원 만두사업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사 만두 캐릭터를 통해 풀어내는 이른바 미스터리 코믹 오피스 웹드라마다. 젊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라이브 방송으로 팬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은 2019년 6월 프라이드 기간 동안 LGBTQ 커뮤니티를 기념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LGBTQ 커뮤니티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요청했고, 그 반응을 한 달 내내 자사 인스타그램에 이미지와 비디오로 공유했다. 또한 그 반응을 반영한 설치물을 허드슨 리버 파크에 2주 동안 설치해 사람들이 읽고 반성하는 순간을 경험하도록 초대했다. 색다른 소셜미디어 캠페인과 실제 커뮤니티 중심의 현장을 연결해 고객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을 창출했다.

오늘날 기업은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고 옹호하는 고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착한 기업의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착한 소비는 이미 대세가 됐고, 고객의 소비가 곧 사회 기부 참여가 되는 매스 기빙(Mass giving)도 꾸준한 흐름이 됐다. 걸으면 기부가 되는 사회공헌 플랫폼 ‘빅워크’는 다양한 행사로 건강을 챙기면서도 기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기존 마케팅에 반응 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고 그들 의 공감을 얻고자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 ‘일상비일상의틈’ⓒ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기존 마케팅에 반응 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고 그들 의 공감을 얻고자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 ‘일상비일상의틈’ⓒ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기존 마케팅에 반응 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고 그들 의 공감을 얻고자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 ‘일상비일상의틈’ⓒ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기존 마케팅에 반응 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고 그들 의 공감을 얻고자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 ‘일상비일상의틈’ⓒLG유플러스 제공

걸으면 기부가 되는 사회공헌 플랫폼 ‘빅워크’

제품이나 브랜드의 품질은 이제 기본이다. 재미있어야 사고 특별할수록 더 몰입한다. 참여하고 싶은 독특한 브랜드 경험이 있다면 고객은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돼 가족 및 지인에게 추천하고,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소셜미디어 친구들과 그 경험을 널리 공유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고객이 생성한 콘텐츠와 입소문은 기업이 더 많은 마케팅 기회와 성과를 창출하는 데 다시 활용할 수 있어 그야말로 윈윈(win-win)이다.

M&M은 2016년에 이어 2018년에도 새로운 맛의 제품 출시를 준비하면서 전 세계 브랜드 팬들에게 크런치 라즈베리, 크런치 에스프레소, 크런치 민트 중 가장 좋아하는 크런치 맛에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더불어 뉴욕에는 3가지 맛과 함께 냄새 및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몰입형 브랜드 팝업을 설치해 팬들이 M&M 제품의 맛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 경험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04년 ‘첵스 초코’ 홍보를 위해 농심 켈로그가 기획했던 ‘첵스 초코 나라 대통령선거’ 이벤트에서 ‘첵스 파맛’이 예상외로 우위를 보여 관계자들을 당황시켰다. 당시 켈로그는 기획 의도대로 초코 맛의 ‘체키’를 당선시켰고, 파 맛의 ‘차카’ 팬들은 ‘부정 선거’라며 체키를 독재자로 규탄하는 패러디물을 만들어 놀이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켈로그는 팬들의 꾸준한 목소리에 응답하며 16년 만에 ‘첵스 파맛’을 한정판으로 출시했고, 팬들은 ‘민주주의 실현’이라며 환호하고 반겼다.

고객이 브랜드를 가지고 만드는 놀이나 챌린지 같은 소셜 콘텐츠에 주목하고 고객의 반응과 요구를 제품 출시 결정에 적극 반영하는 기업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고객이 직접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놀이 문화를 형성하는 것만큼 기업 마케팅에 좋은 기회도 없다. 기업이 마케팅 활동을 수립할 때 고객을 찾아내고 파악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을 출시할 때 기본적인 구매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대로 경험 문화가 만들어지고 서로 소통할 때의 이야기다. 재미있고 색다를수록 고객이 브랜드를 사고 기업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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