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철수’ 여파, 심상정 ‘깜짝 반등’ 이어질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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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지지하던 ‘다당제 찬성파‧2030女’ 표심 沈 향할 수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광장 집중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광장 집중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양당을 견제할 ‘제3지대 주자’, 이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홀로 남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를 결정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사퇴가 정의당에는 ‘반등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당제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도층 여성 표심 일부가 정의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과연 심 후보는 20대 대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까.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심 후보는 지난해 10월12일 정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부터 대선 토론이 진행된 최근까지 지지율이 줄곧 5%를 넘지 못했다. 한 조사에서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보다도 지지율이 뒤처지는 결과를 받아들기도 했다. 심 후보의 정치 경력과 대중 인지도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심 후보도 주변에 좌절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12일에는 당직자들과의 연락을 끊고 선거 일정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자택에 머물며 정의당의 위기 원인을 성찰했다고 한다. 심 후보는 5일 뒤 일정을 재개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께 심상정과 정의당의 재신임을 구하겠다”며 “그 길이 아무리 고되고 어렵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심 후보의 ‘공격수 본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하는 세 차례의 TV토론회가 심 후보에겐 기회가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전방위로 공격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토론 과정에서 심 후보는 “(김건희씨 녹취록으로 인한) 2차 가해로 고통받는 (안희정 성폭행 사건)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할 용의가 있냐”고 윤 후보에게 물었고, 이에 윤 후보가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투기 세력과 결탁한 공범이냐 활용당한 무능이냐”라며 강하게 추궁했다.

이에 대선 토론의 ‘MVP’로 심 후보를 뽑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마저 2월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심 후보가 (토론에서) 상당히 돋보인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토론의 실력으로만 보자면 심 후보가 단연 돋보였다”며 “특히 윤 후보가 ‘일본군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논란을 불렀는데 이런 실언 역시 심 후보가 (윤 후보를) 거침없이 몰아세우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심 후보의 선전에도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의 선전을 자신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정권교체vs정권사수’라는 구도가 대선판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1대 총선부터 지적받아온 정의당 내 고질적인 인재난과 부족한 지역 기반, 의제 설정 부재라는 ‘3중고’가 심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안 후보가 사퇴하면서 대선판이 3자 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이로써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일부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은 윤 후보에게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후보의 지지 기반이었던 △거대 양당 후보 비토 세력 △다당제 찬성파 △2030 여성 유권자 등의 표심은 공중에 뜬 셈이다. 진보 진영 일각에선 이 표심 중 일부가 심 후보에게 향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기대에는 심 후보가 증명한 ‘저력’이 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심 후보는 ‘심블리’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6%의 지지율로 진보정당 역사상 최대 득표를 기록한 바 있다. 정의당 역시 한때 15% 넘는 지지율을 자랑하며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노리기도 했다. 심 후보는 지난 3일 중앙선관위 주관 3차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지지율 10%를 넘기고 싶다”며 “기득권 양당 정치를 시민의 삶을 지키는 다당제 정치로 바꾸고 싶기 때문”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야권 단일화로) 오히려 진보 표심 중 상당수가 (정의당이 아닌) 민주당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안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층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를 싫어하거나 다당제를 꿈꿨던 사람들이다. 이들 모두가 한 표를 행사한다면 심 후보가 지금보다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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