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집무실 용산 이전’ 현직 文대통령은 협조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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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용 과소 추계’ 반발에 첫 삽부터 ‘뻐걱’
국무회의‧합참 이전 결정 ‘열쇠’도 文대통령이 쥐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윤 당선인이 이전 비용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예비비는 국무회의 의결사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승인이 있어야 된다. 만약 문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질 경우 ‘봄꽃이 피기 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윤 당선인의 계획은 수포가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용산 시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용산 이전을 도화선으로 ‘신·구 권력’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사저널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사저널

쟁점1: 尹, 아이디어는 있고 ‘결제권’이 없다

청와대 이전 문제를 둘러싼 핵심 쟁점 사항은 ‘비용’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소요비용을 49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금액은 ▲국방부의 합동참모본부 청사 이전(118억3500만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및 대통령 집무실 이사(252억3100만원) ▲대통령경호처 이전(99억9700만원) ▲대통령 공관 및 경호시설 한남동 설치(25억원) 등의 비용을 합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비용이 과소 추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내놓은 계산서는 대통령 집무실의 ‘이사 비용’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군 조직 등의 연쇄 이동에 따른 부대 비용은 산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군 보안장비 이전이나 청와대 장비 이전 등 경호시스템도 다 바뀌게 된다. (윤 당선인이 말한) 496억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액수를 떠나 졸속으로 해야되는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500억원은 청와대 집무실을 이동해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주된 것일 것”이라며 “합참 건물 짓는 데 한 2000억∼3000억원, 국방부 건물 짓는 데 한 2000억원 든다. 최소 건물 짓는 것만 1조원 정도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 측이 ‘청구서’를 현 정부에 내민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와대 이전이 인수위의 권한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청와대 이전 비용을 예비비로 사용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법률에 명시 된 게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과 이 법의 시행령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장관은 인수위에 예산 확보 등의 협조를 해야 하는데, 협조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는 ‘대통령 당선인의 예우에 필요한 경비’와 ‘위원회(인수위)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 등 2가지로만 명시돼 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고통스러운데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분이 새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정말 참담하다”며 “이러니까 미국에선 한국에서 K-트럼프가 나왔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3월17일 용산 국방부 청사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3월17일 용산 국방부 청사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쟁점2: 청와대 現주인 文대통령, 동의할 것인가

이전 비용을 예비비로 충당하더라도 결국 최종 결정은 문 대통령이 하게 된다. 예비비 편성은 국무회의 의결 사안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구상한 ‘용산 시대’의 열쇠를 문 대통령이 쥐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해 국방부를 합동참모본부로, 합참을 수도방위사령부로 이동하는 것도 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청와대 내 반대 기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22일 개최되는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예비비 편성을 의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청와대 측은 부인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나와 “내일(22일) 열리는 국무회의는 예비비 심의를 위한 게 아니다”며 “국무회의는 임시로 얼마든지 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예비비 편성을 위한 현 정부와 인수위간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이뤄진 이후 예비비 편성을 위한 국무회의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아직 양측간 회동 안건 및 회동 일시도 조율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실 이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회동이 원만하게 성사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에 따라 문 대통령이 ‘안보공백’이나 ‘예비비 편성 적정 여부’ 등의 이유로 윤 당선인의 구상에 반대 혹은 유보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봄꽃이 피기 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윤 당선인 측의 구상은 수포가 될 수 있다. 윤 당선인 측 인수위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결정인 만큼 갈등으로 비치는 건 좋은 그림이 아니다. 통 큰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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