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이후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메시지 전수 분석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5 13: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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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후 2주간, 尹 기자회견·대변인 브리핑 등 공식 메시지 키워드 전수 분석
‘청와대’ 집무실 이전 이슈 가장 많이 언급… 그 다음 ‘경제’ ‘소통’ 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대통령 당선인의 첫 메시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첫 관심사는 향후 5년의 국정운영 방향과 철학을 가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이 쏠린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2007년 이명박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주력했으며, 2012년 박근혜 인수위는 중소기업 육성과 4대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척결을 강조했었다. 2017년 인수위 없이 바로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은 1호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시급한 현안과 관련된 공약이 대거 쏟아졌던 대선이 끝나고, 과연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내세울 1호 사업은 무엇일지 이번에도 자연히 시선이 모였다.

그 주인공은 ‘청와대 해체와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이었다. 윤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3월11일 인수위의 1호 사업이 공개된 직후부터, 청와대 이전은 윤 당선인과 인수위를 둘러싼 모든 현안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기존 공약이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 계획을 변경한 후부턴 더욱 강력하게 이슈의 블랙홀로 작용했다. 이전에 따른 비용·안보·동선 등 사안 사안마다 첨예한 논쟁으로 번져나갔다. 윤 당선인이 이전 완료를 공언한 5월10일 취임 첫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가열된 양론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이전 문제, 경제·코로나19·외교보다 빈도 앞서

윤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전한 메시지 가운데 청와대 이전 문제가 차지한 비중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은 대선 다음 날인 3월10일부터 23일까지, 그가 당선인으로서 보낸 첫 2주 동안의 공식 메시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당선 후 윤 당선인이 직접 나선 기자회견 3회(3월10일·13일·20일)와 질의응답, 그리고 윤 당선인의 ‘입’이라 할 수 있는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의 일일 브리핑과 질의응답 등으로 국한했다. 해당 메시지에서 어떤 키워드가 가장 많이 반복 사용되었는지 빈도를 살펴봤다.

당선 후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 메시지의 기승전결은 단연 ‘청와대 이전’이었다. 매일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이 문제와 관련돼 있었다. ‘당선인(259회)’ ‘국민(257회)’ ‘인수위(189회)’ ‘윤석열(82회)’ 등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를 제외하고 해당 기간 가장 많이 반복 언급된 단어 또한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총 80회 사용되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과 관련해 사용된 6회를 제외하면 모두 청와대 이전 사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되었다. ‘경제(63회)’ ‘코로나19(43회)’ ‘외교·안보(각각 37회)’ 등 주요한 국정 현안보다도 빈도가 잦았다.

‘청와대’ 외에도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단어들이 비중 있게 사용되었다. ‘이전’ 54회, ‘청사’ 41회, ‘국방부’와 ‘집무실’ 각각 36회 등으로 여느 단어들보다 메시지 속에 자주 포함되었다. 후보지로 거론된 ‘광화문(14회)’ ‘용산(18회)’과 청와대 이전 목적인 ‘제왕적(6회)’ ‘권력(12회)’의 탈피 역시 반복 강조되었다. 대선 승리 후 윤 당선인이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직접 설명한 사안 역시 이 문제였다. 3월20일 윤 당선인은 약 50분에 걸쳐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미·중·일엔 ‘협력’ , 북한엔 ‘경고’…인물은 안철수·문재인 순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낼수록 그와 비례해 ‘소통’에 대한 언급도 잦아졌다. 해당 기간 ‘소통’은 총 47회 언급됐다. 의회나 주변국과의 소통 등을 강조하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수는 지금의 청와대를 나와 국민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사용되었다. 이전 관련 논쟁이 길어지면서, 곳곳에선 윤 당선인이 소통을 위해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면서 정작 불통으로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날이 갈수록 소통을 이야기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3월20일에도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 관련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동안 ‘소통’을 11차례나 반복 강조했다.

청와대 이전 문제 외에 비중 있게 다뤄진 메시지는 인수위 ‘인선(45회)’ ‘인사(42회)’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인수위원 24명을 비롯해 실무위원 등의 구성에 대해 인수위는 “어느 때보다도 치밀하고 치열한 ‘검증(32회)’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인수위원에 청년과 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돼온 가운데, ‘청년’은 23회, ‘여성’은 6회 언급되었다. 청년은 실무위원 선발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여성분과’가 없는 이유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었다. 즉 청년과 여성이 인수위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응하면서 거론되었을 뿐, 이들이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지진 않았다. ‘과학(18회)’ ‘기술(22회)’ 역시 관련 전문가의 인선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었으며 유의미한 메시지는 적었다. 한편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3회)’과 ‘여성가족부(2회)’는 이슈가 된 것에 비해 언급이 적었다.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시급하게 꼽았던 코로나19와 경제·민생 역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 “경제 패러다임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꾸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경제’는 63회 반복되었다. 비슷한 내용으로 ‘민생’ 역시 23회 언급되었다. ‘코로나19(팬데믹)’는 43회 발언되었는데, 주로 ‘자영업자(16회)’ ‘소상공인(17회)’의 피해 구제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사용되었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미국 등 주변국 정상들과 통화를 하는 등 연쇄적으로 접촉하며 외교 행보를 본격화했다. ‘외교’ ‘안보’를 각각 37회 언급했으며, 양국 간 ‘협력(23회)’을 가장 강조했다. 국가들 중 ‘미국(31회)’이 가장 많이 거론되었고, ‘중국(14회)’ ‘일본(11회)’ 순이었다. 한편 23회 언급한 ‘북한’과 관련해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등 경고성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당선 후 2주간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가장 많이 거론한 인물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었다. 안 위원장은 위원장직 수락 후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장까지 겸임하면서 더욱 언급 빈도가 높아졌다. 다음으로는 ‘문재인(15회)’ 대통령이 많이 등장했다. 청와대 회동을 둘러싸고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언급이 잦아졌다. 국민의힘 인사로는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9회)’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되었으며,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각각 5회)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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