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대선 마지막 승부수는…“이대녀 잡아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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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부동층’으로 꼽히는 20대 여성
與野 막판 ‘이대녀’ 구애 속 심상정 ‘주목’

제20대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에도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 내 초박빙 구도를 보이면서다. 1~2%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후보들은 마지막 ‘부동층’ 잡기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부동층으로는 20대 여성이 꼽힌다. 대선이 종반부에 접어들수록 유권자 표심이 각 진영으로 결집하고 있지만, 20대 여성 중에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인 2월28일~3월2일 30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29세 여성의 부동층은 8.5%였다. 다른 성‧연령별 부동층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이 가장 낮게 조사된 50대 남성(1.5%)에 비해 7%포인트 높은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4일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4일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與野 구애 전략에도 마음 못 정하는 ‘이대녀’

‘이대녀(20대 여성)’들이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 윤석열’ 양강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유세 초반부터 ‘이대남(20대 남성) 올인’ 전략을 펴왔기에 여성들의 비토 기류가 강하고,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여성 친화적 공약을 내세웠지만 여배우 및 형수 욕설 스캔들과 조카의 데이트살인 변호 전력 등으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 후보들은 상대 진영의 여성 이슈 관련 취약점을 꼬집으며 비호감도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법정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을 지적했고,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조카 변호 전력을 꼬집었다.

해당 공방은 장외 설전으로 옮겨 붙으며 이날까지 화력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박성준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과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단장이 출연해 각각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과 이 후보의 조카 변호 전력과 관련한 공방을 이어갔다. 김 단장은 “이 후보가 여성 표를 얻고자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페미니즘을 엮는 게 문제”라고 했고, 박 대변인은 “윤 후보가 남성 표를 의식해 여성과 갈라치기하는 공약을 내세운 게 페미니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동시에 여야 후보들은 ‘이대녀’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 다지기에도 나섰다. 이 후보는 전날 서울 종로구 유세에서 여성 집중 공약을 내세우며 “여성 안심 대통령이 돼 사회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겠다”고 했고, 윤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돌연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는 한 줄 공약을 올렸다.

왼쪽부터 사전투표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 연합뉴스
왼쪽부터 3월4일 사전투표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 연합뉴스

‘최후의 부동층’ 이대녀 표심 쏠릴 곳은…

그러나 ‘이대녀’들이 이 같은 구애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유세 초반 ‘이대남(20대 남성)’ 구애 전략을 펴던 후보들이 대선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대녀’에 러브콜을 보내는 게 “진정성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면서다. 

20대 여성 정치인인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윤 후보의 한줄 공약을 꼬집으며 “윤 후보가 호들갑스럽게 선언하지 않아도 여성들은 평생 일상에서 성범죄와의 전쟁을 해오고 있다. 윤 후보가 이걸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민주당을 겨냥해 “이재명은 자기가 필요할 때 당신(여성)을 찾을 뿐이다. 속지 말자”고 했다.

특히 과거 선거에서 2030 여성의 탄탄한 지지를 받아 온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제3세력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구도가 ‘이재명 대 윤석열’ 양강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심 후보는 사실상 최후의 제3지대 후보가 됐다. 심 후보는 남은 유세 기간 동안 2030 청년과 여성에 집중한 캠페인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양강 후보에 닿지 않는 표심 일부가 심 후보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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