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기간’의 역동적 변화…安 지지층의 향배는?
  •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4 16: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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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 여론조사 종합 분석…윤석열 43% 대 이재명 41%
안철수 지지율(8%)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
역대 대선, ‘깜깜이’ 이전 지지율이 최종 결과로 이어져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이미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던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전격 성사되면서,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를 반영하는 여론조사 내용은 더 이상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됐다. 최근 선거 판세는 2주 전만 해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0% 넘는 지지율로 한 달 이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4%포인트 안팎 격차로 조금 앞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철회’와 1·2차 TV토론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이 40%대로 급상승하며 다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 상황이 전개됐다.

필자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에서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선 D-7일 시점을 기준으로 윤석열 43%, 이재명 41%, 안철수 8%, 심상정 3% 순으로 나타났다. 선두권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불과 2%포인트 차 초박빙이다. 후보 단일화 이후 안 후보를 지지하던 8%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하고 실시했던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등 3자 대결구도의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 지지자들은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에게 비교적 고르게 분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에 따른 유권자들의 표심이 실제로 어떻게 변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선거 막판에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현재 2%포인트 지지율 격차로는 누구도 대선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선 판세의 향배를 가늠해 보기 위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깜깜이’ 기간 동안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역대 대선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월26일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고양의 수도권 서북부 경제 중심지 도약을 위해!’ 집중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월26일 서울 구로구 홈플러스 신도림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단상으로 오르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세대별 구도는 李에, 지역별 구도는 尹에 좀 더 유리

먼저 후보들에 대한 세대별 표심은 대선 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대선 D-7일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분석해 보면 이재명 후보는 4050세대에서, 윤석열 후보는 6070세대(80대 이상 포함)에서 뚜렷하게 지지율 우위를 보이고 있다. 4050세대와 6070세대의 후보 지지율만 놓고 보면 선거 판세는 이 후보에게 다소 유리해 보이는 국면이다. 4050세대(38%) 유권자가 6070세대(30%)에 비해 8%포인트나 더 많기 때문이다. 윤 후보 입장에서 보면 유권자의 32%를 차지하는 2030세대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선거에서 불리한 구도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율을 보면 20대에서는 40% 대 29%로 윤 후보가 유리하지만, 30대에서는 지지율이 39% 대 39%로 동률이다. 윤 후보가 2030 전체 지지율에서 이 후보에게 2%포인트 앞서는 것이 20대 지지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가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터로 주목받는 이유다.

지역별 표심의 흐름도 선거 판세를 파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핵심변수다. 역대 선거를 보면 선거 막판에 지역별 표심이 특정 후보 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5년 전 19대 대선에서도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대구·경북(TK) 지역 표심이 급변하면서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추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현재 지역별 후보 지지율을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영남과 호남 지역만 놓고 보면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다. TK와 PK(부산·울산·경남)의 영남 유권자 수(25%)가 전라도와 광주의 호남 유권자 수(10%)보다 10%포인트나 더 많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충청 지역 등 중부권에서 윤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

초박빙 1997·2002·2012년 ‘깜깜이 기간’ 여론조사 보니

여론조사에 나타난 두 후보의 지지율을 분석해 보면 서울(윤석열 43%, 이재명 38%)과 충청(윤석열 43%, 이재명 40%)에서 윤 후보가 3~5%포인트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이재명 43%, 윤석열 41%로 이 후보가 2%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 후보가 다소 유리한 서울과 충청 지역의 유권자 비율은 30%이고, 이 후보가 유리해 보이는 경기·인천 지역은 32%다. 유권자의 62%를 차지하는 중부권 전체에서 윤 후보가 미세하게 유리한 상황이다. 결국 이번 대선의 승패는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 유권자의 막판 표심 변화에 달려있다. 선거일까지 앞으로 나흘,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 유권자의 표심이 중요한 이유다.

선거 D-6일 이후 이른바 ‘깜깜이’ 선거 기간에는 후보들의 지지율에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날까?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던 1997년, 2002년, 2012년 대선 ‘깜깜이’ 선거 기간을 소환해 보자. 선거 당일 당선자 예측 방송을 위해 방송사들은 ‘깜깜이’ 기간에도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를 추적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계속 실시한다. 필자가 SBS 기자로서 1997년, 2002년, 2012년 대선에서 당선자 예측 업무를 담당했던 기억과 데이터들을 되살려본다.

1997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SBS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김대중 31%, 이회창 26%, 이인제 18%로 김 후보가 5%포인트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막판 스퍼트가 무서웠다. D-2일에 실시한 조사에서 선두 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 차이로 급속히 좁혀졌다. 다음 날 D-1일 조사에서도 1, 2위 후보의 지지율은 33% 대 32%로 여전히 1%포인트 차로 변함이 없었다. 대선 승부가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방송 3사 사장들이 긴급회동을 갖고 다음 날 투표 마감과 동시에 공개하는 당선자 예측 방송을 자제하기로 합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하지만 개표 결과 김대중 후보가 40.3%의 득표율로 이회창(38.7%) 후보를 1.6%포인트 차이로 물리치고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깜깜이’ 기간에도 여론조사 지지율 끊임없이 출렁여

2002년 대선 D-4일 실시한 SBS 여론조사를 보면 노무현 42%, 이회창 36%, 권영길 6%로 노 후보가 지지율 6%포인트 차이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지지율 격차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됐다. 투표 이틀 전 조사에서도 46% 대 41%로 노 후보의 우위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선거 전날 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후보 단일화로 노 후보를 지지하던 정몽준 전 후보가 노무현 지지 철회를 느닷없이 선언한 것이다. 정몽준 전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투표 당일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그러나 대세를 거스르진 못했다. 노 후보가 48.9%의 득표율로 이 후보(46.6%)에게 2.3%포인트 차 승리를 거두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D-7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실시한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5곳 여론조사 중 14곳에서 박근혜 후보가 0.1~6.8%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들이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 있었지만, 박 후보에게 다소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깜깜이’ 기간 동안 문재인 후보의 추격이 맹렬했다. 선거를 나흘 앞두고 KBS·MBC·SBS 방송 3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틀 전만 해도 5%포인트 차이였던 두 후보의 지지율이 46% 대 45%, 1%포인트 차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후보가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그다음 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46%로 박 후보(45%)를 1%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오차범위 내 역전이긴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방송 3사의 당선자 예측 방송에 대한 부담도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개표 결과 박근혜 후보가 51.6%를 득표하며 문재인 후보(48.0%)를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격차를 벌리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역대 3차례 대선을 되돌아보면,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정보를 접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 기간에도 후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끊임없이 출렁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선거 막판에 2위 후보가 1위 후보를 맹추격해 지지율 차이를 좁히는 모습도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2위 후보가 막판 대역전을 통해 대통령이 된 사례는 아직 없었다. 그렇다고 이번 대선에서 2위 후보의 대역전 가능성이 없다고 봐선 안 된다.

20대 대선을 나흘 앞두고 최대 변수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다.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아무리 높게 나오더라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연령대별 투표율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개표 결과와는 다를 수 있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필자가 선거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지지율에 선거 후 집계한 연령대별 투표율을 반영해 선거 결과를 추정해 보니,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보다 2%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를 강력히 지지했던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문 후보를 강력히 지지했던 20대와 30대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연령대에 따른 투표율 차이에 따라 후보들의 실제 득표율에 1~2%p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 당일까지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예상 가능한 중대 변수는 역시 투표 참여다. 이번 대선처럼 초박빙 승부일수록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민심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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