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개표 결과 48.56%, 1639만여 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83%, 1614만여 표를 얻었다. 득표 차는 0.73%포인트, 24만7000여 표에 불과하다. 헌정 사상 최소 득표 차를 기록한 신승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37%, 80만3000여 표를 기록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지 1년하고 5일, 불과 370일 만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이후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최초의 ‘0선’ 대통령이 됐다. 놀라운 기록이지만 이는 윤 당선인에게 험한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치적 경험이나 자산이 없었단 의미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이 결국 당선증을 손에 쥐기까지 더 많고 다양한 조력자가 필요했던 배경이다.
무엇보다 이들 조력자의 상당수는 앞으로 윤 당선인을 도와 국정을 이끌어갈 사람들이다. 대다수가 당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요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윤석열 당선인의 ‘이너서클(한 조직 내 실질적 권력을 점유하는 소수 핵심층)’인 셈이다. 시사저널은 다방면 취재를 통해 선거 과정에서 활약한 윤석열의 사람 중 50여 명을 추려 분석해 봤다.
윤 당선인의 인력풀은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먼저 윤 당선인과 함께 전면에 나서 선거를 치르거나 조언 등을 통해 정무적으로 윤 당선인에게 도움을 준 당 안팎 인사들이다. 그다음으론 선거 과정에서부터 윤 당선인의 공약을 설정하고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 실행할 정책들을 설계한 전문가 그룹이다. 윤 당선인과 오랫동안 가까이 지냈고 물밑에서 윤 당선인을 도왔던 검찰 출신 인사 등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총리 후보 1순위
가장 먼저 주목할 인사는 당 바깥 인사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대선 일주일 전까지도 윤 당선인의 경쟁 상대였던 안 대표는 3월3일 막판 단일화에 합의하며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안철수 대표는 새 정부 준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인수위원장 혹은 초대 총리 임명 1순위로 거론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장이든 국무총리든 안 대표가 선택한 자리를 존중해 그대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안 대표를 도운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도 눈여겨볼 인사다. 최 명예교수는 안 대표는 물론 윤 당선인과도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양측 단일화 과정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신뢰하며 조언을 구하는 관계로 알려진 친노(親노무현) 인사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과 친DJ(親김대중)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새 정부 출범에 중량감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경선 이후 상임선대위원장과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각각 선대위에 합류했으나 지난 1월 후보 중심의 선대위 재편 및 경량화 과정에서 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이후로도 계속 윤 당선인을 지원해 왔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와 함께 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김한길 전 대표는 취임준비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선대위 재편 이후 새롭게 핵심 실세로 자리 잡아 선거를 지휘한 권영세 의원(선대본 총괄선대본부장)이 선거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당내 평가는 물론 윤 당선인도 상당히 신뢰하는 인사로 꼽힌다. 그를 두고 ‘신(新)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취재에 따르면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중대한 보고는 공식 라인인 권영세 본부장을 통해서만 하라’고 주문했을 정도라고 한다. 권 의원은 선거 막바지부터 인수위 구성을 비롯해 승리 이후를 대비해서도 권한을 갖고 준비를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고 추후 입각이나 청와대 진입, 당 대표 도전자 등으로 거론된다.
