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대’ 3가지 쟁점은?
  • 조해수·공성윤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9 07:3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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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 용산 개발, 미군기지·전쟁기념관
활용법 짚어보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 국민이 가장 먼저 우려하는 것은 교통체증과 용산 개발 문제 등이다. 교통과 개발 문제는 6월1일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민한 문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서울시는 “교통체증은 없을 것”이라며 “개발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용산 미군기지와 전쟁기념관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우려되는 부분은 출퇴근 경로다. 일단 출근 시작점은 윤 당선인 측이 관저로 지목한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공관의 정확한 위치나 지번은 공개된 바 없다. 대신 국방부·외교부 장관과 국회의장 등의 공관이 밀집한 공관촌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관촌 입구에서 국방부 청사 정문까지 거리는 약 3.4km다.

(왼쪽 아래)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 (오른쪽 위)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공개한 용산구 집무실 예상 조감도 (오른쪽 아래)현재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전경ⓒ시사저널 임준선·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최준필

▒ 직접 체험해본 출퇴근 경로

시사저널은 그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봤다. 이태원역과 녹사평역을 지나는 큰길(용산구 이태원로)이 도보상 최단 경로다. 여기를 따라 걸으면 육교 1번, 횡단보도 4번을 건너야 한다. 공관촌 입구에서 출발한 기자가 국방부 청사와 인접한 주한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담벽에 다다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24분. 이후 담벽을 끼고 국방부 청사 정문에 도착하니 15분이 더 걸렸다. 총 39분이다.

이태원로가 아닌 우회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남동 공관에서 한강 쪽 큰길(용산구 서빙고로)로 내려온 뒤, 큰길에서 이어진 국립중앙박물관을 지나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경로는 약 5.1km를 이동해야 한다. 또 인도가 좁고 차로 위주라 걸어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윤 당선인은 차량 출근을 시사했다. 그는 3월20일 기자회견에서 “(한남동 공관에서) 교통 통제하고 들어오는 데 3~5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시민의 큰 불편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전 9시에 출근했다. 기자는 이에 맞춰 3월22일 오전 8시30분에 차를 몰고 한남동 공관촌에서 국방부 청사 정문으로 이동해 봤다. 시속 30km 제한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과 신호등 19개를 지나야 했다. 그 결과 총 시간은 12분 걸렸다. 대기 시간을 포함한 평균 속도는 시속 17km였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 용산 재개발 어떻게 되나

윤 당선인이 실제 이 길을 차로 이동할 때는 도로와 신호가 통제되니 대기 시간이 없어진다. 이를 고려하면 도심 규정 주행속도(시속 50km)로 출근길(3.4km)을 달렸을 때, 이동 시간은 약 4분이란 계산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예상 소요시간인 3~5분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주변 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은 불가피해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2월 오전 8시 기준 해당 출근길(이태원로) 차량 통행속도는 평균 시속 27.5km다. 차량 통제가 시작되면 서울 도심생활권의 오전 통행속도(26.2km)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빙고로를 통과하는 우회로(5.1km)는 기자가 차로 지나갔을 때 10분 걸렸다. 도로를 통제한 뒤 규정 주행속도로 달리면 6분으로 단축된다. 그러나 통제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서빙고로는 이태원로와 달리 시내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다.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차량 속도도 빠른 편이다. 서빙고로의 경우 1월 주중 오전 8시 기준 통행 차량은 평균 2793대에 달했다. 더군다나 강남권을 연결하는 동작대로와 겹치는 구간이기도 하다.

자료: 국방부, 국토교통부 * 올해 상반기 전체 4분의 1까지 반환 추진
3월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인근에서 보이는 주한미군부대 전경. 사진 속 건물은 옛 주한미군장교 관사ⓒ시사저널 박정훈

윤 당선인은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돼 왔으며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용산 개발계획에 대해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오 시장은 발표 전날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신중론을 전달했다. 윤 당선인은 오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용산 개발계획을 따로 언급한 것이다.

용산에는 △용산 정비창 부지 1만 채 공급 및 국제업무지구 조성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 정비사업 △용산공원 조성 등의 사업이 계획돼 있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 지난 2006년 111층 초고층빌딩 등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좌초된 곳이다. 현재 서울시는 여의도와 용산 정비창을 국제업무 기능과 연계해 ‘글로벌 혁신코어’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하 간선도로 개발도 추진된다. ‘링킹파크(Linking Park)’가 건설되면, 지하화된 경부고속도로가 한강을 거쳐 용산 밑으로 직결된다.

우려가 가장 큰 지역은 국방부와 약 200m 거리에 있는 한강로 1가와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이다. 각각 32층, 35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곳은 대공방어협조구역이라 건축물이 148m 이상으로 설계된 경우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국방부와 협의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해 오면 추가 규제가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돼 왔으며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 규제는 없다”고 밝혔고, 서울시 역시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부지로 이전해도 국토계획법에 따른 고도지구 지정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현충일인 2019년 6월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은 시민들ⓒ시사저널 박정훈

▒ “용산 미군기지·전쟁기념관을 새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용산 시대’를 천명하면서 미군기지와 전쟁기념관을 활용하는 여러 가지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개발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용산공원은 2011년 종합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미군기지 반환 지연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돌려받은 용산기지 부지는 21만8000여㎡로, 전체 용산기지(203만㎡) 부지의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군기지 반환이 본격화되면, 미군기지 내에 청와대를 새로 만들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국방부 이전 및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합참 이전에 들어갈 비용만으로도 반환받을 용산 부지에 국격에 상응하는 세련되고 소통에 적합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영빈관을 새로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기지 내에 관저, 영빈관, 집무실이 만들어지면 경호 문제에 따른 교통체증과 각종 시위로 생길 시민 불편도 해소될 수 있다. 이 중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에 위치한 미군 장성급 숙소는 경호 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다. 정 센터장은 “이번에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앞으로 50년 이상은 또다시 이전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야의 초당적 논의를 거쳐 대통령 집무실이 갖는 국가적 상징성에 부합하게 세련되고 실용적인 집무 공간을 신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미군기지 사이에 위치한 전쟁기념관도 주목받고 있다. 전쟁기념관 규모는 청와대가 통째로 이사 와도 넉넉한 수준이다. 인수위는 국방부 이전 대상 사무실 면적이 2만4000㎡라고 했는데, 전쟁기념관은 이보다 훨씬 크다. 전쟁기념관을 활용할 경우, 청와대 외에 통일부·외교부 등을 함께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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