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냐, 대권 재도전이냐…기로에 선 이낙연 운명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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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선 후 미국行…남북관계·국제정치 분야 공부 계획
70대에 대선 승리한 바이든 美대통령 선례 밟을 수도

‘이낙연이었다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석패하자 여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안정감이 강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후보로 나섰다면 적어도 ‘대장동 공방전’은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러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섰던 이 전 대표 역시 패배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렇게 정치권 2선으로 물러났다.

이 전 대표가 미국행(行)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그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당초 그의 정계 은퇴가 예견됐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미국으로 건너가 국제 정세를 공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권 재도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과연 이 전 대표는 정치권의 노장(老將)으로 은퇴하는 것일까, 마지막 재기를 노리는 것일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지선 후 미국행…“충전 시간 갖을 것”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6·1 지방선거 이후 출국할 예정이다. 행선지는 미국이다. 이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자마자 카투사로 입대해 미8군 21수송중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표가 미군 중대장 통역을 전담했을 만큼 영어 실력이 출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미국에서 약 1년간 남북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치를 공부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가 미국행을 결심한 계기가 대선 패배 탓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미국행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이재명 전 후보를 비토하는 기류가 감지되자 일정을 보류하고 ‘원팀 행보’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수장으로 나서며 선거를 총력 지원했다.

이 전 대표의 노력에도 정권은 빼앗겼다. 그럼에도 그는 지방선거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당 상임고문으로서 선거를 전‧후방에서 도운 뒤 미국으로 떠난다는 계획이다. 일부 이낙연계 의원들은 그의 미국행을 말렸지만 이 전 대표가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민주당 한 의원은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중심을 잡아줄 ‘어르신’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큰 선거를 치른 만큼 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워낙 근면한 성격이시라 마냥 쉬시진 않을 것 같다. 한‧일 관계를 비롯해 국제 정세에 관심이 많으셨던 만큼 수학(修學)의 기회를 갖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21일(현지시각) 비즈니스 라운드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21일(현지시각) 비즈니스 라운드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대선 시 70대…美 바이든처럼 도전할 수도

정치권에선 그의 정계 은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용퇴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1952년생의 노장(老將)이 재기를 노리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 오는 2027년 21대 대선에 이 전 대표가 도전한다면 그는 만 74세의 후보가 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탄생한 대통령 가운데 70대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DJ는 당선 당시 만 73세였다. 만약 이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민주화 이후 최고령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5년 전 20대와 지금의 20대 관심사가 완전히 다른 것처럼 유권자의 세대 교체가 활발하다”며 “이 변화를 빠르게 읽는다면 (기성 정치인도) 기회를 얻겠지만, 아무래도 이준석 대표처럼 젊은 정치인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생물학적인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만약 ‘통합’이 시대 정신으로 부상한다면 연륜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79)이 역대 최고령으로 당선됐다. 미국 정가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우익 행보가 바이든에게 기회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내친김에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다음 대선이 열리는 2024년 11월에 바이든 대통령은 82세가 된다.

이 전 대표는 미래를 논하기에 앞서 자신의 정치 인생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2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절반 이상을 국무총리로 일했던 저 역시 공과가 있고,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부족한 제가 총리로 일했던 2년7개월 13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충실한 기간이었다. 그것을 저는 영광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성취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과오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며 “때로는 성취보다 과오를 통해 더 아프게 깨우치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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