선대본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당 경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경쟁했으나 본선에선 일찌감치 핵심 조력자로 참여했다. 원 전 지사는 정책은 물론 홍보, 메시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 등 최전선에서 윤석열 지지율 올리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차기 총리 혹은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른다.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감으로도 거론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과의 ‘투샷’이 가장 주목된 인사다. 한때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으나 봉합된 이후 선대위의 강력한 메신저이자 전략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新실세로 떠오른 권영세, 인수위 구성 등 주도
경선 때부터 윤 당선인 곁을 지킨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3인방은 윤 당선인과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윤핵관 논란 등으로 백의종군하며 물러났지만 여전히 윤 당선인이 신뢰하는 그룹으로 새 정부에서도 입각 혹은 지방선거 출마 등이 예상된다. 아들의 음주운전 등 논란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에서 역할을 하며 복귀하는 모양새가 된 장제원 의원의 경우 당선인 비서실장에 지명됐다. 역시 경선 초기부터 캠프에 합류해 선대본 전략기획실장으로 활약한 박민식 전 의원도 인수위나 당선인 비서실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의원 중에선 5선으로 당내 최다선이자 충청권의 ‘맹주’인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윤 당선인에 대한 발언권이 강하다. 윤 당선인이 정치를 결심하기 이전부터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3년 후배이자 가족끼리 가까운 4선 출신의 나경원 전 의원도 물밑에서 조언하고 인터뷰 등을 통해 메신저로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조력했다. 4선의 김기현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러 현역 의원도 윤 당선인의 당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뛰었다.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이철규 의원,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유상범 의원은 열정적으로 맡은 역할을 해내며 윤 당선인에게 충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對)언론의 중심이 된 이양수 의원(수석대변인)과 김은혜 의원(공보단장)도 선대본 내 존재감이 작지 않았다. 이들 역시 중책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김은혜 의원은 이미 일찌감치 당선인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단일화 과정 등 여러 주요 장면에서 보이지 않게 ‘그림자’ 조력을 한 이들도 있다. 윤상현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 의원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윤 당선인을 설득해온 숨은 공신으로 알려졌다. 경선 캠프에서부터 윤 당선인을 도운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역시 단일화를 적극 주장하며 물밑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김경진·최지현·장예찬 등 이마빌딩 그룹
지지층 확장과 인재 영입 등을 위해 애쓴 호남계 정치인들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광주에서 4선을 지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광주·전남 선대본부장으로 선거기간 내내 호남을 누볐다. 호남 인사 중에선 가장 먼저 윤 당선인을 도운 김경진 전 의원은 지역 선거운동뿐 아니라 각종 언론에 나가 윤 당선인을 대변하는 역할도 도맡았다.
선거 초 광화문 이마빌딩 캠프 때부터 줄곧 윤 당선인의 손발과 입이 되어 함께 뛰어온 실무진 역시 차기 청와대·정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이상일 전 의원은 경선 당시 캠프 공보실장을 맡아 윤 당선인과 언론 사이 가교 역할을 했다. 중앙일보 대기자였던 박보균 특보도 윤 당선인과 자주 통화하는 사이다. 우승봉 공보부단장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윤 당선인의 신임을 받으며 지근거리에서 조력해 왔다.
캠프 초반 합류한 최지현 대변인은 배우자 김건희씨를 전담해 왔으며, 이후에도 김씨를 보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 당선인의 정치 첫발부터 청년 참모로 낙점된 장예찬 선대위 청년본부장도 청년조직을 설계·주도해온 공을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선대위를 쇄신하는 과정에서 메시지팀 총괄 담당으로 합류한 애널리스트 출신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도 주목되는 인사다. 김 대표가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던 이력이 밝혀지면서 그의 임명에 김씨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선대위에 공식 직함을 갖지 않고 물밑에서 꾸준히 윤 당선인에게 조언을 건네온 멘토들도 있다. 윤 당선인과 서울 대광초-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자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대선 초 윤 당선인에게 부족했던 정계·학계 등의 인사들을 두루 연결해 주고 정책 자문을 해주는 핵심 역할을 했다.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석사논문을 지도했던 은사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의 존재감도 크다.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을 고민하던 때부터 자주 송 전 소장을 찾아 조언을 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 초년병 시절부터 연을 쌓아온 이명재·정상명 두 선배 검찰총장도 윤 당선인의 든든한 바람막이다. 김대중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이명재 전 총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재직하던 2002년 잠시 검찰을 떠난 윤 당선인을 태평양 변호사로 일하도록 배려했다. 노무현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전 총장은 윤 당선인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 정 전 총장은 태평양 변호사에서 검사로 복귀하는 윤 당선인을 챙겼는데 윤 당선인은 어려운 사건 처리 때 정 전 총장에게 의견을 구하곤 했다고 한다.
☞ 이어서 『윤석열 정권을 이끌 핵심 인사 50명 총정리 ②』 기사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