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가 직접 밝힌 급박했던 단일화 ‘막전막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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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민의힘‧국민의당 하나 됐다…대선 직후 신속 합당”
安 “실망한 분들에 죄송…여론조사 불가능해 현실적 방법 찾아”

지난 2주 동안 결렬을 반복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3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두 후보는 서로 손을 맞잡고 국민께 고개를 숙이며 “(단일화 합의가)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에 이르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단일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냉랭한 기류를 보였던 두 후보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은 시각은 전날 열린 법정 TV토론이 끝난 직후였다. 윤 후보는 선언문 낭독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누가 만남을 제안했는지’ 묻는 질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 후보나 저나 서로 만나고 싶어 했고, TV토론이 끝나자마자 서로 연락이 됐다. 새벽 2시 넘도록 대화를 한 결과 오늘(3일) 아침 국민께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만난 장소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매형 집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19일 동안 파행 겪던 野단일화, 하루 만에 ‘극적 타결’

윤 후보는 “제가 안 후보와 국민의당 관계자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다”며 운을 뗐다. 윤 후보는 “제3지대의 원칙과 소신이 중요하고 정치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정계에서 닦은 경륜으로 국민의힘과 힘을 합쳐 철학과 가치의 폭을 넓혀주시고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함께하자고 말씀드렸다”며 “지난 27일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했던 것도, 안 후보께서 제3지대에서의 소신 있는 정치 활동을 지지해주셨던 많은 분들의 헌신과 감사에 대한 마음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윤 후보가 사실상의 단일화 결렬 기자회견을 연 이후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안 후보가 전날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안 후보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때(27일) 이후로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며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 바친 사람이다.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포기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지금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은 지났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입법 활동을 했지만 실제 성과로 보여줄 수 있는 행정 업무를 할 만한 기회를 얻지 못해 국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제 결심에 따라 실망한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제3당으로 존속해 열심히 투쟁하길 바라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에게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 실망하시지 않도록 제 실행력을 증명해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합당은 대선 뒤로…“일단은 정권교체” 합의한 尹-安

안 후보는 특히 단일화 논의 과정 내내 모욕적 언사로 마찰을 일으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 잘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 일각에서 사과를 요구했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윤 후보가 “안철수와 윤석열, 국민의당과 국민의당은 사실상 하나가 됐다. 누가 누구에게 사과하고 사과를 받을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미래로 가는 생각만 머리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양당 간 합당 이후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안 후보가 출마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지방선거 문제는 대선 직후 신속하게 합당 절차를 마무리한 이후 논의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안 후보는 “제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국민께 도움 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고민이 필요하다”며 “우선은 정권교체가 중요하다. 단일화를 했다는 게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말이 아니다. 더 겸허하게 노력하고 국민께 다가가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제가 어떤 일로 국민께 보답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며 “다만 꼭 하고 싶은 일은 국민의힘을 보다 실용적이고 중도적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일부 작은 기득권 세력만 보호하는 옛날 모습으로는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또다시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두 사람은 이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13일 안 후보의 전격 제안 이후 수차례 결렬됐던 단일화 논의가 사전투표일을 단 하루 남기고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다.

두 사람은 미래‧개혁‧실용‧방역‧통합 등을 키워드로 하는 ‘국민통합정부’에 합의하고, 대선 직후 합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늦어서 죄송하다.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끝까지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함께 나서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함께 나서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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