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자격미달” “무조건 완주”…발언 뒤집고 ‘윤일화’ 택한 安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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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尹과 공동정부 구성 및 합당 합의로 말 뒤집어

“3월8일까지 단일화 절대 안 한다고 단언할 수 있나?” (진행자)

“단언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안 후보는 지난 1월1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제3의 후보, 거대 기득권 양당에 속하지 않은 후보가 지난 두 번의 대선보다 (당선될) 확률이 더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단일화 자체가 정치공학적 생각들 아닌가. 두 사람이 합치면 지지율이 그만큼 될 것이다(라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유권자를 단순히 수동적인 표로 보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굉장한 실례”라고 주장했다.

단일화에 고개를 젓던 안 후보가 본인의 말을 뒤집었다. 사전투표 하루 전인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발표하면서다. 안 후보는 ‘더 좋은 정권교체’를 단일화의 명분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안 후보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 국면에서 ‘양당 체제의 모순’을 비판하고 ‘대통령의 자질’을 강조해온 안 후보가 본인의 소신을 너무 쉽게 굽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 후보는 1월4일 70분간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으로 꼽으며 “거대 기득권 양당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은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강 체제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사람은 저 안철수뿐”이라며 “후보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안 후보 측은 국민의힘과의 공동정부 가능성도 일축한 바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월10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제도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공동정부 구성은) 맞지 않고, 안철수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며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 합당에 대한 협의를 거치면서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정치로는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라는 부분을 국민께 안겨드릴 수가 없겠구나’라는 판단의 과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를 ‘자격 미달의 끝판왕’ ‘비호감’이라는 수식으로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지난 2월3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면 모두발언에서 “기득권 양당 후보들이 비호감과 자격 미달의 끝판왕을 보여주는데도 누군가가 ‘묻지 마 투표’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국민 학대”라고 했다. 이어 “기득권 두 당 중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또 5년간 나라가 분열되고 국민이 편 갈라 싸울 거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랬던 안 후보는 2월13일 돌연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자 2월20일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단일화 논쟁은 접겠다”며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며 “누가 더 차기 대통령의 적임자인지를 선택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지난 100일 간 공언했던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의 꿈을 접고 ‘윤일화’(윤석열로 단일화)를 택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합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10년의 정치 인생에서 안 후보가 선거에서 중도하차하는 것은 이번이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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