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주류업체 영국 디아지오의 한국 자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디아지오코리아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최근 총파업 투쟁 출정식을 가졌다. 노조가 실력 행사에 나선 주된 배경 중 하나는 2022년도 임금협상이다. 노조는 2020년과 지난해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오랜 위스키 시장 침체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 악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약 85% 증가하는 등 개선되면서 노조는 임금 7% 인상을 제시했다. 반면 사측이 내놓은 인상률은 2.8%였다. 양측은 지난해 7월부터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노조는 지난달 7일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 약 97%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임금협상과 함께 지난해 말 사측이 도입한 ‘신인사제도’도 노조의 반발을 키웠다는 평가다. 성과제 확대 및 승진 평가 방식 변경이 이 제도의 골자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인사제도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신인사제도 도입으로 영업직 노동자는 보직 변경을 하지 않는 한 승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특히 디아지오코리아의 브랜드 매각설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윈저 브랜드를 물적분할해 사모펀드인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PE)-메티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베이사이드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거래가 성사되면 윈저의 제조 및 판매와 영업권 등 모든 국내 사업 권한은 베이사이드컨소시엄에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디아지오코리아에는 조니워커 등 일부 위스키 부문과 중국 백주인 수이징팡, 흑맥주 기네스 등을 판매하는 사업만 남게 된다.
노조는 전체 매출의 55% 가량을 차지하는 윈저 브랜드가 매각 시 인력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앞서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벌인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불안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측은 매각설에 대해 노조에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