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찰 갈등’ 빚은 선별 입건·조건부 이첩 폐지
  • 이은진 디지털팀 기자 (eunjinlee525@gmail.com)
  • 승인 2022.03.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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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사건사무규칙 14일부터 시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선별 입건 제도 폐지와 조건부 이첩 삭제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 사건사무규칙을 오는 14일부터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개정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공수처는 앞으로 고소·고발장이 접수되면 곧바로 공제번호를 부여해 수사부 검사에게 배당해야 한다. 개정 전에는 고소·고발장이 들어오면 사건조사분석 담당 검사가 ‘수리사건’으로 먼저 배당받았다. 이후 기초조사 및 분석 수사를 통해 혐의 유무를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공제번호를 부여해 수사부 검사에게 다시 배당했다.

이는 접수된 사건에 대해 조사 분석 단계를 거쳐 직접 입건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낳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 대선후보였던 윤 당선인과 관련된 사건을 4건이나 입건하면서 편향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개정 규칙은 형식적으로 사건에 번호를 부여함으로써 선별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정치적 논란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다만 접수된 사건 중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은 입건하지 않아도 되도록 근거를 마련했고, 당장 수사를 개시하기 어려운 내사·진정·조사사건은 각각 따로 번호를 붙여 접수한 뒤 관리하도록 했다. 이들 사건은 입건 전에도 입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나 일정 범위의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과 갈등을 빚은 ‘조건부 이첩’ 조항도 삭제됐다. 조건부 이첩은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 저지른 공직범죄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고 수사가 끝나면 다시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3월 검찰이 이첩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내면서 ‘검찰수사가 끝나면 최종 기소 여부는 자신들이 검토한다’는 조건을 달아 비판을 샀다. 당시 검찰은 “사건 전체가 아닌 권한만을 이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특히 법원은 공수처가 조건부 이첩으로 넘긴 사건을 검찰이 직접 기소한 것에 대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처장이 결정한 사건에 한해서만 공소부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의 ‘수사와 기소 분리 사건 결정 제도’도 시행된다. 처장이 분류하지 않은 사건은 수사부에서 수사를 마친 뒤 처장의 지휘·감독에 따라 자체적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사실상 공소부 역할이 축소됐다는 지적을 두고 공수처는 “담당하는 사건 수가 줄어들기는 하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필요가 있는 사건에 한해 집중하게 함으로써 공소부 역할이 실질화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권 친화적 수사와 적법 절차 준수 등과 관련해 연구·교육을 담당하는 인권수사연구관은 인권수사정책관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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